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다이아나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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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다이아나>는 유명한 고전 <빨간머리앤>을 오마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는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을 그려내는데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작품을 따라잡기 힘들다면 함께가면 되지?- 하는 느낌이었달까. 주요 등장인물인 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같은 반이 되어 처음 만나는 장면이 빨간머리앤의 한장면과 굉장히 닮아있어서 재미있었다. 주인공 다이아나는 '앤의 친구인 다이아나'와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이 책의 주인공답게 '앤'과 매칭되는 인물이다. 호스트가 직업인 젊고 아름다운 티아라의 딸이자 화려한 옷차림에 마른 몸, 예쁜 얼굴과 노랑머리의 다이아나는 일본어로 큰구멍이라 쓰는 이름때문에 같은 반 남자아이인 다케다에게 놀림을 받는다. 빨간머리 앤의 경우 머리색으로 놀림을 받고 성격대로(?) 혼자서 꿋꿋하게 보복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앤의 친구 다이아나'와 매칭되는 아야코가 등장한다. 넉넉한 집안의 교양있는 부모님을 둔 얌전한 아이인 아야코는 두 사람사이를 중재시키면서 다이아나에게 '빨간머리앤의 다이아나'를 언급한다. 빨간머리앤이라는 이야기가 <서점의 다이아나>라는 책속의 현실로 자연스레 발을 내딛는 장면이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앤과 다이아나처럼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다이아나, 네 엄마 공주님같다.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거 처음 먹어봐."

순간 티아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목을 뒤로 젖히며 깔깔 웃었다.

"어머나, 얘 진짜 웃긴다. 너 정말 재미있다!"

티아라가 등을 찰싹 때려서 하마터면 다코야키가 목에 걸릴 뻔 했다. 다이아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를 꼭 닮은 반짝임으로 세상을 사로 잡는 아름다운 여자가 되리라. 어른이 된 다이아나 옆에 있어도 잘 어울리는 자신이 되고 싶다고, 아야코는 따끈따끈한 타코야키를 오물오물 먹으면서 훈훈한 기분으로 생각했다. (본문 중 43p)

 

 

 

초등학생 다이아나와 아야코의 만남, 그리고 우정을 쌓아가는 그 과정이 엄청나게 귀엽다. 어린 아이들의 유행이라던가 독서형태라거나 단순한듯 하지만 복잡한 행동 패턴도 눈에 참 잘 들어왔다. 두 사람의 대조되는 외양은 그녀들보다 그녀들의 어머니의 취향이 한껏 반영되어 있던 터라, 두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서로의 모습을 선망의 대상처럼 생각하고 두근거려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알아간다. 초등학생인 두 사람은 부모의 영향을 받고 아직 완성되기 전의 모습이라 내가 보기엔 다이아나와 아야코보다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예는 두 사람의 엄마들이었다. 외양만은 부인할수 없이 자신의 엄마를 꼭 닮은 두사람이었지만 원래 자신에게 없는 모습을 바란다는 말처럼 취향이나 동경하는 인물이 서로의 엄마로 교차되어 있어 인물관계도 상으로도 흥미로운 구조를 보였다.

 

어려서부터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갔던 다이아나는 꾸준히 책읽기를 좋아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서점에서 일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다이아나는 고등학생일때 여러 서점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책을 구입하곤 했는데, 서점은 고등학생이 된 다이아나의 동급생들이 훔친책을 가방에 몰래 넣는 등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나중에 일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다이아나에게는 진로와도 결부되는 꿈(서점에 취직)과 별개로 어려서부터의 꿈은 2가지가 더 있었는데 하나는 성인이 되는 순간 이름을 바꾼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를 찾는 것이다. 첫번째는 좌절되지만 그 결과는 결국 두번째 꿈을 맞딱드리게 하는 요소로 남게된다.


 

 

 

다이아나라는 캐릭터의 이름말고 <빨간머리앤>의 이야기를 끌어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두 소설의 키워드는 '소녀'와 '성장' 그리고 '우정'이다. 다이아나와 아야코의 우정은 그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사소한 계기로 인해 둘의 사이는 멀어지고 만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이후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이 서평에서는 아야코의 이야기에 대해 많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아야코의 이야기가 더 내게 와닿았던 부분도 있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스스로에게 '저주'같이 느껴지는 장애물과 상황을 만나게 된다. 그 역경을 파헤치는데 이중구조로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비밀숲의 다아아나>라는 책이다.

 

위에서 언급한것처럼 우리는 이 책에서 두 명의 다이아나를 짐작할 수 있다. <빨간머리앤>의 다이아나, <서점의 다이아나>의 주인공인 다이아나. 그런데 저자는 책속에서 또 다른 다이아나를 등장시킨다. <비밀숲의 다이아나>라는 제목의 동화책은 아야코의 아버지가 제작에 참여한 책으로 책의 저자는 이 책으로 데뷔를 해서 대박을 내고 그 후로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야코의 집에서 이 책을 만나게된 다이아나는 <비밀숲의 다이아나> 속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주인공 '다이아나'의 모험과 역경을 물리치는 모습을 선망한다. 다아아나 역시 그 책의 문구와 '저주를 깨트리는 방법'을 내내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해 용기내어 성장하고자 노력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저주를 깨트리고 다시금 서로의 우정을 회복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본문에서 직접 언급된 부분인데 앤과 다이아나의 우정의 비결에는 서로의 입장이 달라져도 늘 그 자리를 지켜주었던 다이아나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다이아나'와 매칭되는 인물인 아야코는 흔들리는 자신의 중심을 잡고 다시금 자신의 친구 다이아나의 곁으로 먼저 다가선다. 약간은 어색하지만 늘 서로를 생각하고 있던 두사람의 우정에는 변화가 없다는걸 느낄수 있는 장면이 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다.


 

 

 

  "정말 좋은 소녀 소설은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어요, 손님. 어린 시절에든 어른이 되어서든. 매번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뛰어난 소녀소설은 어른이 되어 읽어도 역시 재미있다. 하토리 선생님의 말이 옳다. 그 시절에는 공감할 수 없었던 감정을 내 손바닥 보듯 알게 되는가 하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조역의 빛나는 매력에 푹 빠지기도 한다. 새로운 발견을 얻는 동시에 자신의 성장도 깨닫게 된다. 어린시절에 키운 우정 역시 책갈피를 끼운 곳을 펼치면 책을 덮었을 때의 기억과 분위기가 되살아나듯 몇 살이 되어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몇 번이든 다시 읽을 수 있고, 몇 번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몇번이든 또 만날 수 있다. 다이아나는 서점이 세상에서 재회와 출발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라서 좋아 하는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축복과 희망을 손님들에게 선사하는 그런 책방을 차리고 싶다. (본문 중 320p)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아이였을 때부터 시작해서 자라나는 성장과정을 모두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책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바로 이 책과 <빨간머리앤>의 경우가 그렇다. <빨간머리앤>은 앤이 입양되는 순간부터 학창시절, 처녀시절을 거쳐 학교 선생님이 되고 연애와 결혼을 하고 아이의 엄마되는 과정까지를 모두 보여준다. <서점의 다이아나>에서는 아야코와 다이아나의 초등학생 시절부터 성인이 된 20대 초반까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긴시간동안 다양한 경험과 사건이 생겨나고 그것이 얽히고 설켜 지루할 틈이 없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두 소녀에게는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 강함과 약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었다. 순수한 소녀시절을 거쳐 22살의 어엿한 성인이 될때까지 두 사람은 스스로에게 걸린 저주를 깨뜨리고자 아주 열심히 고분분투하고 있었다. 절로 응원해주고 싶은 두 소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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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김준 지음, 이혜민 그림 / 글길나루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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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행간이 있다. 책 제목부터가 너무나 시다운 책이라 느꼈다. 표지가득 뽀얗게 핀 꽃밭너머로 지붕만 빼꼼이 보이는 집안에 '너' 가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속초에 여행을 갔을때 의도적으로 바다를 찾지 않아도 매일같이 바다를 볼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나와 바다는 하루에 한번 이상씩 우연한 만남을 가진것이다. 시인이 말하는 우연한 만남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너'는 누구일까? 연인? 가족? 혹은 이런 사랑한 대상에 대한 추억이나 그리움 그 자체였을까? 책을 펼치기 전부터 표지와 제목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바라보고 생각했다.

 

 

 

솔직하고 절절한 사랑시들을 읽으면서 그와 함께 자리한 그림에도 시선이 참 많이 갔다. 시가 완성되고 시를 뮤즈삼아 그려진 그림들인지 그린이가 별개로 완성해 놓은 작품들 중 시의 느낌과 잘 맞는 것들을 골라 수록한것인지 그에 대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지만 전자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했다. 시의 제목 또는 시의 장면장면과 그림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믿어졌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내부의 그리움과 정을 끌어내는 그림을 그려왔다는 이혜민 화가의 소개를 보니 시 이전에 그려진 작품일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책의 맨 뒤에는 시집에 수록된 그림들의 작품리스트가 따로 있어서 그림들만도 한눈에 볼수 있어 좋았다.
 

 

 

 

 

남자는 울면 안된다고 하셨죠
/그런데 슬플 /눈물이 대신하는 시간들이/이 남자에게도 오고야 말았네요 - 24p <남겨진 기다림의 자리보다> 부분

 

연인이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드러난 시가 참 많았다. 그 중 남자는 우는게 아니라고 꾸중아닌 꾸중을 들으며 자란 시골 아이는 이제 울음을 숨길수 없는 시간(아마도 어머니를 잃는 순간)을 맞이할만큼 자랐다. 눈물을 흘리며 화자가 떠올리는 장면은 소년시절 남자는 우는게 아니라 한소리를 듣고 집 담벼락에 시무룩이 앉아있던 자신이었다. 어머니가 남긴 그 한소리였다. 그때는 몰랐던 당신이 속에 숨겨둔 슬픈 눈물과 마음을 온전히 다 알기엔 남겨진 자신의 시간이 아직 멀기만 하다.

 

 

 

두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는 표지 중 내게 온 것은 사람없이 하얀 꽃밭이 그려진 버전이었다. 책 안에는 수록되지 않은 작품이라 더 만족스러웠다. 대부분의 시집이 그렇듯이 수록된 그림의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시집의 주인은 시이기 때문일까 수록된 그림들은 시의 인상을 더 깊고 강하게 만들어주는 부수적인 장치가 됨에도 그리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가끔 속지를 가득 채운 그림이 나오면 왠지 반가웠다. 표지에서 시집의 제목만큼이나 그림이 내게 많은 인상을 주어서 일까.
 

 

 

 

 

슬픔은 그대 곁에서 못 본 척 / 제게만 남기고 스쳐 가듯 가면 됩니다

-
95p <느낌 하나도 사랑이란 기억에> 전문

 

 

 

사랑노래의 가사 같기도 하고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같기도 하고 일기장에 써놓고 자기만 몰래보는 연모의 시 같기도 한 글들이, 짠하기도 하고 못견디게 유치하기도하고 동시에 사랑스럽기도 하다. 사랑과 이별, 사랑받은 기억과 상실의 기억은 누구나가 가진 보편적인 기억이기에 집중해서 책을 읽다보면 울컥 치밀어오르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다. 평이하다면 평이한 문장인데도 부분부분 신기하게 눈물이 났다. 그러다 다음장을 넘겼는데 시의 제목이 '울지마세요'였다. 울리고 달래는 것 모두 이 시집이 내게 한 짓이었다.
 

책속의 시들은 보통의 사랑과 이별과 그 후유증을 보통의 언어로 그린 시였다. 한편으론 참 평범하기 그지 없는데, 다른 한편으론 바로 그 점 때문에 평범한 사람인 내가 겪고 느낀 것들과 너무도 닮아있어서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평탄해보이는데 그 안에선 나름대로의 격정적인 요동이 있었다. 이런 애정시들로 가득한 시집은 처음 읽어봤다. 시 때문에 간질간질한 마음도 들고 몇장 걸러 나오는 그림과 시의 매칭에 감탄하며 새삼 다양한 종류의 애정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흔히들 사랑은 이별을 경계로 끝이난다고 생각한다면 시인에겐 이별 후의 후회, 그리움, 추억, 눈물, 희망과 절망까지의 모든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그 모양새가 달라지겠지만 그 누구를 사랑해도 이별 후의 남은 그리움 만은 늘 같다. 시인은 그 공통점을 포착하고 시를 쓴것만 같다. 사랑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유치하고 끔찍하지만 달콤하기도 한 그 사랑의 후희(後嬉)를, 그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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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day 그린 스무디
JJ 스미스 지음, 손유나 옮김 / 살림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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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때 주로 정독을 하는편이라 이런 책도 정독할수 있을까 살짝 의문이었다. 다이어트, 운동, 요리(레시피) 등을 다룬 책은 보통 필요하거나 관심있는 일부분에만 집중하거나 발췌하여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이게 왠일?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었다. 스스로의 몸속 독소를 체크해볼수 있는 테스트도 있었고,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실제로 10일 짜리 클렌징 코스를 체험한 사람들이 남긴 생생한 후기였다. 후기를 남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쁨에 겨워하며 자못 흥분된 상태로 짧막하게 그들의 상태를 알리고 자랑하고 감사해했다. 체중감량을 목표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물론 많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이 경험을 한 후 스스로의 변화에 감탄하고 행복해 하면서 음식과 몸속 독소와 그것을 해독하는 것에 대한 의식을 하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그점에서 이 프로젝트와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이 책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10일 그린 스무디 클렌즈는 열흘동안의 해독프로그램으로 풀클렌즈(Full Cleanse, 매일 세 잔의 스무디, 간식, 물을 마신다) 버전과 모디파이즈(Modified Cleanse, 매일 두 자의 스무디, 간식, 물 그리고 한끼의 건강식을 먹는다) 버전이 있다.(7-8p) 다양한 레시피 중에 취향대로 만들 스무디를 결정하면 저자의 말대로 지루하지 않게 열흘간의 과정을 마칠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자 이 클렌즈과정의 장점은 많이 알려진 만큼 함께 응원하고 정보교환(레시피 등에 관한)을 나눌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맛있는 레시피등을 공개해놓기도 하고, 클렌즈과정의 결과를 자랑하기도 한다. 해독과정이든 다이어트이든 하나의 프로그램을 해나가는데 가장 힘든점이 완료할때까지 지속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인데, 이 과정은 기간이 짧다는 것도 그렇고 그 기간동안 지루하지 않게 포기하지 않게 자극해주는 요소가 꽤 많아서 도전의지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책에 자주 나오는 얘기로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들 중 95%가 2~3년안에 다시 살이 찐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나도 그 95%에 속했고 운동으로 꽤 날렵해졌던 몸이 다시 무거워진 요즘 다시 변화에 대한 욕구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식사나 생활이 좀 일정하지 않은 편이라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최소 5일이상 도전해볼 마음으로 레시피를 결정하고 어제 재료들을 사왔다. 레시피를 알아보고 결정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즐거웠다. 시금치나 상추를 갈아먹는다는게 생소해서 어떤맛이 날지 기대반 걱정반이긴 하지만 나도 책속에 쓰여진 신나는 후기들처럼 열흘 후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 (실제로 해본 후기:사진은 냉장고에 넣기 위해 랩핑한 점심용) 만드는 방법은 재료를 깨끗히 씻는 과정을 제외하면 정말 얼마 시간이 안걸린다는 점에서 간단하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열흘간의 기본 레시피가 아닌 집에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로 선택적용해서 내 첫날의 재료는 잎채소 2줌, 상추 1줌, 키위2개, 바나나2개, 아마씨 2큰술, 물한컵, 얼음 반컵. 채소가 적었는지 물이 적었는지 양이 조금 모자르게 나온것 빼고는 성공적이었다. 키위맛이 강하게 났는데 바나나가 그래도 단백하게 잡아준 느낌. 냄새는 풀냄새가 나긴 했지만 맛은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다. 취향에 따라 과일을 더 넣으면 그냥 과일주스 마시는 느낌으로 먹을수 있을 정도.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스테비아는 구하기 어려울것 같아 이미 포기상태인데 단 걸 좋아하는 사람은 꿀로 대체할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입맛없는 요즘이라 양은 그리 부족하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조금 덜 갈아서 씹는 맛을 내는게 더 나을것 같다. 레시피를 다양하게 시도하지 않는다면 금방 질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평소 먹는양이 많은 사람이라면 클렌징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음식량을 서서히 줄여서 준비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Day 1이다. 남은 날들 성공적으로 클렌징 과정을 마치길 스스로 기원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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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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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화정(華政)'은 정명공주가 광해군에 의해 인목대비와 함께 서궁에 폐서인되어 지낼 때 남긴 글로, 그녀의 길고 긴 삶동안 치열하고 격정적인 정치판에서 그녀를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준 정치기술 및 처세이자 그녀 스스로를 다스린 삶의 태도를 응집해놓은 단어이다. 저자는 쉬이 드러나있지 않은 정명공주의 삶과 그녀가 한석봉의 서체로 유려하고 웅장하게 남긴 '화정(華政)'이라는 두 글자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 의미가 조선조의 다른 어떤 시기나 사건, 인물들과 비교될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하며 이 글을 쓴 것 같다. 책의 첫머리는 정명공주의 탄생으로 시작되지만, 선조대의 임진왜란부터 시작하여 붕당의 시작과 흐름, 광해군의 등극과 폐위, 인조를 거쳐 효종, 현종, 숙종 대까지의 역사를 흐름순으로 살펴보는 꽤 긴 기간동안에 그녀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서궁에 유폐되어 글을 쓰며 힘겨운 시절을 보낸 이야기를 제외하면 인조반정으로 인목대비와 정명공주가 재등장하기까지 그녀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만 화정을 적용할 수 있을 만한 상황마다 저자가 언급해줄 뿐이다.

 

화정에 대한 저자의 거창하다할만한 해석은 둘째치고 정명공주라는 인물은 정말 독특하긴하다. 정명은 선조의 딸로 태어나 이복오빠인 광해군을 거쳐 조카인 인조, 그 뒤로도 소현세자와 효종, 현종, 숙종 때까지의 조선의 기나긴 흐름을 두루 살핀 인물이었다. 그 기간동안 그녀는 정치판의 한가운데 서보기도하고 멀리 변두리로 밀려나 궁핍한 생활을 해보기도 했으며 정반대로 다시 부유의 절정을 맛보기도 했다. 또한 여러 차례의 전쟁을 겪었고 가장 낮은 백성의 삶에서 가장높은 왕가의 삶까지 두루 살아본 사람인 것이다. 6명의 왕을 만나며 그녀는 융숭한 대접과 푸대접을 번갈아 받았다. 왕가의 인물이었음에도 혹은 왕가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때마다 참 다사다난한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그 세월에서 그녀는 함부로 나서거나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늘상 왕과 정치인들은 그녀를 경계하거나 보호하려 애썼다. 자기 자신을 다스림으로 타인을 다스린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뿌리가 되는 근원적 의미가 '화정'이라는 글자에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슬처럼 순식간에 사라져간 왕가의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녀가 그토록 고요하게 하지만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왕가의 식구라는 위치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저자는 그 '무언가'를 화정(華政)이란 글씨에서 찾아낸 것이다.

 

 

 

소설책이라 하기엔 책의 구성이 독특한 책이다. 표지는 평범한 소설책으로 보이는데 책을 펴면 마치 교과서같이 세분화된 목차를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전체를 대략적으로 훑어보면 사진에 그림, 도표까지 있다. 글이 길게 이어져 스토리나 한 인물에 집중되어 있지도 않고, 짧막한 문단들이 저마다 소제목을 가지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시간중심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기록이나 현재 남아있는 유물등을 함께 살피기도 하고 저자가 참고한 다른 책들의 출판사와 제목을 본문에 직접 서술하기도 한다. 형식과 전개방식을 보면 영락없이 교재나 문제집 같아 보이기도한다. 서술자도 작중 인물이나 또는 전지적시점을 가진 가공의 서술자가 아니다. 후자에 가깝기는 하나 책의 머리말에 쓰여있는 작가의 말투와 관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다시 말해 그 시대의 인물들이 상황을 만들어 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면 서술자는 현대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서술하고 평가하며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서술자의 등장은 역사소설에서 어느정도 정형화된 틀을 깨는 시도로 볼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 소설을 소설로 볼수 있느냐하는 의문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난후, 저자에 대해서도 파악한 끝에 이 책이 왜 소설분야로 출간되었는지 더욱 미스테리하다고 느꼈다. 중간 중간 인물들의 "대사"가 나오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이 책을 역사서로 분류해야 마땅할 근거들이 너무나도 많이 보였다. 이 책이 그럴듯하게 구석구석 허구로 가득 채워진 글이 아니라면, 그래서 잘못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독자들에게 남몰래 심어주려는 야심있는 책이 아니라면,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책은 소설이 아니다(직접적인 의미에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쩌면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것을 주지하는 입장에서 소설을 같이 붙여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도 살짝 든다.

 

 

 

정명공주를 포함하여 그녀의 생애와 같은 시기에 살아간 여러 인물들을 다루면서 대척점에 비유할 정도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들(월산대군과 광해군, 광해군과 인조, 정명공주와 소현세자 등)을 비교하는 부분이 더러 있었는데 그러한 부분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인상깊었다. 반면 여러 인물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시간순으로 그 인물의 생을 짚어주는 경향이 있어서 동시대의 사건이 여러번 반복되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역사적 흐름을 자주 반복해주니 역시 역사공부를 하는 기분이 좀 많이 들었다. 실제로 많은 역사적 정보를 배울 수 있었고, 특히 유물 사진(궁이나 릉 등)들에 붙어있는 작은 설명들을 보며 그 역사적 증거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실제로 가본 곳도 꽤 있었다.)을 알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책을 읽고나서 그 장소들을 찾아가보면 생각없이 보았던 때와는 다른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가 시작된지는 좀 지났지만 난 책을 먼저 접했고 이제야 막 드라마 시청을 시작한다. 이미 그 드라마를 보고 있는 지인과 얘기해보니 지금 방영중인 드라마 화정은 책에서의 사실과 똑같이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 차이를 알고 보자니 더 재미있는 요소도 많은 것 같다. 책을 보며 상상했던 인물들이 극중 캐스팅된 배우와 얼마나 같거나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만큼 정명공주와 화정이란 글씨에서 깊은 감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광해군이 '영민하고 어여쁘다' 칭찬한 그녀가 그런 삶을 살지 않았더라면-하고 이래저래 상상해보는 것은 굉장히 유쾌한 과정이었다. 세세한 성격이나 습관은 무엇일까 상상해보는것도 즐거웠다. 이런 개인적이고 디테일한 상상은 드라마와 결부되면 한층 더 재밌게 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의 정체성이 날 고민하게 만들었지만 역사서이든 역사소설이든 굳은 머리를 가동시키고 역사와 역사적 인물에 관심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교육적이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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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 <코스모스>로 우주의 신비를 들려준 천문학자
스테파니 로스 시슨 지음, 이충호 옮김 / 두레아이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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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바쳐도 우주에 대한 모든 것을 알수는 없겠지만 그저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람, 칼 세이건에 대해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읽었던 김영하의 <말하다>라는 책에서 작가 김영하가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있었다. 책을 고르면서 그 사람이 아주 유명한 천문학자이고, 코스모스라는 과학 다큐멘터리와 그를 바탕으로 한 책을 만들었다는 것 정도의 정보만을 알고 있었기에, 책을 만나기전 생긴 이런 사소한 우연이 그와의 만남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어린이용 책이었고 그의 어린시절부터를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유독 하늘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공감과 감동을 줄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고 설렜다.

 

 

책이 오고나서 정말 순식간에 다 읽고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간추리자면 밤하늘에 떠 있는 반짝이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던 소년이 자라면서 더욱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천문학박사가 되었고, 그 후 우주탐사선 등의 우주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여러가지 업적을 쌓았다- 정도의 평범한 전기였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과 상상과 바램이 그의 삶 곳곳에 묻어났고, 어린이용 전기이다 보니 생략된 부분이 있지만 어린이 책이기에 만날 수 있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아주 인상깊었다. 가로로 길다란 책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그림이 아름다웠고 어린이 칼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화면을 회전시켜 하늘높이 떠있는 해와 별을 보여준 장면은 특히 좋았다. 그림을 그린이가 실제 칼 세이건의 광팬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그저 호기심이 많고 밤하늘을 좋아하던 아이는 1939년에 열린 뉴욕 세계박람회에 가게되면서 '미래'에 대해 더욱 더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별과 미래의 모습에 대한 상상을 공부로 연결시켜갔다. 직접 도서관을 찾아가고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던 그 소년은 꿈을 실현시키는데에 있어 굉장히 적극적인 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꾸고 상상하길 좋아하는 아이가 꾸준한 관심과 공부로 실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 칼세이건이라는 인물은 아이들의 귀감으로 삼기에 참 좋은 인물인것 같다. 그는 박사가 된 후로도 상상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tv에 출현하고(자세히 나오진 않지만 아마 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했을테고), '별의 물질'에 대해 알아내었고, 우주탐사선을 쏘아보내고, 그 중 보이저 1호와 2호에 지구만의 특별한 인사말을 함께 넣어보내는 등 다양한 업적을 쌓아나갔다.

 

천문학에 대해 잘 모르고 보이저1호와 2호는 어렴풋이 지구에서 아주아주 멀리까지 나아간 우주 탐사선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보이저1,2호에 들어간 금으로 만든 음반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쩌면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에게 칼 세이건은 각 나라의 인사말과 인간의 심장소리, 음악 등을 지구인의 호의적인 인사말로 삼아 음반에 담아 보냈다. 이러한 사실은 굉장히 로맨틱하고 참 만화 같은 일인 것 같다. 간혹 문학작품에서 이제는 태양권을 벗어나 점점 더 멀어져가는 보이저 1호를 오브제로 이용하는 경우를 본적 있었는데 그만큼의 문학적 감성을 일으킬만한 요소가 충분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상상력은 우리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자주 데려가지만,

                     상상력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다 - 칼 세이건)

 

 

어릴적 아동용 위인전기를 읽은 적은 꽤 있지만 이처럼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본 기억은 없는것 같다. 귀엽고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위인을 마주하는 방법은 참 좋은 것 같다. 더구나 우주라는 우리에게 아직은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배경을 함께하고 있는 인물을 다룬 책이어서 더욱 그랬다. 책속에 그려진 우주만큼 주인공 칼 세이건도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내가 우주에 대한 몽상과 로망이 있는 사람이어서 그런것일지도 모르지만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이 아동용전기가 정말 재미있게, 인상깊게 읽혔다. 우주에 대해 막 관심을 가지는 아이가 읽는다면 지금의 나처럼 눈을 빛내며 좋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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