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무섭지 않은데.....

무서운 친구, 짜라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50
조란 드르벤카르 지음, 이두나 옮김, 마르틴 발차이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6월

만화캐릭터 같이 귀엽고 독특하게 생긴 아이가 숲 속 괴물들에 둘러싸인 표지가
아이들의 동화로는 잠깐 낯설기도 했지만 동양아이느낌의 주인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토끼눈이나 고양이 눈같은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공포그림동화의 색다름과 아이다운 상상력을 만날 수 있는,
숲속 동물을 괴물로 생생하고 잔인하게 표현한 이야기, 그리고 그림 곳곳에 숨겨져있는
동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짜라를 보며 '번데기앞에 주름잡는다' 라는 속담이 잠깐 생각났다.
소심하고 말이 없는 조용한 짜라
아이들이 "무서워서 집에 있고 싶지?" "아이고 불쌍한 짜라, 얼마나 무서우면 재채기를 다 하냐."
라며 마구 놀려대던 짜라가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용감한 모습,
다른 네 명의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부풀려보고 과장되게 봐서 무서워하는 것과는 달리
짜라는 있는 그대로의 숲과 동물들을 보며 이미 친구가 되어 있는 모습,
게다가 동물친구들과 이미 익숙한 마지막 저녁먹는 모습은 색다른 반전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이 두더지나 다람쥐를 나무귀신, 땅귀신으로 표현한 부분이 아이들의 공포에 대한
상상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무서워할 때는 이렇게까지 공포를 느끼는구나!
짐작되기도 하고 한 번 읽을때보다 두 번 , 세 번 읽을 때는 책 속 그림에서 다른
모습을 찾아보게 되면서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듯하다.

[아이가 쓴 글]
여기에 나오는 짜라는 용감하고 도도하고 당당하다.
나는 짜라의 이런 점이 좋다. 사실 나는 옛날 때 지금보다 더 겁이 많았었다.
그래서 짜라같이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 꼭 소원을 이룬
'나'가 짜라가 된 것 같아 우쭐했다.

아이의 느낌을 보며 겁많고 소심한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수도 있구나 싶었다.
어른인 내가 책 속에서 어두워지는 숲속의 '공포'라는 면만 보는 것과는 달리 아이는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보였던
짜라의 당당함을 보며 자신과 비슷했던 짜라에게서 용기를 얻는구나 싶어 이 책이 처음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