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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 -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너, 나, 우리의 16가지 고민
송가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7월
평점 :
제목부터 의문문이다. 이렇게 물음표가 많이 사용된 책은
처음본다.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것이겠지만. 인문학은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저자가 20대의 고민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놓으며 이미 전제로
깔아놓은 문장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속시원이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볼 필요는
있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수 없는 우리가 이미 겪었거나, 겪는 중이거나 앞으로 다가올 현실적인 문제들(연애, 결혼, 취업, 학력, 진로,
도전, 실패, 자아, 자기애 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답답하지만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 나 혼자만이 아니라 지금은 젊은
세대 전부가 함께 하고 있는 고민들을 이야기한다.
20대로서 이 책을 꼼꼼히 읽으려 노력했다. 다른 이들의 서평도
읽어보았지만 현재 20대들이 공감할 이야기-라는 리뷰 밖엔 보이지 않는다.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이 책은 아직 미완성인 느낌이 강하다.
아마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일 작가의 주변이야기가 사례로 꽤 많이 들어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작가의 나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책의 제목도 그렇고 20대 혹은 젊을 세대를 대변할 마음으로 책을 썼다면, 실제 나이를 안다면 독자로서는 그 세대의 작가가
겪었을 실제상황을 더 자세히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고, 얇팍한 마음일지라도 한 편(team)으로서 더한 동질감과 공감, 응원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책 제목을 저자가 직접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우리'라는 표현을 썼으면서도 왠지 작가 본인은 분리시키려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개인적으론 아쉽고 좀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함께 겪어나가고 있을 지금을 최대한 정리하고 도움이 될 이야기들만 추려 적어보고자 했을
테지만, 조언도 현황보고도 아닌 조금 애매한 관점의 책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인문학적인 책은 처음 적은 이야기처럼 답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기
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연결해주고 우리가 잘 몰랐던 부분이나 잘 생각하지 못하는 영역으로의 생각을 확대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낯선 쪽으로의 생각을 끌어주기 위해서는 뚜렷한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민거리들은 친숙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여기저기로 가지를 뻗거나 혹은 이미 복잡적인 이유나 상황을 배경으로 생겨나는 문제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16가지 고찰'로 나뉘어놓은
각 파트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그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내용이 반복적이거나 얕은 부분만을 보고 있는 면이 없지 않았다. 문제의 범주문제도
있겠지만 작가의 첫 작품이라서인지 필력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실제 우리 모습은 오히려 이타적이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이익인 일, 타인이 좋아하는 일만 한다. 우리는 자신의 선호보다 타인이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이 하고픈 공부보다 타인들이
주로 하는 공부를 하려 한다. 자신의 적성보다는 남들이 평가할 때 좋은 직업인 교사가 되려 하고, 자신의 바람보다는 남들이 좋은 직장이라 말하는
공기업과 대기업 입사하려 한다. 여기에 자신의 이익이나 관심이 있을 리 없다. 우리들의 이기심은 이미 오래전에 개에게 줘 버렸다. - 본문중
192p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문제중에 표제와도 관련있는 '우리의
이기심'에 대해 작가는 위와 같이 이야기한다. 이기적, 이타적의 정의가 일반적인 의미와 조금 다를지 몰라도 맞는 말이다. 우리는 항상 '나'에
대해 집중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현재의 10대 20대들은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따위 없다.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한채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한다. 처음 학교에 입학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마치 게임처럼 하나를 끝내면 '당연히' 해야 할 다음 단계가 나타난다.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 어떤 것을 하게 될지 몰라도 다음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고 수월하게 다음 단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하는 '공부'에 집중하라고 한다. '공부'로 축약되는 학창시절의
모든 노력과 시간들에는 '나'를 끼워넣을 틈이 너무나도 작다. 매번 있던 다음 단계가 사라지는 대학졸업 즘에야 우리는 고민을 시작한다. 남은
인생을 나로 살기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 하지만 익숙치 않은 고민은 될수 있는 한 뒤로 미루고 싶다. 그래서 대부분이 하는 선택을 다음 단계로
삼는다. 그 단계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길었지만,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기적(利己的)이라고 하기에는 자신(己)에 대해 너무 모른다. 언제까지 고민만 하고 있을거냐 시간을 붙잡아놨냐
타박해도 어쩔수 없다. 우리 스스로도 굉장히 답답한 현실이다.
이 책은 20대를 타겟으로 나온 책일지 모르지만, 사실
더 넒은 나이대의 독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느꼈다. 답답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 현 상황의 우리들의 모습은 더 이상 공감하고만 있을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들은 그 모습을 알고 있다. 알고싶지 않아도, 굳이 이 책에서 세세하게 들고 있는 사례나 대화를 읽지 않아도 주변에서 늘
보아오고 본인이 겪고 있으니. 그러니 이 책은 이미 지나온 20대를 잊은 '어른'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겪고 있는 실제적인 상황과
고민들을 조금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좋겠다. 사회적인 배경을 가지고 생겨난 문제들이 많으니 여러 세대가 함께 풀어나갈 방법을
찾아내고 싶다. 20대라는 것은 신체적인 나이의 범주이다. 교육이 늘어나 사회로의 첫 발디딤이 늦어지는 만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초년생인 우리들은 개인적인 문제에 더해지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 못난 모습을 꼬집고 있기에
읽는데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제 몫을 해내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이 가장 바쁘게 이루어지는 시기가
청년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함께 토론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