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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시간의 밀도마저 지나치게 높다고 느껴지는 밤, 오은 시인은 자신이 그러했듯 밤이면 모든 사람들이 더 착해지고 순해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시인의 글을 읽다 보면 그 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게 다가왔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새벽 감성같이 낮 동안 하지 못한 말, 생각, 감정들이 흐르기 시작하는 밤이 있다. 그 밤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그 밤을 지나왔을 여러 사람들의 약간은 묵직한 이야기가 많은 에세이다.
부드럽게 읽히는데도 진득하게 남는 무언가가 있어 다 읽고 나면 다시 한번 본문의 제목을 찾아보게 된다. 속삭이다, 흐르다, 그립다, 뿌리치다, 속앓이하다, 만나다 등등 여러 동사와 형용사가 각 본문의 제목으로 쓰였다. 간결한 한 단어를 시인의 표현으로, 동시에 꽤 일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신기했다.
글 안에서의 화자나 등장인물은 '나'라는 1인칭인 때도 있지만 '그'이거나 '한 여자'이거나 때론 A, H, J 같은 이니셜로 등장하기도 한다. 단 한 사람의 깊은 속내라기 보다, 제목과 관련된 누군가와의 일화를 떠올리며 쓰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즉석에서 지어낸 짧은 소설이나 동화같이도 읽혔다.


<천천히 와>라는 유희경 작가의 책과 세트처럼 출간된 필사 에세이라서 책의 마지막엔 '친구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서로의 글도 하나씩 담겨있다. 드문드문 등장하는 손 글씨는 저자의 것이고, 필사 페이지는 왼쪽엔 본문의 일부가 오른쪽엔 줄 노트 형식의 공간이 주어진다. 두 책의 일러스트는 모두 '장고딕'작가님의 것인데 테마에 맞게 달, 별, 어둠, 잠, 꿈 등의 키워드가 줄줄이 생각나는 분위기의 그림들도 인상적이었다. 제목의 영향인가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은 낮보다 밤에 혼자 있는 방안에서 펼쳐 읽고 필사를 즐기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