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를 주우러 다닙니다 - 탐석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 가이드북
애완돌 키우는 T.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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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애정을 쏟는 일은 기본적으로 꽤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대상이 돌이라면 어떨까? 한때 애완돌 키우기가 제법 유행한 시기가 있었다. 자신만의 '힐링'이나 '소확행' 등 바쁜 현대인들이 위안 받을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다 발견한 취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여는 글에도 '돌에는 마음이 없으니 헤아리지 않아도 된다'라는 표현이 나와서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꽤 적절한 취미라고도 느껴졌다.


크게 3부로 나눠진 본문 중 1부에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돌 수집에 관련한 입문 스토리가 함께 나온다. 2부에는 조금 더 본격적인 돌 수집 취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동호인들의 인터뷰도 함께 실려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부제에 나와있는 '탐석'이라는 단어에 관심이 가서 읽고 싶었는데, 실제로 자신만의 돌을 찾아 나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탐석 가이드북'은 책의 후반부인 3부에 나와있었다.



돌 수집에 어떤 의미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이 취미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지 다소 낯선 이야기들을 읽다가도 본문 곳곳에 삽입된 저자의 돌 컬렉션에 눈이 자꾸 간다. 돌의 이름과 종류 등은 다소 어려워도 그 사진들을 보며 동기부여가 되는 이들이 꽤 많을 것 같다. 단순 수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향에 따라 기록하고 자랑하고 때론 나누기도 하며 들기는 방법이 단일하지 않다는 것도 흥미롭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도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희소성도 있고, 제 맘에 드는 돌을 찾아 수집하는 것은 보석을 수집하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탐석이라는 활동을 통해 직접 찾아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의욕과 지식과 장소에 따라 난이도는 다양하겠지만 해변가에서 예쁜 돌을 줍는 정도로 시작한다면 어떨까? 다양한 취미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끌릴 만한 이야기, 탐석과 돌 수집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를 함께 전해주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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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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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시와 소설과 문장들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소환되고 소비되는 것 같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시 100편을 모아두었고 넉넉하게 옆자리 비워두어 필사할 공간을 남겨두었다. 책에 바로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 시를 담은 페이지도, 필사를 위한 페이지도 디자인이 깔끔하고 부드럽다. 시의 제목과 헤세의 이름, 그리고 조그맣게 그려진 몇몇 그림들이 눈이 편안한 그린 계열(올리브그린?)로 통일되어 더 그런 인상이 남은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헤세의 시는 편지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했다. 친구에게 연인에게 신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시. 시의 제목들은 담백하게 어떤 시기나 장소의 이름을 적어두기도 하고, 날씨나 어떤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하기도 해서 목차를 보며 더 일기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저녁 파티'같은 시는 정말 작가가 어떤 파티에 초대받아 있었던 일을 집에 돌아와 자신의 일기장에 적어둔 글 같았다.   


훌륭한 정원사였던 것이 영향이 있는지 계절을 노래하는 시들도 좋았다. 시는 읽을 때마다 마음에 남는 것이 다르고, 시의 어떤 부분에 깊이 공감하거나 감상을 남기는 건 지금의 내 상태가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해 늘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그냥 지금 시기에 잘 어울리는 시를 하나 골라 필사해 보았다. 그래도 평소 사용하는 필사 노트가 있는지라 이 책은 당분간 시를 음미하며 깨끗한 채로 둘 것 같다.




필사집의 제목도 시구절 가운데 하나이다. 시집의 제목이 드러난 시를 찾아보는 것도 시집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인지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표제작이 나오길 기다렸다. 해가 바뀌고 무언가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으면서도 괜히 조급한 마음이 들었는데 헤세의 시를 읽고 쓰자니 조금 마음의 속도가 느긋해진 기분이다. 헤세의 시를 느긋하게 음미하고 싶은 이들에게, 하나하나 따라 적어가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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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꿈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 오십에 발레를 시작하다
정희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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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낙상사고, 갱년기까지 한꺼번에 찾아온 몸의 고난으로 마음의 침잠까지 경험하던 시기, 저자는 조금 더 자신에게 집중하고자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자 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바로 발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이야기한다. 이 책을 쓴 건 발레를 권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고. 누구나 마음에 숨겨둔 어떤 열망이 있을 것이고, 자신의 무모한 시작을 보며 그 사실을 한 번쯤 상기해 내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어릴 적 발레리나를 꿈꾸기도 했지만 선수가 되려고 발레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취미이자 운동으로 만난 발레를 일주일에 한 번씩 1년 이상 지속해왔다고 한다. 발레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주변 누구에게 발레한다 말하진 않고 도둑 발레를 하며 그 은밀한 즐거움마저 만끽하는 저자가 은근 귀엽다.


이전에도 에세이를 출간하며 꾸준히 글쓰기를 해왔다는 저자는 글쓰기, 발레, 시 등등 좋아하는 것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며 자신의 사색을 글로 담기도 하고, 자신의 삶과 경험을 발레에서 배운 것들과 연결 지어 글을 쓰기도 했다. 몸, 나이, 아름다움 등 발레에서 떠올릴법한 흔한 이야기부터, 편견이나 주저함,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글쓰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낸 것에 비해 글이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라 편하게 읽었다.


 발레를 시작한 후로 나의 글쓰기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둘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렇다. 발레와 글쓰기, 둘 다 아무도 나에게 시키지 않았다. 그냥 좋아서 한다.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니다, 하는 동안은 무척 힘들다, 그런데도 계속한다, 심지어 가끔은 짜릿하게 재미있다. 인생에 이런 건 하나로 족하련만 나에겐 둘이나 있다.  (본문 중 149p)


발레 그 자체나 취미로서 혹은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서의 발레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거나 홍보하는 책은 아니지만, 드문드문 글 속에서 문화센터 등을 통해 접하는 발레 수업의 분위기 정도는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하는 혹은 어릴 때부터 은밀히 꿈꾸던 무언가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 여러 경험에 대해 열려있는 시대이니 이제부터 찾더라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냥 좋아서 하는 취미 하나쯤 찾아두면 삶의 활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주는 소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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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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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자를 '나의 멋진 방'으로 삼고 무럭무럭 자라나던 아기 고양이가 더 이상 자신의 몸을 감당하지 못해 찢어진 상자를 벗어나 새로운 '내 방'찾기에 나섰다. 이런저런 방이 있다는 광고지들을 찾아 연락을 하고 직접 방을 구경하러 가는데 다른 동물들의 방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어 영 고양이에게 딱 맞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발품을 파는 고양이는 과연 좋은 방을 찾을 수 있을까?


곽수진작가님은 글 없는 그림책으로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사일런스 북 분야)에서 1등을 수상한 적이 있고, 국내에서는 가수들의 노랫말을 글밥으로 한 노래 그림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글 없는 그림을 좋아하고 동글동글 귀여운 느낌의 그림체가 예뻐 눈여겨보고 꾸준히 찾아보는 작가님 중 한 분인데 이번 그림책에서는 특유의 그림체로 그려진 여러 동물들을 잔뜩 볼 수 있다.





고양이가 상자 좋아하는 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인데, 상자를 방으로 여겨 상자 잃은 고양이가 인간처럼 방을 찾는 과정을 거치는 게 재미있다. 사람도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방을 구하는 게 어려운데, 자기 몸이 들어갈 크기의 상자 하나면 되는 고양이에게도 방 찾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이야기를 끝까지 보고 책 맨 뒤에 보면 크기도 제각각인 상자마다 고양이들이 들어가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방을 주장하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그림책은 짤막하지만 그 대신 책 곳곳(혹은 그림 속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포인트를 찾는 것도 재미있는데 각각의 동물들이 자신의 방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찾아보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동물들의 방은 또 어떤 모습일까.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마냥 좋아할 것 같고, 방이나 집을 구하는 것 등 경제적인 상식을 가볍게 알려주는 용도로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며 몸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방을 직접 찾아 나서게 될 미래의 자신을 상상할까? 각자 자신이 원하는 집은 어떤 모습일지, 책의 결말이 해피엔딩인지 아닌지를 함께 이야기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고양이의 집 구하기 과정을 담은 <고양이는 이사 중!>은 귀여운 그림과 집에 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는 그림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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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레대레댑댑 웅진 모두의 그림책 57
윤지혜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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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서 나고 자라는, 풀이라는 정적인 주인공을 데리고 이렇게 리듬감 넘치는 그림책을 그려내다니 재미있고 감탄스럽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댑싸리라는 친숙하면서 낯선 주인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사계절을 거쳐 자라고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을 관찰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댑싸리는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빗자루의 재료로 쓰여 집집마다 심어두곤 했던 한해살이풀이라고 한다.


가을이면 빨갛게 물이 들고 바짝 마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빗자루의 마른 갈색으로 변한다. 빗자루로 만들 수 있는 유용함과 초록색, 붉은색을 띠며 풍성하게 자라나는 댑싸리는 관상용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가을이면 예쁘게 물이 들어 가끔 핑크 뮬리와 혼동되기도 하는데 핑크 뮬리는 외래종이자 여러해살이 풀이라고 한다.



이름은 몰라도 시골집 가면 하나씩은 있던 싸리 빗자루를 생각해 보면 댑싸리는 한국인에게 꽤 익숙한 식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에는 마당 있는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적으니 댑싸리가 무엇일지 모를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이 그림책은 댑싸리가 마당(혹은 집이나 밭 주변)에 심어져 한 해 동안 여러 고초를 겪고 가을에 물이 들어 느긋해질 무렵 인간에 의해 (빗자루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담는다.

페이지당 글밥이 매우 제한적이라 글보다 시나 노래 가사 같기도 했는데 그림 속 댑싸리 가족이 저마다 데레데레데레, 댑 추임새를 넣어주는 게 묘하게 흥을 돋고 귀엽기도 하다. 그리고 책의 맨 마지막 큐알코드를 따라가보면 진짜 랩으로 만들어진 <대레대레댑댑>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동영상을 놓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묘한 중독성이 있어 한번 보면 그날 하루는 머릿속에 맴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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