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영어로 만나다 - 윤동주, 한국어를 가장 아름답게 쓴 시인
윤동주 지음, 현장원 옮김 / 브롬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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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한국인은 많다. 시인의 짧은 생과 그가 남긴 시들은 80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거의 매년 윤동주의 시집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시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습작이라 불리는 것까지 남아있는 그의 모든 시는 매년 조금씩 모습을 바꿔 독자를 다시 찾아온다. <동주, 영어로 만나다>라는 책은 윤동주 시인의 서거 80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책으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한글로 쓰인 익숙한 시 옆에 영어로 번역된 윤동주의 시가 함께 실린 것이 특징적이다.



윤동주 시인은 일상적이지만 간결하고 함축적인 시어를 주로 사용했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매우 쉽고 단백하게 읽히는 데 반해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마음은 늘 묵직한 데가 있다. 책의 옮긴이는 영어로 시를 번역할 때 그 의미와 특징을 훼손하지 않고자 노력했고 최대한 간결하고 쉬운 영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영어로 쓰인 페이지 밑에는 영문 이해를 돕는 단어정리도 되어있다.


이 책은 윤동주의 시를 영어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한글로 쓰인 시를 읽는 독자들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유고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작품 외에도 상대적으로 숨겨진 아름다운 시들을 함께 실었고, 시의 원문만 실린 것이 아니라 책 후반에는 '윤동주 시의 이해'라는 파트로 각 시마다의 해설과 의미를 적어 모아두었다. 수록된 시 중 일부의 해설이 실린 경우는 종종 있지만 모든 시의 개별 해설이 있는 책은 드물어서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윤동주의 시를 감상하고 싶은 사람 외에도, 영어로 번역된 한국시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 윤동주 시의 해설을 하나하나 읽어보고 싶은 사람,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 윤동주의 번역 시를 교재 삼아 영어 공부를 해보고 싶은 사람, 한글 및 영어 필사를 좋아하는 사람 등등 추천해 주고픈 독자의 층이 참 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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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평온을 주는 영어 어휘력 필사 노트 : 철학자 편
임은경 엮음, 강재린 도움글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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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의 대표적인 철학자 열 명, 그들의 문장을 열 개씩 골라 총 100개의 문장을 읽고 듣고 따라 쓸 수 있도록 만든 필사 노트. 철학자 한 명마다 장이 구분되어 있는데 해당 철학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하고, '철학자와 나누는 생각 한잔'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마지막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적을 노트 한 페이지로 끝이 난다. 본문 왼쪽 페이지에는 철학자의 문장을 한글과 영문으로 모두 제공하고, 오른쪽에는 필사를 위해 텅텅 비워둔 노트 한 페이지가 있다.




철학자의 문장은 왼쪽 페이지 한 장을 가득 채울 만큼 길지도 않다. 짧게는 한두 줄로도 끝나는 문장들은 철학자들이 늘 다루고자 한 것들 즉, 삶과 삶의 다양한 측면(예를 들어 선악, 감정, 예술 등등)을 담고 있다. 철학자의 문장에는 가끔 작은 별(*)이 붙어있는 단어들이 있는데, 그 페이지 바로 아래에 영단어의 뜻을 다시 한 번 써주거나 짧은 해설이 각주로 적혀있다. 책의 맨 뒤에는 이때 수집된 단어들을 한데 모아 한번 더 써볼 수 있도록 구성한 '영어 어휘력 연습 노트'가 따로 있다. 필사 노트가 기본 포맷인데, 따라 쓸 문장과 노트 구간 외에도 영어 원문을 들어볼 수 있는 큐알이나 권말부록처럼 붙어있는 '영어 어휘력 연습 노트' 등등 구석구석 구성이 알차다고 느꼈다.



좋아하는 철학자가 있다면 그 페이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철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철학자들의 사상을 몇 문장이나마 가볍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철학 공부를 한다는 마음보다는 삶에 대해 또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읽어볼 만한 좋은 문장들이 잔뜩 있다. 책의 오른쪽 페이지는 전부 노트, 필사할 문장이 쓰인 왼쪽 페이지에도 공백이 넉넉하다. 문장을 한글로 영어로 따라 쓰며, 빈 공백들을 자신의 글씨와 생각들로 꽉꽉 채워 넣을 수 있는 책. 소란한 봄,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영어 어휘력 필사 노트>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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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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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쨍한 노란색 바탕에 까만 점이 가득 그려진 호박은 알고 있을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독자들에게 그 호박을 만들어낸 작가의 이름을 알려주는 동시에 그 내용이 몹시 궁금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쿠사마 야요이가 자신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스스로의 예술세계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이다.(그 안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적인 작품과 활동 몇몇은 드러나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없는 편)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떠났고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와 여전히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삶을 책 안에 간추려 놓았다. 쿠사마 야요이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강 단발머리와 점박이 원피스가 그대로 투영된 캐릭터를 포함해서 복잡하지 않지만 시선을 빼앗는 그림들도 인상적이었다.





<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는 I LOVE 아티스트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이 시리즈는 저자 질베르티가 자신의 두 아이에게 현대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해 만들고 있다고 한다. 


시리즈의 제작 배경을 알고 나니 이 책을 미끼 혹은 교재 삼아 어른들이 읽어주면, 아이들이 현대미술의 작가와 그들의 대표작을 자연스레 배우게 되고 더욱 궁금해할 모습이 그려진다. 이런 점은 사실 어른에게도 공통사항이라 쿠사마 야요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었을 때 최소한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림책이라 생략되었을 작가와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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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조예은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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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나 질병을 타인에게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와 그 능력을 '기적'이라 칭하며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그 '기적'에 기대어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려는 자가 얽힌 이야기. 형사 '창'은 어릴 적 자신의 누이의 병이 낫는 '기적'을 보았다. 조카가 누이와 같은 병에 걸린 걸 알게 된 후 자신이 보았던 기적의 흔적을 뒤쫓다 사이비 교주의 아들 '란'을 발견하게 되는데...



  "형사님은 성함이 뭐예요?"
  "이창. 성은 이, 이름은 창."
  "신기한 이름이네요. 예뻐요. 아시다시피 제 이름은 란인데 지어준 사람 이름은 찬이에요. 둘이 합치면 찬란이라는 단어가 되죠. 저에게는 과분한 이름이고요. 형사님 말대로 저는 사람의 상처나 질병을 타인에게 옮길 수 있어요."           (본문 중 94-5p)



주인공이 가진 능력은 고통을 '옮기는 것'으로 상처나 질병을 낫게 하거나 소멸시키는 능력이 아니다. 그 맹점은 내내 주인공을 괴롭히고 기적이란 이름 뒤에서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어린아이였던 '찬'과 '란'은 자신의 의지대로 그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들을 이용해먹는 한 씨 형제의 욕심은 점점 큰 영향력을 가진 손님을 불러오게 된다.


'찬'의 죽음 이후,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된 '란'은 다시금 자신의 발목을 잡아오는 과거에서 벗어나기 애쓴다. 아동 실종사건, 몇몇의 살인사건을 필두로 추리수사극처럼 펼쳐지는 이야기 속 세상은 좁지만 촘촘하다. 누군가가 희생되어도 상관없으니 자신의 고통을 없애고자 하는 사람과 자신이 그 고통을 끌어안아도 좋으니 누군가의 고통을 없애주길 바라는 사람. 극명히 다른 두 타입의 사람을 만나는 란은 그 둘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원치 않았지만 양쪽의 바람을 모두 이루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란'은 양쪽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말하지만 자신이 신이 아닌 것에 절망하며 괴로워하는 사람이었다. 이야기 내내 너무도 괴롭고 외로웠을 란이 물에서 나오고 난 후 부디 자신이 기댈 곳을 찾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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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청춘의 초상 - 조국의 독립에 바친 뜨거운 젊음, 한 장의 사진이 증언하는 찬란한 그 순간
장호철 지음 / 북피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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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굴을 기억하는 독립운동가는 몇 명이나 될까, 근현대 인물들의 사진은 적게나마 남아있고 특히 독립운동가들이 의열 투쟁을 하기 앞서 가족들 혹은 동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에 나섰지만 그들의 2,30대 청년기 모습은 또 얼마나 남아있을까. <독립운동가, 청춘의 초상>은 제목 그대로 독립운동가들의 청년 시절 사진을 찾아 보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요즘처럼 일상에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그걸 갈무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거친 해상도에다 낡아서 여기저기 구겨지고 흠집이 있는 사진 속의 독립운동가를 바라보는 마음은 먹먹하다. 일제의 감시 대상 인물 카드 속의 사진들은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감시와 탄압의 시간을 실증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본문 중 76p) 


앳되고 해사한 얼굴 대신 어딘가 단호하고 조금은 서글퍼 보이기도 하는 표정은 그들이 겪어야 했던 녹록지 않은 역사적 상황과 스스로 마음먹은 어떠한 결단 때문일까. 책의 구성은 '1부. 돌아오지 못한 독립운동가들, 그 청춘의 초상' 과 '2부. 돌아온 독립운동가들, 그 청춘의 초상'으로 나뉘는데, 광복을 맞이한 조국으로의 귀환 여부로 인물들을 구분했다. 1부의 인물들은 사진 속 모습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거나 혹은 유일하게 남은 모습인 경우가 많아 마음이 먹먹했고, 2부에서의 인물들 중 몇몇은 '머리말'에서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중년 혹은 노년의 모습 대신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것이 새롭기도 했다.


대부분 어린 시절 학교에서 공부하며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게 된다. 어린 나이에 그들의 얼굴을 볼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은데, 사진 속 그들의 나이와 비슷하거나 그들의 나이를 지나버린 어른이 되어 다시 독립운동가들의 초상을 보니 그들의 젊음과 어린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더 애잔해진다. 시험을 위해 배우는 독립운동은 그저 외울 것이 많아 힘들지 모르지만, 책을 통해 실제 독립운동가의 초상과 함께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 많은 것이 와닿는 느낌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에는 익숙한 이름도, 낯선 이름도 꽤 있었다. 안창호, 윤봉길, 김구, 김원봉, 윤동주, 유관순, 권기옥 등등 이름과 얼굴 모두 꽤 알려진 독립운동가의 이야기와 함께 김란사, 김알렉산드라, 주세죽, 정정화 등 상대적으로 덜 기록되어왔고 덜 알려졌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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