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가 된 민희 보름달문고 31
이민혜 지음, 유준재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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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인상인 제목만으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어떤 마법에 의해 몸이 변하게 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같은 내용일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왜 하필 가오리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은 채......
헤엄친다는 표현보다는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너울너울 춤추듯 물 속을 헤엄치던
가오리의 모습이 연상돼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미혼모의 딸 민희나 덩치 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유승이, 몰래 낙서하는 푸르미
모두 마음 속에 생채기 하나씩 안고 있는 작고 여린 아이들
책 속 단편이야기에서 만난 아이들의 상처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만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에, 또 내 아이의 이야기일수도 있기에 더욱 눈길이 가는 책이다.

완벽하게 갖춘 부모가 잃어버린 딸을 찾으러 오는 상상을 하는 민희의 모습과
내 어릴적 공상과 겹쳐진다.
2남 3녀의 막내딸, 마흔이라는 나이에 너무도 부담스러운 늦동이 막내딸을 낳지 않으려고 했었다는
넋두리를 달고 다니셨던 엄마, 게다가 언니들과 닮지 않은 모습에 나 또한 민희처럼
분명 나를 낳은 부자친엄마가 찾아올거라는 막연한 공상을 했던 어린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단순한 꾸짖음도 친엄마가 아니어서 그럴거라고 해석했던,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철없던 나
내 어릴 적을 돌아보면 난 민희의 반에 반만큼 철이 들지 못했다.
늦동이에 나를 낳아 다른 애들의 할머니뻘 되는 엄마가 부끄러워 친구들 앞에서 '엄마'라고 잘
부르지도 못했던 철없는 나에 비해 생선장사를 하는 미혼모의 엄마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기특한 민희
그래도 말하지 않아도 힘이 들었을게다. 아이들의 은근한 따돌림에......
그래서 가오리가 되어 머나먼 바다를 찾아나선 건 아닐까
백일몽처럼 느껴지는 가오리가 된 민희의 여행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다.
가오리가 되어 바다를 찾아갔던 민희는 갑작스레 내리는 비를 맞히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학교로 민희를 데리러 오는 엄마를 보며 조금 더 철이 드는 것 같다.
바로 생선 비린내 가득한 엄마의 품이 바다였음을 깨달으면서.....
아이들이 엄마인 내가 외할머니께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에 이상하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영원한 엄마이다. 안기고 싶고 투정 맘껏 하고 싶은, 민희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바다가 엄마 품이었듯......

낙서로 자신의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냈던 푸르미를 보며
전학와서 '남장아이' '저팔계 남동생' 이라는 짖궂은 놀림을 받고 힘들어했던 둘째가
책과 공책 가득 그렸던 그림들은 어쩜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풀어내는 치료법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난 자꾸 야단만 쳤었나보다.
조그만 생명인 병아리를 대상으로 잔인한 폭력을 보여주는 아이들
하지만 병아리를 자신의 품에 안아서 다시 돌려보내는 유승이의 용기에서,
자신의 비겁한 낙서를 지우는 푸름이에게서, 엄마와의 소박한 휴일을 기다리는 민희에게서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낸 치유의 희망을 보았다.

얼마전 읽은 부모교육서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릴 적의 자신을 기억해보라는 것이었다.
까맣게 잊혀졌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이렇게 동화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돋아나고
아이들의 마음에 한걸음 다가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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