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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다이아나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5월
평점 :
<서점의 다이아나>는 유명한 고전
<빨간머리앤>을 오마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는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을 그려내는데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작품을 따라잡기 힘들다면 함께가면 되지?- 하는 느낌이었달까. 주요 등장인물인 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같은 반이 되어 처음 만나는 장면이
빨간머리앤의 한장면과 굉장히 닮아있어서 재미있었다. 주인공 다이아나는 '앤의 친구인 다이아나'와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이 책의 주인공답게
'앤'과 매칭되는 인물이다. 호스트가 직업인 젊고 아름다운 티아라의 딸이자 화려한 옷차림에 마른 몸, 예쁜 얼굴과 노랑머리의 다이아나는 일본어로
큰구멍이라 쓰는 이름때문에 같은 반 남자아이인 다케다에게 놀림을 받는다. 빨간머리 앤의 경우 머리색으로 놀림을 받고 성격대로(?) 혼자서
꿋꿋하게 보복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앤의 친구 다이아나'와 매칭되는 아야코가 등장한다. 넉넉한 집안의 교양있는 부모님을 둔 얌전한 아이인
아야코는 두 사람사이를 중재시키면서 다이아나에게 '빨간머리앤의 다이아나'를 언급한다. 빨간머리앤이라는 이야기가 <서점의 다이아나>라는
책속의 현실로 자연스레 발을 내딛는 장면이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앤과 다이아나처럼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다이아나, 네 엄마 공주님같다.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거
처음 먹어봐."
그 순간 티아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목을 뒤로 젖히며 깔깔
웃었다.
"어머나, 얘 진짜 웃긴다. 너 정말
재미있다!"
티아라가 등을 찰싹 때려서 하마터면 다코야키가 목에 걸릴
뻔 했다. 다이아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를 꼭 닮은 반짝임으로 세상을 사로 잡는 아름다운 여자가
되리라. 어른이 된 다이아나 옆에 있어도 잘 어울리는 자신이 되고 싶다고, 아야코는 따끈따끈한 타코야키를 오물오물 먹으면서 훈훈한 기분으로
생각했다. (본문 중 43p)
초등학생 다이아나와 아야코의 만남, 그리고 우정을 쌓아가는 그
과정이 엄청나게 귀엽다. 어린 아이들의 유행이라던가 독서형태라거나 단순한듯 하지만 복잡한 행동 패턴도 눈에 참 잘 들어왔다. 두 사람의 대조되는
외양은 그녀들보다 그녀들의 어머니의 취향이 한껏 반영되어 있던 터라, 두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서로의 모습을 선망의 대상처럼 생각하고
두근거려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알아간다. 초등학생인 두 사람은 부모의 영향을 받고 아직 완성되기 전의 모습이라 내가 보기엔 다이아나와
아야코보다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예는 두 사람의 엄마들이었다. 외양만은 부인할수 없이 자신의 엄마를 꼭 닮은 두사람이었지만 원래 자신에게
없는 모습을 바란다는 말처럼 취향이나 동경하는 인물이 서로의 엄마로 교차되어 있어 인물관계도 상으로도 흥미로운 구조를 보였다.
어려서부터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갔던 다이아나는 꾸준히 책읽기를
좋아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서점에서 일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다이아나는 고등학생일때 여러 서점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책을 구입하곤 했는데,
서점은 고등학생이 된 다이아나의 동급생들이 훔친책을 가방에 몰래 넣는 등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나중에 일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다이아나에게는 진로와도 결부되는 꿈(서점에 취직)과 별개로 어려서부터의 꿈은 2가지가 더 있었는데 하나는 성인이 되는
순간 이름을 바꾼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를 찾는 것이다. 첫번째는 좌절되지만 그 결과는 결국 두번째 꿈을 맞딱드리게 하는 요소로
남게된다.
다이아나라는 캐릭터의 이름말고 <빨간머리앤>의
이야기를 끌어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두 소설의 키워드는 '소녀'와 '성장' 그리고 '우정'이다. 다이아나와 아야코의
우정은 그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사소한 계기로 인해 둘의 사이는 멀어지고 만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이후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이 서평에서는 아야코의 이야기에 대해 많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아야코의 이야기가 더 내게 와닿았던 부분도 있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스스로에게 '저주'같이 느껴지는 장애물과 상황을 만나게 된다. 그 역경을 파헤치는데 이중구조로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비밀숲의 다아아나>라는 책이다.
위에서 언급한것처럼 우리는 이 책에서 두 명의 다이아나를 짐작할
수 있다. <빨간머리앤>의 다이아나, <서점의 다이아나>의 주인공인 다이아나. 그런데 저자는 책속에서 또 다른 다이아나를
등장시킨다. <비밀숲의 다이아나>라는 제목의 동화책은 아야코의 아버지가 제작에 참여한 책으로 책의 저자는 이 책으로 데뷔를 해서
대박을 내고 그 후로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야코의 집에서 이 책을 만나게된 다이아나는 <비밀숲의 다이아나> 속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주인공 '다이아나'의 모험과 역경을 물리치는 모습을 선망한다. 다아아나 역시 그 책의 문구와 '저주를 깨트리는 방법'을 내내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해 용기내어 성장하고자 노력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저주를 깨트리고 다시금 서로의 우정을
회복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본문에서 직접 언급된 부분인데 앤과 다이아나의 우정의 비결에는 서로의 입장이 달라져도 늘 그 자리를 지켜주었던
다이아나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다이아나'와 매칭되는 인물인 아야코는 흔들리는 자신의 중심을 잡고 다시금 자신의 친구 다이아나의
곁으로 먼저 다가선다. 약간은 어색하지만 늘 서로를 생각하고 있던 두사람의 우정에는 변화가 없다는걸 느낄수 있는 장면이 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다.
"정말 좋은 소녀 소설은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어요,
손님. 어린 시절에든 어른이 되어서든. 매번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뛰어난 소녀소설은 어른이 되어 읽어도 역시 재미있다.
하토리 선생님의 말이 옳다. 그 시절에는 공감할 수 없었던 감정을 내 손바닥 보듯 알게 되는가 하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조역의 빛나는 매력에
푹 빠지기도 한다. 새로운 발견을 얻는 동시에 자신의 성장도 깨닫게 된다. 어린시절에 키운 우정 역시 책갈피를 끼운 곳을 펼치면 책을 덮었을
때의 기억과 분위기가 되살아나듯 몇 살이 되어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몇 번이든 다시 읽을 수 있고, 몇 번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몇번이든 또 만날 수 있다. 다이아나는 서점이 세상에서 재회와 출발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라서 좋아 하는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축복과 희망을
손님들에게 선사하는 그런 책방을 차리고 싶다. (본문 중 320p)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아이였을 때부터 시작해서 자라나는 성장과정을
모두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책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바로 이 책과 <빨간머리앤>의 경우가 그렇다.
<빨간머리앤>은 앤이 입양되는 순간부터 학창시절, 처녀시절을 거쳐 학교 선생님이 되고 연애와 결혼을 하고 아이의 엄마되는 과정까지를
모두 보여준다. <서점의 다이아나>에서는 아야코와 다이아나의 초등학생 시절부터 성인이 된 20대 초반까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긴시간동안 다양한 경험과 사건이 생겨나고 그것이 얽히고 설켜 지루할 틈이 없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두 소녀에게는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 강함과 약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었다. 순수한 소녀시절을 거쳐 22살의 어엿한 성인이 될때까지 두 사람은 스스로에게
걸린 저주를 깨뜨리고자 아주 열심히 고분분투하고 있었다. 절로 응원해주고 싶은 두 소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