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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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더글러스 애덤스가 SF 소설가인 것은 알았지만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한 유명 인사라는 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더글러스의 대표작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봤다. 그의 대표작은 그를 코믹 SF 전문가로 만들어준 책이라고 하는데​ 특유의 위트와 유쾌함이 이 책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글 안에 통통 튀는 리듬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읽기 시작하면 금세 탄력을 받아서 지루할 새 없이 쭉쭉 읽어나가게 만든다.


6장으로 나뉜 본문은 각 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기를 바라는 동물에 대한 소개와 그들의 서식지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단순한 그림과 지도로 먼저 보여주고 시작하는데, 본문에서 그들이 만나는 동물들은 이게 전부는 아니다. 본문에 수록된 그림은 부록인 '초판 한정 컬러링북'에도 수록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함께 컬러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전부는 아니지만 책의 표지 속에도 그들이 만난 동물들이 그려져있다.)




멸종 위기 동물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 여정은 쉽지만은 않다. 만나고 싶은 동물에 대한 정보,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가끔은 매우 열악한) 상황과 다양한 사람들을 묘사할 때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두 사람, 혹은 중간에 합류하거나 잠시 머물다 가는 이들이 함께 쏟아내는 동물과 환경, 인간의 개입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밀렵, 동물을 관찰하는 행위(혹은 그 이상의 쇼)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것 등등 동물에게 위협이 되는 인간이 하는 온갖 행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동물 탐사를 할 수 있었던 몇몇 여정의 배경에는 그 동물들의 서식지를 방문하는 관광코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도 있었다. 인간과의 격리 혹은 관리와 이용 둘 중 어느 쪽이 동물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걸까. 그들이 고릴라를 만나러 갔을 때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 고릴라 보호의 선구적인 활동가로 이름 높은 다이안 포시는 평생토록 관광을 격렬히 반대했고 세상과 고릴라를 멀리 떼어 놓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말년에는 그녀도 어쩔 수없이 뜻을 굽혔으며, 이제는 신중하게 통제하고 관리한다면 관광이 고럴라의 생존을 담보해 줄 수 있으리라는 게 보편적 통념이다. 안타깝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이게 결국 단순한 경제 논리라는 점이다. 관광객이 없으면 고릴라의 숲속 서식지가 농업과 벌목의 용도로 완전히 파괴되거나, 고릴라가 밀렵꾼의 손에 멸종되거나, 어느 게 먼저인가 하는 순서의 문제일 뿐이다. 투박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고릴라가 죽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게 지역 사람들(그리고 정부)에게 더 가치가 있다. " (본문 중 142-3p)


이 책 속의 이야기는 단순히 두 남자가 멸종 위기종의 야생동물을 만나러 가는 탐사 여정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 여정에서 정확히는 세 존재가 각자의 뚜렷한 역할을 가지고 캐스팅되었고, 셋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완성되는 이야기다. 코믹 SF 전문가이자 일행 중 리액션을 담당하고 있는 더글러스 애덤스, 박학다식한 동물학자로 말이 되는 말 담당인 마크 카워다인, 그리고 마지막 존재는 항상 여정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발견당하는)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동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역할은 바로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인 더글러스의 말만 따라 '완벽한 캐스팅'인 이 조합은 점차 개체 수가 줄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마지막 존재들에 의해 완성된다. 이러한 전제하에 이 글을 읽으면 서문과 추천사에서 계속 언급된 책의 마지막 구절이 더 잘 이해되는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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