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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발소 - 소심하고 찌질한 손님들 대환영입니다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정미애 옮김 / 리프 / 2023년 11월
평점 :
외모가 바뀌면 성격이 바뀐다는 말 진짜일까? 사람의 외면과 내면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건 어느 정도 맞는 말 같다. 외면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머리라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에는 방문하는 사람의 머리나 눈썹 등을 과감한 스타일로 변신시켜 본의 아니게 그 사람의 일상 혹은 일생을 바꾸어버리는 이발소가 등장한다. 제목 그대로 <수상한 이발소>, 그리고 그 수상한 이발소의 손님들 여섯 명이 각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소심한 직장인, 기억을 잊어버린 남자, 꿈 없는 취준생, 어쩌다 사장 아들과 등산 워크숍 한조가 된 조금 어리숙한(무해하고 무익하다는 평을 받는) 영업부 직원, 강도 피해를 입은 혼자 사는 여성, 봄방학을 맞아 놀러 온 손녀를 보살피는 할아버지까지. 평범하고 조금은 소심하거나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듯한 이 인물들은 수상한 이발소를 방문한 후 인생의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수상한 이발사의 이야기는 손님과의 스몰토크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전부이고, 이발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도 없다. 이발사는 상냥한 말투와 엄청난 마사지 솜씨를 가진 여자로, 이발소에는 남자 손님이 많아 신경 쓸 것이 적어 좋다고 말하곤 한다. 손님들의 사연을 듣고 과감한 헤어스타일을 선사하는 데, 손님들은 마사지를 받아 조는 사이 어물어물 대화를 이어나가고 완성된 머리를 보고 하나같이 경악한다. 그러나 금방 그 헤어스타일을 받아들이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 또한 받아들인다. 각각의 이야기는 그 달라진 모습을 표출하는 장면에서 끝이 나기도 하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생의 길을 찾아내는 것에서 끝이 나기도 해서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론 세 번째(우당탕탕 취업기)와 네 번째(멜론 빵 머리의 영웅)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대학시절의 모습과 직장인이 된 모습이 너무도 달라진 지인들을 보며 조직은 사람을 (나쁜 쪽으로) 변화시킨다고 확신하는 아오야기 이야기에 마음에 공감하기도 했고, 등산 워크숍에서 한 팀이 된 삼인조(금수저 철부지 낙하산과 그 철부지가 못마땅한 아저씨, 어리숙한 성격의 멜론 빵 머리 영업사원)의 엉망진창 등산 과정을 담은 이야기도 흥미진진했고 마지막 사이다에 킥킥대며 읽었다.
수상한 이발소에서 한 헤어스타일은 평소 자신의 캐릭터와는 다른 성격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마법의 트리거 역할을 해준다. 살다 보면 언젠가 내 인생을 180도 변화시킬 어떤 순간을 맞이하지 않을까, 은근히 바라거나 상상해 본 적 누구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수상한 이발소'를 방문하며 그 국면을 맞이한다. 하지만 헤어스타일이 달라졌을 뿐 그들의 변화된 행동도 결국 숨겨져있던 본인의 모습 중 하나이지 않을까.
일상이 무료할 때, 소심하고 우물쭈물하는 나 자신이 답답할 때, 자신을 변화시켜줄 이발소가 있다면 어떨까? 내가 그곳에 가면 나는 잠결에 어떤 모습의 내가 되고 싶다고 중얼거리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술술 읽히고 키득대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자신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더 몰입해서 읽고, 곧장 평소에는 가지 않던 미용실이나 이발소에 도전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