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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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러일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 땅인 사할린 남쪽을 일본이 넘겨받게 되었는데 일본은 그 지역을 '가라후토'라 명명했고, 조선 사람은 한자의 음대로 '화태'라고 불렀다. 탄광, 벌목장 등 일본이 빼앗은 땅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개발하기 시작하자 먹고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 땅을 찾는 조선인들도 있었다. 주인공 단옥의 아버지 만석은 홀로 화태에 가서 탄광 일을 하며 조선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쳤고, 남은 가족들이 다 함께 화태로 이주하기로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단옥은 그렇게 사할린에 처음 발을 들였고 힘겨웠을지언정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다. 



"  1945년 8월 15일은 조국이 해방을 맞은 날이지만, 사할린 한인들에겐 그로 인해 다시 한번 고향과 가족을 잃게 된 날이었다.  "

- 본문 중 412p 




책 속에서 단옥의 이야기는 1943년에 시작해 2025년 현재까지 이어진다. <슬픔의 틈새>는 일제강점기 말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일제강점기에 강제 이주를 겪어 세계 곳곳으로 보내진 한인 1세대들은 대부분 광복 이후에도 남의 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주 긴 시간에 걸쳐 다시 소식이 닿고 귀환의 기회는 드문드문 찾아왔다. 


남의 땅에서 삶이 녹록지 않더라도 주인공 주단옥은 자신이 동경했던 제인에어처럼 당당하고 야무진 어른으로 자랐고,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채워나간다. 고통과 슬픔이 없다면 분명한 거짓이지만 그 틈새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내고 더 크게 키워내는 것이 단옥의 특기였다. 그것은 타고난 품성인 것 같기도 하고 삶에서 단련해 만들어낸 기술 같기도 했다. 그래서 단옥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어내는 모습이 더욱 눈부셨다. 



" 단옥과 한인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강제 이주로 겪은 고통에 대해 온정이나 동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바랐다. 또한 이곳에서 살아낸 삶에 존중과 위로를 받기를 원했다. " 

-본문 중 416p


우리는 필수적으로 근현대사를 배우지만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 중 먼 땅에 자리 잡은 한인들의 삶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단옥의 삶을 읽어가며 더욱 느꼈다. 그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과 조치들에 휘둘리기도 하고, 조국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에 늘 귀 기울이고, 강제로 단절되었던 여러 것들과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붙잡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단단하게 서있을 수 있도록 자신의 삶에 뿌리내리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소설에서는 단옥의 가족(+가족과 같은 이들)을 포함한 같은 시기, 사할린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함께 다루어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개인의 삶과 역사가 교차하는 세밀한 장면들을 매우 풍부하게 다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인들의 분투와 단단한 연대, 고향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소설로 그려진 그들의 삶을 통해 잘 몰랐던, 하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의 작은 틈새를 들여다본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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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벌고 잘 쓰고 잘 살고 싶어서 돈 공부를 시작했다
래빗해빛(김아름) 지음 / 토네이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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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재테크를 배우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 큰 변화는 아니어도 소소하게 본인 상황에 맞춰서 무언가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콕 집어 특정 분야의 재테크 기술이나 팁을 알려준다기 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조언과 응원 그리고 시작할 때 꼭 하면 좋은 몇 가지 정보를 주는 책이다. 한 가지 분야를 깊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자산현황 파악부터 통장 세팅,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의 입문까지 두루두루 이야기하는 편이다. 저자 스스로도 책을 통해 공부를 많이 한 편이라 분야별로 관련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저자는 책속에서 스스로를 '부자습관 크리에이터'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책의 초반은 돈과 재테크에 대한 마음가짐 그리고 부자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처음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 중엔 '나는 재테크를 잘 몰라', '난 돈재주가 없어'라며 자신 없어 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부자가 될 사람', '나는 돈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결국 스스로 정한 정체성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 사람은 알게 모르게 스스로 한계를 그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재테크의 시작 전에 알아두고 바꿔두면 좋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4~5장은 각자의 성향과 환경에 맞춰 도움이 될 법한 기본적인 재테크 방법과 팁을 준다. 마지막으로 7~8장은 저자의 주 종목으로 보이는 부동산 투자에 로드맵과 그 과정에서 얻은 부동산 투자 팁을 알려준다. 그리고 자산을 자신의 든든한 '백'으로 두었을 때의 현실적인 장점들을 자랑하기도한다.


재테크로 20대에 총자산 20억을 달성한 저자의 이야기는 하나의 성공담이다. 아직도 시작하지 않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최소한의 정보와 응원과 생생한 경험담을 나누는 책이었다. 어느 정도 재테크를 공부하고 진행하고 있는 이들에겐 이미 아는 정보들뿐일지 몰라도, 자신의 재테크 성향을 돌아보거나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리프레시 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초보자들에게는 꼼꼼히 읽어두면 좋을 정보들이 꽤 많다고 느꼈다. 돈공부를 이제 막 시작하는 생초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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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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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밀도마저 지나치게 높다고 느껴지는 밤, 오은 시인은 자신이 그러했듯 밤이면 모든 사람들이 더 착해지고 순해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시인의 글을 읽다 보면 그 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게 다가왔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새벽 감성같이 낮 동안 하지 못한 말, 생각, 감정들이 흐르기 시작하는 밤이 있다. 그 밤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그 밤을 지나왔을 여러 사람들의 약간은 묵직한 이야기가 많은 에세이다.


부드럽게 읽히는데도 진득하게 남는 무언가가 있어 다 읽고 나면 다시 한번 본문의 제목을 찾아보게 된다. 속삭이다, 흐르다, 그립다, 뿌리치다, 속앓이하다, 만나다 등등 여러 동사와 형용사가 각 본문의 제목으로 쓰였다. 간결한 한 단어를 시인의 표현으로, 동시에 꽤 일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신기했다.

글 안에서의 화자나 등장인물은 '나'라는 1인칭인 때도 있지만 '그'이거나 '한 여자'이거나 때론 A, H, J 같은 이니셜로 등장하기도 한다. 단 한 사람의 깊은 속내라기 보다, 제목과 관련된 누군가와의 일화를 떠올리며 쓰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즉석에서 지어낸 짧은 소설이나 동화같이도 읽혔다.



<천천히 와>라는 유희경 작가의 책과 세트처럼 출간된 필사 에세이라서 책의 마지막엔 '친구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서로의 글도 하나씩 담겨있다. 드문드문 등장하는 손 글씨는 저자의 것이고, 필사 페이지는 왼쪽엔 본문의 일부가 오른쪽엔 줄 노트 형식의 공간이 주어진다. 두 책의 일러스트는 모두 '장고딕'작가님의 것인데 테마에 맞게 달, 별, 어둠, 잠, 꿈 등의 키워드가 줄줄이 생각나는 분위기의 그림들도 인상적이었다. 제목의 영향인가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은 낮보다 밤에 혼자 있는 방안에서 펼쳐 읽고 필사를 즐기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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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와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유희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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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표지의 색감, 필사에 딱 좋은 180도 펼쳐지는 제본, 전체적인 책 디자인과 일러스트까지 취향이라 궁금했던 책이다. 손 필사는 주로 시를 하는 편이라, 에세이 필사는 또 색다른 느낌인 것도 좋았다. 책에는 총 25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는데 기다림에 대한 순간을 주로 담았다고 한다.




하나의 본문이 끝날 때마다, 본문의 일부가 초록 빛나는 글씨로 왼쪽에 필사할 수 있는 노트 형식의 페이지가 오른쪽에 나란히 제시되어 있다. 필사할 공간은 한 페이지 전체여서 꽤 넉넉한 편이다. 제시된 문장을 따라 쓰는 것도 좋겠지만 딱히 그 부분이 아니더라도 본문에서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찾아내어 자유롭게 필사하며 이 책을 기만의 필사 노트 삼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내 맘에 든 문장이 제시된 문장과 딱 맞아떨어지면 그것도 묘한 쾌감 있음.) 책에 실린 손 글씨는 시인의 어머니가 쓴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 부모님의 손 글씨와도 꽤 비슷해서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기도 했다.

시집만 판매하는 서점을 운영하는 시인은 서점에서 '기다림의 순간'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론 서점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고 그 순간순간 시인의 머릿속을 맴도는 딴생각들이 꽤 재미있었다. 나는 노력해야만 골똘히 생각에 빠지는 사람인데 시인의 스스로 느린 사람이라고 하는 것치고(96p 참고) 머릿속은 다채롭고 매우 바빴다. 그 다채롭고 재미있는 생각과 상상을 읽고 필사하며 즐거웠다. 느긋하게 필사를 즐기면서 시인을 따라 딴생각을 해보기에 참 좋았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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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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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는 스위스의 작가이자 산책가로도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저자에 대해 사실 잘 몰랐지만 이 책을 통해 그가 지독히도 숲과 사람들을 애정하며, 산책길에 만나는 모든 것에 기뻐하고 감탄하고 사랑스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와 산문으로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풀어낸 것 같은데, 그가 이야기하고 비유하고 예찬하는 숲의 정경은 실제 자연으로의 숲보다 일종의 이상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초록과 나무와 숲에 대한 경탄, 숲을 찾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그들이 제각기 숲에서 얻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나무나 숲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쓰인 이야기도 있고, 산책길에 떠오른 우화나 동화 같은 이야기(주로 숲을 배경으로 하거나 숲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도 있다.




책의 초반에 작가는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좋아하니까,라는 단순한 포석을 깔고 시작한다. 나 역시 초록이 좋고 나무와 숲이 주는 기운을 믿으며 이유 없이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라 그저 공감하며 읽었다. 아침 운동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일부러 산 옆에 있는 카페에 가서 초록과 함께 책을 읽었는데 정말 찰떡궁합이었다. 날이 더워 어딘가 산책하다 읽지는 못했지만 가볍게 나선 산책길에도 좋은 동행이 되어줄 것 같은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는다면 굳이 분석하고 해석하기보다는 발저가 숲에 대해 그러했듯 마음껏 음미하고 상상하며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 만약 이야기에 대한 해석이 다 궁금한 사람은 엮은이의 글에서 힌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끌리는 문장과 내용들이 떠오를 때마다 침대에 누워 다시 한번 뒤적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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