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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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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빌뱅이 언덕 목차 1부에서 부터 그는 담담한 듯한 문장으로 강렬한 메세지를 날렸다. 과연 동화작가일까 싶을 정도로 한 글자 한 글자가 뇌리에 박혔다.

힘들었던 일제시대 시부야 빈민가의 막내아들이었던 권정생. 힘들었던 그 시절 가진 거라곤 아픈 몸 하나 밖에 없었던 그 시절, 거리 청소부였던 아버지가 고물장수에게 팔기 위해 쓰레기 더미에서 헌책을 가려내어 온 것은 운명이고 행운이었을 것이다. 찢겨 나가고 불에 탄 그 책들 속에서 혼자 글을 읽히고 세상을 배웠다고 하는 권정생.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내 나이로는 잘 상상이 되진 않지만 그 종이 한장 한장이 그에게 얼마나 큰 빛이고 꿈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낡은 책 속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옮겨 담아 이불 속에 누워 하나하나 그림을 그렸을 그 어린아이. 꿈속에서 까지 동화 속 슬픈 장면이 나타났다고 하는 구절에서는 이왕이면 행복한 헌책들을 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폭격과 어쩔수 없는 이별, 슬픔 속에서 이야기와 함께 자란 아이는 슬픈 동화를 만들고, 그슬픔 속에도 희망을 새기는 힘을 키웠다.

 

 

"흔히 동화에다 무리한 설교조의 교훈을 담은 것이 있는데, 과연 그런 동화가 우리 인간에게 얼마만큼 유익한지 알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은 훈시나 설교가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 문명 속의 인간보다 잘 보존된 자연 속의 인간이 훨씬 인간답다.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 권의 도덕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푸른 하늘과 별과 그리고 나무와 숲과 들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지구는 한쪽으로만 돌아서 인간을 미치게 했는지 모른다. 정신 장애자가 아닌 인간은 이젠 이 지구상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다 미쳐 버렸는데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누구에게 배운단 말인가?

 내가 쓰는 동화는 그냥 '이야기'라 했으면 싶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결 위안이 된다. 그것은 조그만 희망으로까지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의 글에는 분명 서러움이 있다. 겪어 온 모든 것들이 죽지 않고 가슴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절망은 없다. 슬픔은 희망보다 슬픔이 더 위안이 된다. 이기적인 말이지만 누구나 그렇다. 힘든 시절을 보낸 그는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누구보다 자연적인 자연적인 이야기를 쓰는 자연적인 사람. 그의 슬프고 서러운 이야기에 나 또한 위로를 얻고 마음을 치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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