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삼베 치마 - 권정생 동시집
권정생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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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전생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4년이 되었네요. 하지만 항상 우리 곁에서 선생님의 숨결과 따스함이 담긴 책이 있어 늘 감사합니다. 시집 속의 아이그림같은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과 동시를 보며......선생님이 더욱 보고 싶어진 동시집 [삼베 치마]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된 빛바랜 동시묶음이라지요. 직접 펜으로 쓰고 삽화를 그려넣고 손으로 제본한, 늘 편안한 웃음의 할아버지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선생님이 스물일곱 살 적 혼자 묶은 시집....1964년 1월 10일 묶음이라는 선생님의 글이 적힌 귀하디 귀한 동시집
동시 삼베치마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천진한 미소가 저절로 그려집니다.
 


p.198 열다섯 살 전후의 어릴 적 슬픈 일 기쁜 일 많았습니다
딱 고 나이 또래인, 열세 살, 열여섯 살 우리 두 딸아이가 "할아버지도 이런 적 있어?" 하고 옛 앨범을 보며 놀래듯 얼룩 묻은 오랜 숨결이 느껴지는 친근한 동시집, 낡은 공책에 있던 선생님의 시를 조금 더 깨끗한 공책에 옮겨온....느낌입니다. 마치 꼬마 아이들 그림처럼 천진난만한 선생님이 손수 그린 그림과 글씨도 엿볼 수 있어 더욱 따스했습니다. 


선생님의 초라할 정도로 소박한 살림살이처럼 마음의 결이 고스란히 보이는 소박하고 진솔한 시들입니다. 동시 하나를 읽을 때마다 시골 풍경이, 정겨운 자연이 스르르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담장 마주 선 해바라기도, 강아지도, 구름도, 나팔꽃도 재잘재잘 선생님의 시집 속에서 떠드는 것 같아요. 맘껏.... 



둥굴둥굴, 올통볼통, 탈싹탈싹, 또로롤롱,....맛깔스러운 글자들이 넘쳐나고
"한 페기 두 페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부산이 고향인 저에게는 더욱 친숙하게 들리네요.
이름도 잊었지만 쑥절편 내밀던 탱자나뭇집 소녀, 피난 내려와도 생각나는 고향집 강냉이,
시집간 누나를 그리워하면서도....피고물떡 해 이고 삼십릿길 넘어 온 누나가 반갑고 반갑지만
남편에게 살풋 웃는 그 모습이 괜히 얄미워 누나를 '정거장에서 본 낯선 아줌마' 같아진다고 해서
또, 누나 사는 동네를 개 코딱지 동네라고 해서 한참 웃었어요. 다섯 살 차이나는 언니가 싱글벙글 결혼 할 때 어찌나 얄밉든지....저 혼자 눈 빨갛게 울었던 기억이 났거든요^^


p.21 고향집
....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섰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섰고
그래도 우리 집은 까딱 않고 살았다

난 우리 집을
고향 집을 닮았다

언제나 변함없이 반겨주는 고향 집처럼 언제나 편안한 웃음으로 맞아주실 것 같은 선생님....이 시를 읽으며 또 그립습니다. 지금은 입지 않는 거친 삼베가 옛 우리 선조들의 농사로 흘린 땀을 받아내는 고마운 옷이었듯....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선생님의 진솔하고 투박한 손끝에서 만들어진 한 권의 시집은 삭막해져가는 우리네 마음을 살갑게 받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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