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 치 

                                                     김순실

 

어느 저녁

무심코 멸치의 머리를 떼다가

까만 내장을 발라내다가

비닐봉지 속 수북한 멸치대가리

좁쌀알 박힌 퀭한 눈과 딱 마주쳤는데

 

그래 내 국물이 그리 시원하더냐

멸치의 일갈에

순간, 섬짓하데

 

검푸른 바다

헤엄치는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 넓은 세계를 넘어

이곳까지 온 멸치가 아니던가

 

제 몸과 비교 한다는 게 불가능한

고래와도 한 물에서 놀았던

자유로운 영혼

 

그러나 이제 인간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소신공양중이다

 

멸치의 소멸 끝 남는 국물처럼

나도 세상 앞에

한 대접 올릴 수 있으려나

 

한 대접 가득 뜬다

잘 우려낸 국물이 멸치의 유영처럼

목구멍으로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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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리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서본 사람은

알리라 바람의 속도와

비의 깊이를.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흔들리며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정확히 알리라

세상 옳게 이기는 길

그것은 바로

바르게 서서 푸르게 생을 사는

자세에 있다는 것을.

* 이재무 시집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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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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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남기고간 빈 택배상자만 가득한데

 가을은 오늘 아침에도 소식이 없다

...

 

한 아이가 있었다. 

유아기적 관계유형에 머문 채

아내의 칭찬에 집착하며 어머니 품속을 아직도 헤매는 아이

 

또한

그 아이가 사랑이라 불러온 것들은

얼마나 가학적이고또한 피학적이었는지..

 

아내는 가끔

나를 세상의 수렁(?)에서 건졌다고 말한다

프롬에 따르면 그녀는 나의 생명을 구조한 자가 되는 것일뿐

그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덜컥 공포심이 든다

어떻게 하면 성숙한 사랑을 할수 있을까

 

프롬은

홀로서는 능력에 대해 말한다

자립할수 없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훈련으로 키울수 있다고 한다

 

중용에서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라 하였다는데 (君子必愼基獨也)

실상 홀로 온갖 상념을 비우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이

어디 쉽겠느냐 마는..

 

생각해보면,

많은 현대인들이

홀로있음에 심히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해서 그 불안을 파고드는 상업적 전략이 먹힌다

저 신비한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무작위적 콘텐츠들의 홍수가 그렇다

 

한편

프롬의 시절엔 유튜브도 숓폼도 없었을텐데

역시 시대를 앞서간 지혜가 놀랍고 중용의 덕까지 논하는 대목에서 더욱 감탄하게 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속에

내가 있었다

거기에는 나의 부끄러운 자화상과

오래전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까지 있었다

사랑하였으나,

그들 역시 아직 미성숙했던 그때였으니

지금와서 원망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점심을 먹으러 나오니

이슬비에 젖은 

송장(送狀)이 하나 와있다

곧 가을이 도착한다는..

 

.................


가을에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네

마음의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우고 싶네

나 슬픔에 젖을지라도

사랑의 눈빛만으로

기쁨이 되는

깊은 가을 같은 사랑을 나누고 싶네

 

<윤준경가을같은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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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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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로즈 지음
The end of the Average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평균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표준화된 세상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교육혁명을 위한 개개인성의 원칙을 배우고 평균주의를 넘어 평균없는 세상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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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는 것 - 세상의 작동 원리와 나의 위치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
아브람 더 스반 지음, 한신갑.이상직 옮김 / 현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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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사회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거창한 질문과 답 보다는

나를 둘러싼 작은 관계들이 조금더 큰 세계와 어떻게 관계맺고 작동하는지

원리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 

식량, 애정, 친족관계같은 기초적인 것들부터 국가, 문화와 그들간의 경쟁에 이르기까지

쉬운 용어를 써서 친절하게 알려주며 “자네 사회학한번 해보지 않겠나”라고 은근슬쩍

나를 유혹하는데 “어디 한번 빠져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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