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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캡슐 ㅣ 텔레포터
이재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9월
평점 :

브이 캡슐
Visual Capsule
이재은 장편 소설
북멘토 / 2024.9.6.
최첨단 비주얼 기술이 적용된 미래 도시, 비주얼 시티. 그 곳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외모를 구매해서 착용할 수 있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이고 옷, 신발, 머리카락, 눈동자 색상까지 우월한 외모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비주얼 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 차도은. 그녀의 엄마는 이 비주얼템을 개발한 회사 '이너피스'의 대표이다. 차도은은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 삶을 살았다. 화려한 의상과 악세서리는 넘치도록 많았고, 기분에 따라 얼굴을 바꾸고 눈동자와 머리카락 색을 정했다. 비주얼템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재앙같은 두려운 일이었다. 도은 뿐만아니라 비주얼 시티에 사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비주얼 시티에서는 '브이 캡슐'을 이용해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길을 걷던 도은은 비주얼템 착용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맞닥뜨리게 되고, 시위대 중 한 명이 '브이 캡슐' 을 꺼내든다. '브이 캡슐'은 일정 시간 동안 비주얼템의 효과를 차단해 본 모습이 드러나게 하는 장치이다. 브이 캡슐이 눈앞에서 터지고 피해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 도은이 서있었다. 순식간에 비주얼템이 사라지고 알몸으로 돌아온 여자자는 도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크게 화를 내며 거절했다. 도은은 자신의 본 모습을 들켜 버릴까봐 그녀를 돕지 못했던 것인데,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였다. 도움을 요청했던 그녀가 도은의 손목을 잡았을 때 착용하고 있던 팔찌를 사람들이 알아보고 수군거렸다.


한편, 비주얼템 부스 앞에서 마주친 상쾌한 비누향을 풍기던 한 소년. 도은은 내추럴 시티에 사는 송모현에게 그 동안 자신이 삶을 대하는 것과 다른 느낌을 받는다. 송모현과의 만남으로 차음 도은의 마음은 변화가 일렁이는데…. 도은은 비주얼 시티의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추럴 시티의 평범한 모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비주얼템으로 잔뜩 치장해 진정한 나의 모습은 무엇인지 모른채 살아가는 비주얼 시티, 그 안에서 인플루언서와 평범한 사람으로 각각 살아가는 도은과 모현. 이들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네이버 웹툰 중 외모에 관한 많은 작품들도 떠올랐다. <외모 지상주의>, <내 ID는 강남미인>, <여신강림> 등등. 잦은 성형 수술과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고 SNS 등을 통해 잔뜩 가공된 사진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브이 캡슐>에서 보여주는 비주얼템을 우리 모두 하나 이상씩은 착용하고 있지 않을까.


진실한 사랑, 굳은 신념, 올바른 가치관 이런 것들이 비주얼 시티에서 어떤 의미를 갖을지 의문이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 더욱 충격적인 반전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부분까지도 꼭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더 이야기 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 하지만, <브이 캡슐>을 아직 못 만난 분들을 위해 마음 속에 남겨둔다.
자기 전, 혼자만의 사간에 어울리는 화장기 없는 피부와 귀여운 파자마를 골랐다. 어쩐지 심심해 보여 동그란 눈도 추가했다. 파리한 입술에 생기를 주고 나니 그제야 만족감이 들었다. 학교 과제도 있고, 소셜 미디어에 새로운 사진도 올려야 하는데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온몸의 기운이 다 발바닥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거울 속의 내 모습만큼은 쌩쌩했다. 내 진짜 기분이 어떻든 간에 상관없다. 내 안에 감추어 둔 본 모습은 나에게조차 숨기고 싶었다. 아니, 이제 무엇이 진짜인지도 헷갈린다. 나에겐 비주얼템은 꾸밈 아이템이 아니라, 자아 그 자체니까……. 비주얼템이 허용되는 나이인 여덟 삶엔 엄마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고, 이제는 내가 스스로 그렇게 선택한 채 10년을 살아왔다. - p. 22
"요즘 이 공원에서 애인끼리 브이 캡슐을 사용하는 게 유행이래."
"애인이라면 브이 캡슐로부터 지켜 줘야 하는 거 아냐?"
나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송모현은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그냥 꾸미지 않은 진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거 아닐까?"
대답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할 말을 찾지 못해 대화를 이어 나가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진짜 모습을 보여 줘야 할까? 그래서 아빠가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는 걸까? 진짜 모습을 보여 준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애인에게는 예쁜 모습을 보여 주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외모가 어떻게 달라지든 진짜 마음만 있다면 되는 거 아닌가. - p. 53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