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수산나 이세른 지음, 로시오 보니야 그림, 윤승진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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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야기는 숲으로 버섯을 따러 간 마리나의 이야기다. 마리나는 숲에서 빈 통조림 깡통에 발이 끼는 사고를 당한다. 그때 숲속의 작은 동물들이 마리나를 도와 깡통을 빼주고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집에 도착한 마리나는 자신의 방에 들어와 마음대로 자기 물건을 가지고 노는 동생을 발견하지만 화를 내지 않고 너그러이 동생을 대한 덕에 호르헤가 따듯한 마음 한 조각을 이어받는다. 호르헤는 또 다른 친구에게,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에게, 따듯한 마음 조각은 여러 아이들을 이어주게 되는데...  


이렇게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받은 진실하고 따듯한 마음 한 조각을 자신 안에 스며들게 하고, 또 그 조각이 필요한 누군가를 발견하면 자연스레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이 선순환이 계속되며 아이들이 자연스레 함께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알게 되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따뜻한 마음 조각을 주고받는 상황은 이처럼 매우 다양해서 친절, 용서, 양보, 배려, 관심, 공감 등등 다양한 말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표현이 '표용'이라고 생각해 제목이 된 것 같은데, 대놓고 그 단어의 뜻풀이를 해주는 책이라기보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여러 가지 상황과 서사를 자연스레 풀어내며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감동적인 책.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라고 느꼈다. 내용도 그림도 아름답고 섬세하고 풍부해서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추천해 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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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날
이나 소라호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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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정하게 웃고 있는 남자, 겉표지를 벗기면 일상 사진이 담긴 사진 보관함이 열려있는 스마트폰 화면. 은근히 암시하듯 사진이나 카메라가 이야기들의 중심 테마로 등장한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노년의 부부, 항상 찍어주는 역할만 해서 사진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은 아빠, 길고양이를 키우는 사진을 SNS에 공유해 조언과 잔소리를 듣는 남자, 여행이나 특별한 체험을 하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 등등 




카메라가 보편화되기 이전엔 결혼식, 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만 주로 사진을 찍었다면, 요즘은 화질 좋은 핸드폰 카메라로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예쁜 것을 발견할 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록할 때, 관심 가는 게 생겼을 때 등등 언제든 카메라(스마트폰)를 꺼내든다. 그리고 그 사진을 주변 사람에게 간단하게 보내거나 누구든 볼 수 있는 공간에 공유하기도 한다. 예전엔 특별한 날에만 찍었던 사진이 이젠 특별하지 않은 날도 기록해 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꼭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소중해지는 어떤 순간들이 있는데 이 만화는 그런 평범한 나날들을 이야기로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림체도 마음에 들고 언제든 펴서 읽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들이라 좋다. 책의 주제나 이야기들에 대해 딱히 불호는 없을 것 같은 책.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들이 등장해서 누구나 공감할 부분 한구석쯤은 찾아낼 수 있는 힐링 만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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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해태
조 메노스키 지음, 박산호 옮김 / 핏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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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으며 도시를 수호하는 해태,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 불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서울을 배경으로 한국의 영물과 그리스로마신화 속 존재들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니? 과연 어떤 인물들이 등장하고 어떻게 이야기가 벌어질까 무척 궁금한 책이었다. 스타트랙 드라마작가이자 프로듀서라는 이력을 가진 작가가 쓴 해태의 이야기는 꽤 드라마틱 했다. 등장인물이 많았고, 하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전개의 폭이 매우 넓었고, 극적인 사건과 장면도 꽤 다분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를 소설로 접하는 것도 꽤 좋았지만, 드라마로 제작하는 걸 염두에 쓴 것인가 싶을 정도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민속학자로서, 이제 우리는 이런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존재들은 우리의 상상에만 있는 게 아니라 상상의 세계에 실제로 있다가 가끔 우리 세계로 넘어오기도 합니다. " ( 본문 중 43p​ )


설 해태는 총 3개의 챕터가 있다. '1. 해태의 탄생'은 윈디가 자신이 젊었을 때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자신이 클럽 H(혹은 클럽하우스, 혹은 해태 군단)의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 異 세계의 만남' 에서는 해태가 존재는 것처럼, 신화 속 영물 혹은 신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을 믿는 몇몇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신적 존재(가 가진 이점)를 현실로 끌어낼 수단으로 해태를 꼬여 내려 하는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해태인 윈디에 의해 그들의 의도와는 다른 결말을 맞는다. '3. 모두의 힘'은 2부에서 벌어진 모종의 사건으로 본디 서울에 있던 영물은 물론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던 올림포스 신들이 하나 둘 대한민국에 나타나 제멋대로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줄거리를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섞여있긴 한데 드라마를 보듯 재미있게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외국인 작가가 쓴 소설이기에 더 신기했고, 책의 앞부분에 실린 '작가의 '말이 원문과 번역으로 모두 실려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해태, 봉황 등의 영물의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있는데 책에서 묘사되는 그들의 모습이나 상징은 또 달라서 재미있었다.


무리 지어 다니며 뜀박질을 즐기는 순박한 해태나, 세상을 내려다보며 그 세계를 지켜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봉황의 캐릭터성이 꽤 좋았다. 처음엔 '한국형 슈퍼히어로 해태'라는 표현에 뭔가 어색함을 느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인간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소원을 이루기 위해 기원의 대상이 되던 서구의 신들과 달리, 해태나 봉황 등은 그 땅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수호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니 슈퍼히어로라는 역할에 꽤 잘 맞는 캐스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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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스피드 1일 완성 일본어 히라가나 가타카나 쓰기 노트 - 깔끔하게 하루 만에 다 끝내는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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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일본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 욕심내기 딱 좋은 책. 학교 다닐 때 제2외국어를 중국어로 배웠고, 일드나 애니메이션에 푹 빠진 적도 딱히 없어서 일본어를 배워본 적이 정말 하나도 없는 사람이 나다. 만화책은 열심히 봤기에 많이 쓰이는 단어나 관광 책에서 알려주는 인사 정도는 말로는 아는데도 읽고 쓰는 건 완전히 백지상태. 

한자를 그럭저럭 많이 아는 편이라 혹시 일본어를 배울 때 도움이 될까 했는데 오히려 한자의 발음을 알려주기 위해 쓰는 기본적인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아예 모르니 일본어 입문이나 기초에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는 걸 알고 난 후엔 딱히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다시 영어회화 공부에 열심히던 때 이 책을 보니 슬슬 욕심이 났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일본어 기초반 첫 수업에서 배운다는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독학으로 쓰며 외울 수 있도록 잘 구성해놓은 교재다. 독학으로 무언가 공부할 때 무조건 쓰는 타입이라 더 끌렸고, '쓰기 노트'라는 제목에 걸맞게 A5의 넉넉한 사이즈이고 두껍지 않아서 시작할 때 심적 부담이 적어서 좋았다. QR과 홈페이지를 통해 MP3 파일이 제공되고 있으니 발음을 익힐 때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본어를 읽고 쓰기 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에 익숙해지도록 돕고 암기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이렇게 딱 포커스가 정해진 책이다 보니 이론적 해설은 좀 적은 편인데, 분량이 적은 만큼 히라가나 가타카나는 완전정복할 수 있도록 기본 학습과 암기에 확 집중되어 있는 책이었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책의 제목만으로도 일본어가 궁금한 사람, 독학이 어려울까 걱정하는 초보자에게 부담 없이 일본어 공부 시작해 보자! 하는 마음을 먹게 만든다. 언어를 배우고 싶은 이에게 하루만 올인하면 된다니, 혹하지 않는가ㅋㅋ 하루아침에 일본어 마스터는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히라가나 가타카나만은 제대로 외워보자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이 책을 끝까지 채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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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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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더글러스 애덤스가 SF 소설가인 것은 알았지만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한 유명 인사라는 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더글러스의 대표작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봤다. 그의 대표작은 그를 코믹 SF 전문가로 만들어준 책이라고 하는데​ 특유의 위트와 유쾌함이 이 책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글 안에 통통 튀는 리듬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읽기 시작하면 금세 탄력을 받아서 지루할 새 없이 쭉쭉 읽어나가게 만든다.


6장으로 나뉜 본문은 각 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기를 바라는 동물에 대한 소개와 그들의 서식지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단순한 그림과 지도로 먼저 보여주고 시작하는데, 본문에서 그들이 만나는 동물들은 이게 전부는 아니다. 본문에 수록된 그림은 부록인 '초판 한정 컬러링북'에도 수록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함께 컬러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전부는 아니지만 책의 표지 속에도 그들이 만난 동물들이 그려져있다.)




멸종 위기 동물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 여정은 쉽지만은 않다. 만나고 싶은 동물에 대한 정보,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가끔은 매우 열악한) 상황과 다양한 사람들을 묘사할 때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두 사람, 혹은 중간에 합류하거나 잠시 머물다 가는 이들이 함께 쏟아내는 동물과 환경, 인간의 개입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밀렵, 동물을 관찰하는 행위(혹은 그 이상의 쇼)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것 등등 동물에게 위협이 되는 인간이 하는 온갖 행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동물 탐사를 할 수 있었던 몇몇 여정의 배경에는 그 동물들의 서식지를 방문하는 관광코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도 있었다. 인간과의 격리 혹은 관리와 이용 둘 중 어느 쪽이 동물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걸까. 그들이 고릴라를 만나러 갔을 때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 고릴라 보호의 선구적인 활동가로 이름 높은 다이안 포시는 평생토록 관광을 격렬히 반대했고 세상과 고릴라를 멀리 떼어 놓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말년에는 그녀도 어쩔 수없이 뜻을 굽혔으며, 이제는 신중하게 통제하고 관리한다면 관광이 고럴라의 생존을 담보해 줄 수 있으리라는 게 보편적 통념이다. 안타깝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이게 결국 단순한 경제 논리라는 점이다. 관광객이 없으면 고릴라의 숲속 서식지가 농업과 벌목의 용도로 완전히 파괴되거나, 고릴라가 밀렵꾼의 손에 멸종되거나, 어느 게 먼저인가 하는 순서의 문제일 뿐이다. 투박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고릴라가 죽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게 지역 사람들(그리고 정부)에게 더 가치가 있다. " (본문 중 142-3p)


이 책 속의 이야기는 단순히 두 남자가 멸종 위기종의 야생동물을 만나러 가는 탐사 여정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 여정에서 정확히는 세 존재가 각자의 뚜렷한 역할을 가지고 캐스팅되었고, 셋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완성되는 이야기다. 코믹 SF 전문가이자 일행 중 리액션을 담당하고 있는 더글러스 애덤스, 박학다식한 동물학자로 말이 되는 말 담당인 마크 카워다인, 그리고 마지막 존재는 항상 여정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발견당하는)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동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역할은 바로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인 더글러스의 말만 따라 '완벽한 캐스팅'인 이 조합은 점차 개체 수가 줄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마지막 존재들에 의해 완성된다. 이러한 전제하에 이 글을 읽으면 서문과 추천사에서 계속 언급된 책의 마지막 구절이 더 잘 이해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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