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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사회 - 어른들은 절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
이세이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최근 초등학교 선생님을 비롯하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자들의 에세이를 종종 보게 된다. 예전엔 이런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기억하는 선생님들을 떠올렸다면, 이제는 그때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가 궁금해진다. 내가 선생님을 감동시킨 순간이 있었을까? 내가 자란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시던 선생님이 있을까? 반대로 내가 선생님에게 상처를 준 순간도 있지 않을까?
어린이에 대한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여러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치열하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가까이서 가장 오래 관찰할 수 있는 건 교육기관의 선생님들이 아닐까.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 일하다 보면 아이를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사랑스러운 장면들을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장면이 담긴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글은 특히 감동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개인이 가진 성향일 수도 있으나 학교에서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배워나간 다정함이 발휘되는 순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아이들이 스스로 혹은 어른(교육자)들의 도움을 받아 배워나가는 것, 자신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 그리고 가끔 반대로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것을 모두 글에 담았다. 스스로를 I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해주는 리액션만은 대문자 E가 확실한 저자의 글은 읽기 쉬웠다. 진지한 내용은 진지하고 단호하게,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이나 자신의 격한 감정들은 다양한 농담과 비유를 섞어 유머 있게 써낸다.
귀여운 신규라 하기엔 연차가 쌓였고, 대신 그만큼의 노하우와 한(?)도 쌓여서 학교 내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라는 게 티가 난다. 마지막을 장식한 '학교에 민원 전화를 하기 전에 생각해 볼 것'이라는 제목의 글은 학교, 교사, 학부모, 아이들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아이들이 한데 모여 싸우고 화해하고 응원하고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방법을 배워나가듯, 어른들도 다시 어릴 때 배웠던 것들을 복기해 보자. 지금 자신이 나름대로 그럴듯한 어른이 되었다면 그걸 배우도록 도왔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아이들의 배움을 도울 차례가 아닐까.
대학생 때 교생실습에서, 1학년 수업과 6학년 수업을 연이어 참관한 적이 있다. 수업 중 양손으로 바지춤을 부여잡고 일어서서 "쉬 마려워요" 하던 1학년과 의젓하게 손을 들고 제법 어려운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던 6학년 아이들을 보며, 나는 그 사이에 촘촘히 끼어들었을 어떤 어른들의 노력을 가늠했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가위를 건넬 때 가위 날을 잡고 건네는 것도, 먹을 게 생기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한입 권하는 것도 누군가로부터 배운 거였다. 그러고 보면 저절로 크는 아이는 없다. 누군가의 말과 삶으로 곱게 빚어질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합니다"라는 뭉뚱그린 말로는 결코 체득되지 않는, 어린이들의 세계다. (본문 중 132p)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