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떤 꿈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 오십에 발레를 시작하다
정희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12월
평점 :
교통사고, 낙상사고, 갱년기까지 한꺼번에 찾아온 몸의 고난으로 마음의 침잠까지 경험하던 시기, 저자는 조금 더 자신에게 집중하고자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자 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바로 발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이야기한다. 이 책을 쓴 건 발레를 권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고. 누구나 마음에 숨겨둔 어떤 열망이 있을 것이고, 자신의 무모한 시작을 보며 그 사실을 한 번쯤 상기해 내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어릴 적 발레리나를 꿈꾸기도 했지만 선수가 되려고 발레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취미이자 운동으로 만난 발레를 일주일에 한 번씩 1년 이상 지속해왔다고 한다. 발레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주변 누구에게 발레한다 말하진 않고 도둑 발레를 하며 그 은밀한 즐거움마저 만끽하는 저자가 은근 귀엽다.
이전에도 에세이를 출간하며 꾸준히 글쓰기를 해왔다는 저자는 글쓰기, 발레, 시 등등 좋아하는 것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며 자신의 사색을 글로 담기도 하고, 자신의 삶과 경험을 발레에서 배운 것들과 연결 지어 글을 쓰기도 했다. 몸, 나이, 아름다움 등 발레에서 떠올릴법한 흔한 이야기부터, 편견이나 주저함,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글쓰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낸 것에 비해 글이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라 편하게 읽었다.
발레를 시작한 후로 나의 글쓰기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둘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렇다. 발레와 글쓰기, 둘 다 아무도 나에게 시키지 않았다. 그냥 좋아서 한다.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니다, 하는 동안은 무척 힘들다, 그런데도 계속한다, 심지어 가끔은 짜릿하게 재미있다. 인생에 이런 건 하나로 족하련만 나에겐 둘이나 있다. (본문 중 149p)
발레 그 자체나 취미로서 혹은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서의 발레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거나 홍보하는 책은 아니지만, 드문드문 글 속에서 문화센터 등을 통해 접하는 발레 수업의 분위기 정도는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하는 혹은 어릴 때부터 은밀히 꿈꾸던 무언가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 여러 경험에 대해 열려있는 시대이니 이제부터 찾더라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냥 좋아서 하는 취미 하나쯤 찾아두면 삶의 활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주는 소소한 이야기.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