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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 책구름 / 2020년 11월
평점 :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책구름
엄마로 살아온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배운 것도, 잃은 것도, 새로이 생긴 것도 많지만 '엄마'라는 단어는 힘이 넘치면서 한없이 나약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말인 거 같아요.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를 보며 엄마이기에 공감되고 이해할수 있고 함께 할수 있었습니다.
책을 처음 받아들고 나도 다른 이들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
'엄마가 아이를 두고 대단하다. 독하다. 멋지다.' 한편으론 결단력이 부러웠습니다. 주위에서 만류도 했을 거도, 응원도 해줬을 여정을 묵묵히 실행에 옮긴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작가도 어린 아이를 두고(맡아줄 보육자가 있다고 해도 ) 히말라야로 가야 했던 순간들, 가야만 하는 상황들에 수도 없이 자신과 싸웠을 것 같아요. 몇 번이고 재고 재어 봤을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를 뜻한다.
나는 계속 '걸어가는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달리기보다 속도는 느리고, 짧은 시간 안에 목표를 끌어올리지는 못해도 보다 오래, 꾸준히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여성, 기자, 엄마, 경력단절 여성, 주부, 시민단체 활동가로써 살고 있는 작가는 히말라야의 트레킹을 떠납니다. 친한 친구의 죽음이 작가에게 얼마나 충격이었을까요?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 버린 야속한 친구를 떠나보내지도 못하고 살아온 작가는 히말라야라는 낯설고 도전하고픈 힘든 여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친구를 애도하기 위해 떠납니다.
친구가 떠난 후,
텅 비워버린 마음과 아린 상처.
친구가 겪은 힘든 시간을 알지 못하고 함께 해주지 못한 미안함.
마음속에 남아 있는 친구를 이제 놓아 주어 맘 편히 지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자신에게도 가슴속 깊이 묻어둔 친구에 대한 미안함을 견뎌온 시간들을 이제는 내려놓아도 된다는 위로를 하고 싶어 히말라야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인간의 손길이 더딘 히말라야의 산, 자연 그대로를 품고 있는 위엄.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임을 알지만 도전하고픈 히말라야. 일상에서 생활에서 무엇을 위해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연 앞에 서면 초연해지는듯합니다.
네팔의 모습은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지요. 아무리 힘이 세고 권력 있는 사람도 거대한 자연 앞에서 평범하기 그지없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적어도,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공평함이 주어지는 자연을 걷다 보면 세상이 것들이 부질 없이 느껴질 것 같아요.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무사히 트레킹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안전과 자신의 몸 상태, 가장 밑바닥에 있던 무의식을 의식으로 끌어내며 몸 상태를 체크하고, 컨디션 회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트레킹이지만 고산지대를 올라가야 하는 히말라야는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항상 체크를 하고 에너지를 비축하고, 안배해야 합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상황이라 긴장한 몸의 상태에서 자꾸만 아파만 오는 두통을 어떻게 견디며 걸었을까?
여기까지 와서 체력 저하와 두통으로 힘든 이 상황이 얼마나 황당하고 힘들었을까? 모든 걸 감내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아파만 오는 두통과 컨디션 회복이 어려운 몸상태 때문에 자신과 얼마나 싸우면서 걸었을지 어렴풋 그려집니다.
고산지대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자신을 보며 두려움마저 느꼈을 것 같아요. 낯섦, 긴장, 완주해야겠다는 욕심, 여러 가지로 자신을 힘들게 했을 여정 속에서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을까? 의문도 생겼을 것 같아요.
힘들고 고된 여정 속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조금씩 스며드는 작가를 보며 자연이 없으면 인간도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읽는 내내 위태위태했습니다. 저도 극도의 긴장을 하면 터질듯한 두통이 찾아옵니다. 제대로 잠도 이룰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이겨내며 걸어갈까? 무사히 일정을 소화해 낼까? 걱정이 되었답니다.
저도 작가와 함께 트레킹을 했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기자로 시민단체 활동가라는 여러 가지 직책을 내려놓고 온전히 '백운희'라는 사람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약하고 한없이 위태한 여정 속에서 강인한 모습을 엿보았습니다.
"절대 욕심내지 말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라."- 본문 중에서
캉진곰파에서 체르코리 정상을 밟지 못하고 돌아온 작가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드는 모습에서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자연의 숭고함 내려놓을 줄 아는 작가의 모습이 한없이 넓고 크게만 느껴졌습니다.
내가 고민하던 것들, 엄마이기에 생각되어 것들, 경력단절 여성으로, 시민단체 활동가로써 나아가는 방향들이 좀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그려졌을 것 같아요. 작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보았고, 나를 보았습니다.
걷고자 하는 길로 항상 걸어가시길 응원합니다.
※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