포천(抱天) 1막
유승진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점쟁이 이시경이라는 가상인물을 통해 실존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이렇게 탄탄하게 엮어내다니!
책표지에 이시경의 탄생연도가 적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에 실존인물로 착각하게 되나봅니다.

 

백두산 동굴에서 고산자 김정희가 3백년 전 점술가 이시경이 남긴 책을 조우하는 놀라움을 시작으로 흥성대원군의 귀국과 이토 히로우미, 박정희의 죽음을 암시하는 규장각의 저주, 그렇게 책의 서막이 열립니다. 붕당, 사화, 외척세력, 도탄에 빠진 민초들,....더없이 혼란했던 조선중기.
협잡꾼 같기도 한 애꾸눈 이시경이 돈도 없이 들른 주막에서 점을 쳐주며 사람들을 모읍니다. 선견지명처럼 흉사를 맞추는 카리스마를 보이다가도 한순간 2%부족한 헛점이 보여 웃음을 유발하는 생귀 이시경, 마을사람들과 벼락틀을 만든 것이 단지 호랑이만을 잡기 위한 예방이 아닌 임진왜란시 행주산성(행주대첩)의 권율 장군을 위한 대비책이라는 예언과 만나면 당시 사람들에겐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의문이겠지만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에게는 놀람의 탄성이 일어나는 장면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길을 밝히기 위해 기름칠 해 둔 화석정을 보며 역사의 큰 물결을 막지않는 것인지 막지 못하는 것인지....나라의 환란을 내다보면서도 귀뜀처럼 작은 방책은 할 수 있으나 큰 대비는 할 수 없는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fortune(운) 영어로 읽으면 묘하게 한자와 통하는, 하늘(天천)의 뜻을 안으려(抱포)해서 포천이라 했을까요...다른 사람의 일이나 앞일을 신기하게 맞추는 점술가도 자신의 일은 모르는, 딸을 찾고 스승을 찾아나서는 아이러니한 일들을 보며 사람일이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승을 찾아나선 이시경의 다음 행보는..... 자못 다음권이 기대되는 책입니다.

 

부록처럼 책 뒷편에 담긴 <이시경 선생의 육아난봉가>는 아이 앞에선 바른 말, 바른 행동 해야한다는 교훈^^과 깨알같은 재미을 더합니다. 이시경의 딸로 나오는 귀엽고 당찬 초희의 캐릭터가 정말 귀엽네요. 이 만화의 감초! 깔끔한 그림체와 역시 만화에서 빠질 수 없는 웃음코드 가득, 몰랐던 우리 옛말이나 정겨운 풍속, 또 형벌까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역사와 재미 두가지를 챙길 수 있는 퓨전사극만화예요~우리가 흔히 보던 만화한국사나 만화조선왕조실록처럼 정통 역사이야기가 아닌 민초들의이야기, 작은일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집중하며 읽게 되는지도.....그냥 한마디 던진 말에도 신기하게 맞춘다며 맹신하고 아들의 관운을 맞춘 이시경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자식이 잘되면 그저 좋은 우리네 모습이 아닐까요.

 

p.201  ‘사주불여관상, 관상불여심상(四柱不如觀相, 觀相不如心相)’ 사주는 관상보다 못하고, 또 관상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바탕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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