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어 원더풀 월드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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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직원에게 사준 로또가 당첨된 것 같다? 쪼잔함의 끝판왕 오 사장은 다른 직원들에게 일주일의 유급휴가를 주고 퇴사한 직원 문희주 과장을 찾아오는 사람에겐 천만 원의 연봉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다. 이렇게 줄거리를 쓰자니 그저 흥미롭지만 그 과정과 오제일 사장의 마인드는 진짜 찌질하기 그지없다. 직장인으로서 악덕기업에 출근 중인 안쓰러운 직원들의 입장에 이입해 읽다 보면 후루룩 페이지가 넘어간다.



이런 조건이라면 난 무조건 고. 오 사장이 내민 조건에 퇴직자를 찾아 나선 사람은 이재유, 우희철, 박상익, 임정연 이렇게 총 네 명이다. 동갑이지만 서로 다른 직급에 이런저런 이유로 으르렁거리는 이재유와 우희철, 악덕기업의 말단 경리 직원으로 있기엔 너무나 똑똑하고 비범한 여성 임정연, 그리고 회사의 막내로 얼결에 우희철 대리를 따라 나서게 된 나 박상익까지. 개성 넘치는 인물들은 문희주 과장이 인스타에 남기는 흔적들을 보고 그를 뒤쫓는, 흡사 추노를 찍듯 자전거길 국토종주 길을 따라나서게 된다.



처음엔 인물들 간의 삐걱거림과 각자의 진상 짓에 조금 피곤하다가도 사이다를 들이부어 주는 몇몇 인물들의 언행에 속이 풀리기를 반복한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문희주 과장과 그를 뒤쫓다가 5박 6일의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게 되고 그 와중에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자신이 가진 고민과 장래에 대한 문제들을 하나둘 풀어놓게 되는데...



일단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불같아서 유치한데 재미있고, 엉덩이와 다리 힘으로 하는 자전거길 국토종주의 도장(스탬프)이 하나둘 채워져가는 그 여정이 흥미롭다. 잘 정비되어 있지만 가끔은 말도 안 되는 오르막길과 마주하거나 야생동물에게 위협당할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자전거길 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책. 열심히 페달을 밟고 맛있는 밥을 사 먹고를 반복하며 그 여정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게 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뻥 뚫린 자전거길처럼 시원시원한 전개와 결말까지 단숨에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진짜 자전거 국토종주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더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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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마세요 Don’t be Fooled!
자이언제이(Zion.J)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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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주인공의 이름은 작고 연약하다는 뜻의 '퓨니(Punny)' 부모와 환경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퓨니는 태어나면서 '타고난' 색을 가지고 있다. 깊고 어두운 바다의 색처럼 자신이 가진 푸른색을 어두운색으로 바라보던 퓨니는 평생을 '바람'을 견디며 살아간다. 노란색, 빨간색, 더 밝은색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 자신의 색을 바꿔보고자 노력하기도 하지만 그 결과 오히려 자신의 색을 잃어버리고 마는데...


제목에도 영어가 함께 쓰여있는데 본문에도 손글씨로 쓰인듯한 한글 본문 아래 영어 변역이 자리하고 있다. 그림책이지만 양장본에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이야기 자체도 아이들보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같다. 검고 진한 붓 선에 채색은 단 한 가지 색으로만 되어 있는 특징이 유지되는데 한 장 한 장 작품 같은 그림들이었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녹여 만든 자전적 그림책. 주인공은 이내 자신의 본래 색을 되찾고 그 색을 바라보는 다른 시야를 가지게 된다. 파란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사실 그것들이 가진 파란색은 전부 '같은' 파란색일까? 같은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것을 알아차리는 방법, 타고난 것, 본연의 나다움을 정의하는 스스로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 패션아티스트, 아트 디렉터, 디자이너 그리고 그림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자이언제이는 이번 그림책 출간과 더불어 세빛섬 애니버셔리에서 무료 전시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2024년 6월 9일까지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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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ㅊㅊ 3 별ㅊㅊ 3
별ㅊㅊ 지음 / 이분의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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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자 지은이의 이름이 별ㅊㅊ. 표지에 제목이 보이지 않았는데 날리는 낙엽이 모여 만들어진 별 하나, 고양이 뒷모습에서 'ㅊ' 두 개(ㅊㅊ)를 찾아냈다. 제목을 쓰여 있는 그대로 읽었다가 ㅊ이라는 글자가 작은 별(*)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별별별, 혹은 별 셋으로 읽어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처음엔 예쁜 표지에 혹해서 이 책이 궁금했고, 찬찬히 뜯어보니 표지와 제목을 드러내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물 붓는 선, 핸드폰 충전단자, 네트워크 연결, 금니 등등 솔직히 시에서 자주 보기 어려운 단어들이지만 너무도 일상적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친숙한 단어들이 보인다. 말장난 같기도 한 시적 허용, 언어유희, 그리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시적인 순간들을 적극 이용해 쓴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으니 시도할 수 있는 '보이는 것 뒤에 느껴지는 것(25p)'라는 독특한 시가 인상적이었다. 시와 사진을 함께 보여주거나, 자유로운 글자 배열을 이용하는 등 시라는 형식에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 걸 하나하나 찾아보며 읽었더니 지루할 새 없이 읽히는 책이었다. 시 자체로서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일화와 감상을 담은 것이 많아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이름을 시집의 이름으로 내걸고 나온 세 번째 책, 독립출판물 특유의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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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네이션 아트 - 전 세계 505곳에서 보는 예술 작품
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호숙.이기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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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특정적 예술이라는 표현은 다소 생소하다. 책의 소개 글을 보면서 나는 내가 '설치 미술'이라고 알고 있던, 주로 야외에 설치된 거대한 조형 작품들을 떠올렸다. 실내 전시장을 벗어나 개성적이고 의도적인 방식으로 진열되고, 그 작품이 설치된 배경이 그 작품의 한 요소가 되어 의미나 상징을 더하기도 하는 그런 것. ​​​책의 서문에서는 이 책을 '장소 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의 안내서라 칭하며 그 의미를 설명해 주고, 책에서 보여주는 '전 세계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작품'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가능성도 언급한다. 책의 구성이 전 세계를 지역별로 나누어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일 텐데, 개인적으로는 예술작품을 직접 경험하고 감상하는 것이 여행의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꽤 공감하며 이 책을 읽었다.



한페이지당 작품 하나씩, 총 505점의 작품이 실려있다. 작품 당 한 페이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과 길어야 다섯 줄 정도의 설명글이 전부이지만 그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서로는 손색없는 것 같다. 아시아 지역의 작품 중에는 한국에 있는 작품도 실려있고, 그 외에도 내가 가보았던 나라나 도시에 있는 작품들을 특히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직접 보았던 작품을 찾아내는 것도 재밌고, 가보았던 곳인데 알지 못하고 스쳤거나 아예 만나지 못한 작품들은 무엇이 있나 열심히 찾아보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장소 특정적 예술의 범주는 참 다양하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도시나 장소의 상징 혹은 랜드마크가 되곤 하는 커다란 조형작품은 물론이고 회화나 건축, 글자, 혹은 자연을 이용한 대지미술 작품도 있다. 빛이나 음향, 기록물, 심지어는 쓰레기까지 작품의 소재나 구성에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없고, 작품이 자리한 '장소'는 어떤 건물 내외의 벽이나 바닥, 천장은 물론이고 도심 한가운데부터 공원, 외딴 숲속, 사막, 허공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그 장소가 가진 특징과 의미가 작품의 해설에 한 줄을 더 얹어준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예술안에서도 많이 낯선 분야일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아는 이름들이 많이 보였다.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키스 해링, 오노 요코, 백남준, 마르셸 뒤샹, 데미안 허스트 등등. 그리고 처음 보는 이름이지만 대규모(혹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주 이름이 등장하는 예술가들도 알게 된다.(아니쉬 카푸어, 안토니 곰리 등등) 또 규모가 크다 보니 작품을 한 사람의 예술가가 홀로 하는 것이 아닌 예술가(혹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집단이 함께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팀랩, 잉어스 이데 등)

어떤 작품들은 직관적이거나 그 의미를 추측하기 쉬운 것도 있었고, 가끔은 그 장소에서 일어난 특정 사건을 알아야만 그 작품의 상징성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작품의 외형 자체가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 의미는 모르지만 그 장소를 찾는 이들에게 훌륭한 포토존이 되어줄 만한 작품도 있다. 정말 다양한 장소와 예술 작품, 예술가를 다루는 책이어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꽤 두꺼운 책이고 많은 작품을 다루지만, 각 본문의 분량이 짧아서(그리고 내가 예술 분야 관심도가 높아서?) 개인적으론 별 피로감 없이 한 번에 독파할 만한 책이었다.



일상생활의 반경에서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갔을 뿐 많은 예술 작품들이 숨어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개인적으론 그런 작품들을 마주하면 작품의 이름표나 해설 표지를 찾아보는 편인데 사실 없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그 작품이 미술관이 아닌 특정 장소에 있다는 건 어떤 의미나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며 한 번 더 내 나름의 감상을 내어놓는 게 예술을 즐기는 한 방법이지 않을까. 이 책을 안내서 삼아 예술 감상을 목적으로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 <데스티네이션 아트>를 읽다 보면 제목 그대로 ​내가 목적지로 삼을 만한 예술 작품이 있는 곳 하나쯤은 자연스레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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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
송지우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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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이하 '서리북')'는 서평을 전문으로 하는 계간지로 올해 창간 3주년을 맞았다. 서평을 쓰는 입장에서 타인의 서평을 읽는 것도 많은 공부가 되고, 이번 호의 특집 리뷰가 '민주주의와 선거'를 주제로 하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선거가 치러졌고, 그 외에도 올해에만 60여 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열린다고 하니 참 시의적절한 테마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선거 전에 이 책을 받아보았다. 작게는 선거 이전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투표권의 의미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고,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현 상황과 여러 의견을 담은 책들을 소개받고 싶었고, 그 책들을 먼저 읽은 이들의 전문적인 서평이 궁금했다. 무관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어렵다, 잘 모른다는 말 뒤로 숨기 쉬운 분야가 정치경제사회분야인지라 이번 기회에 '서리북'을 통해 시야를 넓혀보고 싶었다.



특집 테마에 끌리긴 했지만 서리북은 기대 이상으로 정말 풍부한 내용을 알차게 담고 있는 잡지였다. '민주주의와 선거'라는 특집 주제에 맞춰 준비된 6편의 리뷰 외에도 리뷰 코너에서는 철학, 역사, 경제,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전문적인 리뷰를 다루고, 영화 코너에서는 영화<서울의 봄>리뷰도 볼 수 있었다. 문학 코너에서는 에세이도 실려있다.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 추천을 받는 걸 좋아하는데, 서리북에서는 리뷰의 끝마다 '함께 읽기'라는 이름으로 리뷰한 책 외에도 책을 추천해 주는 점도 좋았다. 맨 마지막에는 전국 책방 지기들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와 '신간 책꽂이'라는 이름의 신간 코너도 있다. 책을 소개하는 작은 코너마다 출판사 서평이 나 광고글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책의 선정에 도움을 준 이들이 남긴 짤막한 소개글이 함께 실려 있는 점이 정성스럽게 느껴졌다.



표지에 드러난 16권의 책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서리북을 읽었을 때 더 많이 얻어 가는 건 있어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처럼 특정 테마에 끌려 책을 추천받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이의 의견이나 요약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도. 서평의 장점과 잡지의 알찬 구성을 잘 이용한 매력적인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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