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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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칭프로젝트의 결과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의 공개와 공유가 목적이었기에 일반의 자유로운 상담보다는 정해진 포멧이 몇가지 있었다. 신청자는 자신의 과거, 현재 고민, 2개월 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어 이메일을 보내면 (이 프로젝트의 상담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에릭이 그들이 앞으로 2주동안 작업하고자하는 내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적어 답신한다. 그리고 2주 후 신청자들은 자신이 보낸 2주동안의 결과보고서를 다시 에릭에게 보내고, 에릭은 그 결과에 대한 반응(격려나 조언등)과 함께 다시 앞으로 3주동안 작업할 내용을 상의한다.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질문이나 잦은 메일 오가는 경우도 생기지만 대략적으로는 이렇다.

 

에릭에게 메일을 보내는 이들은 그가 제한한 대로 예술계종사자 즉 작가, 소설가, 화가, 뮤지션, 조각가, 연출가, 사진작가, 가구제작자, 보석디자이너 등등 꽤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다.(뒤에 지망생이 붙기도 하며, 생계나 기타 이유등을 가진 다른 직업이 붙기도 한다.) 그들의 구체적인 사연을 들어볼 수 있는 것도 드문 기회였고, 그들의 고민이 한결같이 한곳을 향해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스스로가 예술계 종사자도 아니고 아직은 미적지근한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고민에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말로만 듣고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경우를 실사로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2개월간의 단기 프로젝트 그것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들이 계획을 직접 실행한 2주 후 돌아온 결과보고서와 에릭의 답신까지만이다. 몇번 안되는 상담과 2주라는 길지 않은 기간동안 그들은 변화했다. 미미하건 커다랗건 그들이 변화하고 마음을 달리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쩌면 독자들은 이 책에서 고객의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내 말은 조금밖에 되지 않는 것을 흥미롭게 느낄 것이다. 이 책의 90퍼센트는 고객의 글로 채워진다. 거기에 대한 나의 답변은 간단하게 핵심만 언급한다. 나는 최대한 길게 답변을 써야 상대방이 만족하는 것이 아니란 것과, 목표를 설정하고 첫발을 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주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코칭은 세라피(therapy)가 아니며, 나는 과거를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문 중 8p)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말처럼 그에게 코칭을 의뢰한 고객들의 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그 고객들이 보낸 편지가 꽤나 상세하고 길다는 점이 흥미롭다. 늘 바빠서(혹은 그 밖의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그들이 이 편지에 투자한 시간은 어디서 난걸까? 이렇게 사연을 실어 보낸 이들은 적어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들에 비해 열정적인 것 같다.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가진 재능과 가능성, 자신이 해야할 일들 때문에 고민하지만 그럼에도 창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들이 보낸 편지는 어쩌면 하소연같기도하고 자기변명이나 자기반성같기도하다. 그런 그들에게 에릭은 조언한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사람들이 잘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의 처방적은 구체적인 지시사항으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고객 스스로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움직이도록 만든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느끼기도 하고, 아직 갈길이 멀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좋지만 조금 더 나아갈 것인지, 이 정도면 됐다고 자족하며 멈출 것인지에 대한 답은 늘 자신 안에 있다. (본문 중114p)

 

 

다양한 예술분야에 열망을 품고 그에 심취하여 창작에 몰두하고 싶어하는 예술가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 자신이 하는 그 예술창작을 하나이자 전부인 업으로 택하고 살아가는 운좋은 사람들은 그다지 많다는 것도. 대부분의 프로 혹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은 자신이 하고자하는 예술활동외에 다양한 활동(주로 경제적인 이유로)을 겸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늘 직업(해야하는 것)과 예술활동(하고싶은것) 각각의 중요도나 일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후자에 조금 더 치우져지길 바라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 대체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예술가들의 고민은 지극히 현실적이나 사실은 그들은 자신의 예술적 활동이나 창의적재능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으며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지해줄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자신의 지지자를 찾고 싶어한다. 책의 저자인 에릭은 그들에게 달달하고 무조건적인 격려를 해주지는 않는다. 그들의 재능이나 문제들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비교적 자주 해주는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잡고, 창작 활동에 몰입하라'는 그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지난 2주 동안 정말 큰 도움이 된 것은 비록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선생님이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내 친구들은 말로는 나의 창의적인 모습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나더러 집에 들어앉아 작업에 몰두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본문 중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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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따라쓰기 - 하루 10분 쓰면서 배우는
시사정보연구원 지음 / 시사패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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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은 위에서 덮고있는데 그 빛이 검고, 땅은 아래에서 딛고 있는데 그 빛이 누렇다. 하늘과 땅 사이. 즉 이 세상은 매우 크고 넓어서 끝이 없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기울어진다. 별들은 모두 제자리가 있어서 하늘에 고루 펼쳐져 있다. (본문 중 8-9p)

2.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도 크다. 해와 달은 차고 기울며, 별과 별자리들은 벌려 있다. (본문 중 8-9p)

 

 

위에 있는 1번 글을 어디선가 읽어본 적이 있는가? 글로 읽지는 않았어도 미묘하게 익숙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모르겠다고? 그럼 그 밑에 글은 어떠신지? 그래도 모르겠다면 정답을 알려주는 수밖에.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이래도 이 글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다면 그 사람은 한자에 대해 철저하게 외면하고 살아오고자 했던 사람이거나 혹은 아직 한자를 접해보지 못한 미취학아동인걸로 알겠다. 딱히 한자공부를 하지는 않더라도 하늘천따지~ 로 시작하는 천자문을 우리는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고, 설사 그 기억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어찌됐건 그 이름만은 알고있다.

 

하지만 천자문이 1000개의 한자로 이루어져있고 하늘천이라는 한자로 시작된다는 것 말고는 천자문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무지한 편이다. 예전처럼 서당을 다니거나 입으로 한자를 달달 외우진 않더라도 온갖 자격증에 매달려 한자자격증에 덤벼드는 사람들은 참 많은 시대인데 왜 이토록 천자문에 관심이 없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천자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동시에 이 유익한 글이자 글자들을 통해 그네들의 한자공부 및 자격증취득에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 책이다. 알록달록한 표지와 분홍색 속지는 어쩌면 조금 어린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림수일지도 모르지만 내용만은 성인독자들을 스로잡기에도 충분할만큼 충실하다고 느꼈다.

 

 

 

 

 

페이지 구성을 보면 맨위에 (한자를 알고 있다면)눈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한줄로 8글자를 늘어놓았다. 사자성어마냥 딱딱하게 한자만을 놓은것이 아니라 예전에 시를 읊으며 덧붙였을 이음말들이 붙어있어 한자공부를 한 후 부드럽게 읽어보기에 좋게 생겼다. 그 바로 밑엔 짧막하게 요약한 한줄의 한글번역이 있고, 맨 밑에는 4자씩 한자를 묶어 보다 자세한 해석 및 설명을 덧붙였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마치 한자교본이나 펜글씨 책에 있을 것 같은 네모난 박스들이 있다. 위에서 제시한 한자들을 한글자씩 떨어뜨려 음과 뜻, 급수, 부수, 획수, 획순, 한자가 쓰인 단어와 뜻까지 제공한다. 직접 연습하며 써볼 수 있는 빈칸도 3칸있다. 가운데 부분만 보면 한자급수 시험을 위한 수험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른 것은 한자가 놓여진 순서가 천자문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사실 앞서 퀴즈를 내며 이 글을 시작했지만 천자문에 관심은 있으나 무지했던 일인으로써 이책을 통해 천자문이 하나의 시라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관심은 있다하나 공부해야할 대상으로 여겼던 천자문이 평소 그렇게나 즐겨읽던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다르게 보였다. 처음엔 이 책을 통해 교양한자를 공부할 생각이 먼저였는데 머리말을 읽고나니 딱딱한 공부보다 먼저 말랑한 문학작품으로(과연 말랑할지는 읽어봐야 알 문제이지만) 이 책을 먼저 읽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책의 맨 윗부분만을 먼저 읽었다. 한줄짜리 한자구와 한줄짜리 번역만을. 한자는 아는것도 모르는것도 섞여있어 모르는 한자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저 생김만을 보며 주로 한글로 이루어진 한줄의 의미를 새기며 읽어나갔다.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에 이해가 되는 것도 영 무슨말인지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두번째로 맨 밑에 있는 부분만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렸다. 처음보단 조금더 시간이 걸렸지만 훨씬 이해가 갔다. 한자가 박혀있는 있는 책을 읽는 것은 중학교때 한자교과서와 같은 구석은 있었지만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저 책을 읽듯이 읽어내렸더니 마음에 드는 문구도 생겼다. 그 다음엔 책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몇번을 다시 본 것 같다. 맨 윗줄에 쓰인 한자위에 훈음을 손글씨로 써보기도 하고, 모르는 한자를 박스안에 따라 써보기도 하고, 1급과 2급한자에만 따로 표시를 해보기도 했다. 처음엔 차례대로 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기승전결이 있는 다이나믹한 이야기는 아니며, 8자씩 떨어진 그 한줄의 문장 각각이 완성적인 글이 되기때문에 내용파악이 아니라 한자공부를 하기위해서라면 자기 나름대로 편한 방법을 찾아 이 책을 이용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이렇게 나름대로 고민하며 여러가지 방법을 여러번 이 책을 접하자 마음에 들었던 점이 제법 많다. 일단 외적인 면에서 실용성이 있고 읽는 목적에 따라서 읽는 방법을 내맘대로 고를수 있다.(책 제목에서 권하고 있듯 하루 십분씩 한두페이지를 느긋하게 읽고쓰며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는 앞서 이야기 한바가 많으니 생략하고, 내적인 면을 보면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는 책보다는 천자문 스스로 가지고 있는 매력에 가까운데 머리말과 책소개에도 밝혀놓았듯이 천자문은 "동양문명이 이룩한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천문, 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총 망라하고 있" 다. 전문지식이라고 할만큼 깊고 상세한 부분까지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간결하고 또렷하게 넓은 범위의 진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내용상 교훈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다. 인문학열풍으로 최근 더 자주 읽히고 사랑받는 동양철학서들에 스릴슬쩍 끼워놓아도 무방할것 같다.

 

 

어릴적 우리 집에는 작은 천자문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이 책처럼 8글자씩 모아 글로 풀어주는 않았지만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어 한자와 음뜻을 외울 수 있게한 책이었다. 초등학생 때쯤 그 그림을 보며 하늘천따지-하고 우렁차게 읽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한자를 소리내어 읽으면 특유의 음율감을 느끼며 한자에 관심을 가질 '거리'가 생겨난다. 천자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성도 그 거리 중에 하나가 된다고 생각한다. 자격증을 위해서가 아닌 조금은 낯선 인문교양서 혹은 고전문학서라고 생각하고 천자문을 처음 접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이러한 내 바람과 한자공부에 필요한 학습성을 두루 갖춘 책이다. 그만큼 다양한 유형의 독자층에게 사랑받을 책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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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ksk 2021-10-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이있는 리뷰 잘 보았습니다!
 
맥주 맛도 모르면서 - 맥주에 관한 두 남자의 수다
안호균 지음, 밥장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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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대한 조금은 덜 정리된 지식과 깊디깊은 애정을 담아 완성된 이 책은 책의 부제처럼 정말 "맥주에 관한 두 남자의 수다"노트였다. 맥주에 대한 여러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들이 이야기하는 맥주의 맛과 풍미를 떠올리기까지해가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치며 읽어나갈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몇가지 맥주 이름을 배우고 그 맥주들에 대한 에피소드 몇가지만을 흡수하며 그럭저럭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저자들의 애정과 지식이 깊어서인지 사실 맥주 초보자들에게 그리 친절한 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첫부분인 <맥주인문학 : 맥주에 관한 07가지 이야기>은 저자에게 있는 맥주에 관한 에피소드나 추억과 그에 연결된 깨달음(사실 그렇게까지 깊지는 않은 것 같고 주로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는 사연쪽에 더 집중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을 풀어놓았다. 이 부분까지 읽었을 때는 사실 맥주라는 주제로 쓰인 가벼운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었다. 저자와 나이대가 비슷하거나 야구장에 가서 마시는 맥주를 사랑하는 분들이 독자가 되었을 때는 나와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책의 전체 중에서 가장 몰입도가 떨어졌던 부분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맥주에 대해 조금은 더 친절한 소개나 설명을 기대하고 있던 터라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세계맥주 탐방기 : 세계 맥주에 관한 07가지 이야기>는 조금 더 친절해진다. 하나의 글에서 하나의 나라를 다루고 있어서 더 집중력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은 복잡할 수 있는 이야기를 큼직한 삽화가 보조해준 것도 효과적이었다.

 

맨 마지막 파트이자 표제를 그대로 따온 <맥주에 관한 두 남자의 수다 : 맥주를 둘러싼 22가지 이야기>는 맨 앞에서 보았던 맥주인문학보다 더 사소하고 짧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된다. 수다라고 이름 붙인 것처럼 마치 문자나 카톡창같이 두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글쓴이와 저자가 나누는 대화는 정말 맥주 한잔 걸치며 혹은 맥주한잔을 간절히 바라며 나누는 대화같이 편안하고 솔직하고 조금은 쓸데없다.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길맥, 혼맥, 맥맥 등 조금은 낮설지만 들어보면 누구나 아! 하고 알게되는 사소한 맥주애호가들의 은어도 몇가지 알려준다.(차례대로 길에서 마시는 맥주, 혼자먹는 맥주, 맥주에 맥주)

 

 

 

맥주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은 결코 어려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맥주가 어디 글로 배울 수 있는 분야의 것이던가. 약간은 아쉬워도 가볍게 읽고, 맥주를 즐기는데 보탤수 있는 이야깃거리로 읽어보자. 맥주는 마시고 싶고, 같이 마셔줄 사람 없이 심심한 밤에 이 책을 친구삼아 마시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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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 -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너, 나, 우리의 16가지 고민
송가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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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의문문이다. 이렇게 물음표가 많이 사용된 책은 처음본다.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것이겠지만. 인문학은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저자가 20대의 고민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놓으며 이미 전제로 깔아놓은 문장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속시원이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볼 필요는 있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수 없는 우리가 이미 겪었거나, 겪는 중이거나 앞으로 다가올 현실적인 문제들(연애, 결혼, 취업, 학력, 진로, 도전, 실패, 자아, 자기애 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답답하지만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 나 혼자만이 아니라 지금은 젊은 세대 전부가 함께 하고 있는 고민들을 이야기한다.

 

 

 

20대로서 이 책을 꼼꼼히 읽으려 노력했다. 다른 이들의 서평도 읽어보았지만 현재 20대들이 공감할 이야기-라는 리뷰 밖엔 보이지 않는다.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이 책은 아직 미완성인 느낌이 강하다. 아마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일 작가의 주변이야기가 사례로 꽤 많이 들어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작가의 나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책의 제목도 그렇고 20대 혹은 젊을 세대를 대변할 마음으로 책을 썼다면, 실제 나이를 안다면 독자로서는 그 세대의 작가가 겪었을 실제상황을 더 자세히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고, 얇팍한 마음일지라도 한 편(team)으로서 더한 동질감과 공감, 응원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책 제목을 저자가 직접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우리'라는 표현을 썼으면서도 왠지 작가 본인은 분리시키려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개인적으론 아쉽고 좀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함께 겪어나가고 있을 지금을 최대한 정리하고 도움이 될 이야기들만 추려 적어보고자 했을 테지만, 조언도 현황보고도 아닌 조금 애매한 관점의 책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인문학적인 책은 처음 적은 이야기처럼 답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기 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연결해주고 우리가 잘 몰랐던 부분이나 잘 생각하지 못하는 영역으로의 생각을 확대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낯선 쪽으로의 생각을 끌어주기 위해서는 뚜렷한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민거리들은 친숙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여기저기로 가지를 뻗거나 혹은 이미 복잡적인 이유나 상황을 배경으로 생겨나는 문제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16가지 고찰'로 나뉘어놓은 각 파트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그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내용이 반복적이거나 얕은 부분만을 보고 있는 면이 없지 않았다. 문제의 범주문제도 있겠지만 작가의 첫 작품이라서인지 필력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실제 우리 모습은 오히려 이타적이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이익인 일, 타인이 좋아하는 일만 한다. 우리는 자신의 선호보다 타인이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이 하고픈 공부보다 타인들이 주로 하는 공부를 하려 한다. 자신의 적성보다는 남들이 평가할 때 좋은 직업인 교사가 되려 하고, 자신의 바람보다는 남들이 좋은 직장이라 말하는 공기업과 대기업 입사하려 한다. 여기에 자신의 이익이나 관심이 있을 리 없다. 우리들의 이기심은 이미 오래전에 개에게 줘 버렸다. - 본문중 192p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문제중에 표제와도 관련있는 '우리의 이기심'에 대해 작가는 위와 같이 이야기한다. 이기적, 이타적의 정의가 일반적인 의미와 조금 다를지 몰라도 맞는 말이다. 우리는 항상 '나'에 대해 집중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현재의 10대 20대들은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따위 없다.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한채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한다. 처음 학교에 입학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마치 게임처럼 하나를 끝내면 '당연히' 해야 할 다음 단계가 나타난다.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 어떤 것을 하게 될지 몰라도 다음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고 수월하게 다음 단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하는 '공부'에 집중하라고 한다. '공부'로 축약되는 학창시절의 모든 노력과 시간들에는 '나'를 끼워넣을 틈이 너무나도 작다. 매번 있던 다음 단계가 사라지는 대학졸업 즘에야 우리는 고민을 시작한다. 남은 인생을 나로 살기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 하지만 익숙치 않은 고민은 될수 있는 한 뒤로 미루고 싶다. 그래서 대부분이 하는 선택을 다음 단계로 삼는다. 그 단계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길었지만,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기적(利己的)이라고 하기에는 자신(己)에 대해 너무 모른다. 언제까지 고민만 하고 있을거냐 시간을 붙잡아놨냐 타박해도 어쩔수 없다. 우리 스스로도 굉장히 답답한 현실이다.

 

 

 

이 책은 20대를 타겟으로 나온 책일지 모르지만, 사실 더 넒은 나이대의 독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느꼈다. 답답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 현 상황의 우리들의 모습은 더 이상 공감하고만 있을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들은 그 모습을 알고 있다. 알고싶지 않아도, 굳이 이 책에서 세세하게 들고 있는 사례나 대화를 읽지 않아도 주변에서 늘 보아오고 본인이 겪고 있으니. 그러니 이 책은 이미 지나온 20대를 잊은 '어른'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겪고 있는 실제적인 상황과 고민들을 조금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좋겠다. 사회적인 배경을 가지고 생겨난 문제들이 많으니 여러 세대가 함께 풀어나갈 방법을 찾아내고 싶다. 20대라는 것은 신체적인 나이의 범주이다. 교육이 늘어나 사회로의 첫 발디딤이 늦어지는 만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초년생인 우리들은 개인적인 문제에 더해지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 못난 모습을 꼬집고 있기에 읽는데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제 몫을 해내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이 가장 바쁘게 이루어지는 시기가 청년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함께 토론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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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온 랄프 로렌 보그 온 시리즈
캐틀린 베어드 머레이 지음, 이상미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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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이어도 랄프로렌의 이름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딱 그 정도의 사람이었다. 랄프로렌? 패션계쪽에서 유명한 이름아닌가- 하는 정도. 그의 내력이나 디자인 철학은 고사하고 국적이나 어디에서 주로 활동하는지, 어느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이너인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보그온 시리즈에서 맛보기로 보여준 몇장의 사진만으로도 이번에 출시된 4명의 디자이너(랄프 로렌/위베르 드 지방시/코코 샤넬/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중 가장 끌리는 사람을 꼽으라면 랄프로렌의 책이 보고 싶었다. 취향도 있었지만 모르는 만큼 호기심이 크게 일었다. 그리고 랜덤으로 도착하는 배송에서 운좋게도 랄프로렌의 책이 내 손에 떨어졌다!

 

 

 

 

랄프로렌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들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남성복과 여성복은 물론 인테리어 생활용품, 테일러링 슈트, 서부스타일, 이브닝웨어, 스포츠웨어, 승마복, 레드카펫 드레스까지 손대는 것마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 해온 그의 옷들은 모든 이를 위한 가장 미국스러운 옷'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해보인다. 그는 인간적으로도 옷에 있어서도 미국적인 관점을 잃지 않았다. 예를 들어 그는 미국인의 '개척자'적인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서부스타일의 컬렉션을 만들어냈고, 테일러링 슈트를 비롯한 정장 및 드레스를 만드는데에 있어서도 당시 미국인이 보기에 귀족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한다. 러시아인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나고자란 미국이란 나라를 스스로도 사랑하기에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칼라거펠트가 말했듯이 그는 언제나 브랜드를 변화시키는 사람인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옷의 장르에 확고한 핵심만은 잃지 않으며 새로이 발을 뻗어 꾸준하지만 늘 변화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분야와 스타일에도 그가 놓지 않은 핵심적인 키워드는 클래식우아함이라고 한다. 남성복과 여성복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들은 정장스타일인데 당시 미국인들이 보길에 우아하고 귀족적인 영국 런던의 스타일에서 여러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귀족적인 우아함은 그의 다양한 컬렉션 어디에서든 잊지 않고 다루어진다. 또 한편으로 그가 추구한 것은 편안함 혹은 자연스러움이었던 것 같다. 멋과 편리를 한꺼번에 포함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테지만 그는 특히 여성복과 스포츠웨어에서 이러한 부분에 강점을 둔(멋과 편안함을 두루 갖춘) 옷들을 탄생시켰다. 본문에 나온 비리텔라의 의견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비리텔라는 "로렌의 옷은 패션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여성을 위한 옷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성은 자신이 옷을 입는 주체여서 옷이 자신을 입어 버리게 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감이 넘쳐서 부자연스럽거나 가식적인지도 않고 지나치게 멋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비록 남성복을 모티프로 했지만 브랜드의 시작과 동시에 특유의 철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다." - 본문 중 44p

 

 

 

 

그가 폴로나 랄프로렌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낸 옷(혹은 콜렉션)들은 보그의 잡지촬영을 통해 그 멋스러운 사진들이 잔뜩 남아있다. 랄프로렌을 모르고 이 책의 글들을 읽지 않았다하더라도 책에 실린 몇장의 사진들을 주의깊게 보노라면 그 사진 혹은 사진속의 의상에 매혹당한 자신을 발견할 것 이다. 나 역시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아내 리키를 위해 만들었던 초기의 매니쉬한 스타일의 정장과 테일러링 스타일의 옷들이 특히나 멋져보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오래된 스타일임에도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듯 현대에도 통할 법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의 여성복은 키가 크고 가슴이 납작한, 주로 모델체형의 여성에게 주로 어울린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8-90년대 미국의 웰빙붐이후 자신의 몸을 가꾸는 것까지도 패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했던 만큼 그의 옷은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자신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되어진다. 패션계에서 50년이상 활동하고 여전히 그 세계를 주름잡는 한 브랜드수장의 이야기와 콜렉션을 책 한권으로 모두 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부분일지라 하더라도 패션계에서 혹은 일반 소비자들에게서 그의 옷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는 충분히 증명되어진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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