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4
내 이름?
에드워드
나이?
17
벨라?
?????
난 한참을 서성였다 해가 뜨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비는 아직 내리고 있었다. 질퍽질퍽 운동화를 신고나와 신발이 젖었다 기분이 나빴다
집 앞에 도착하자 불이 켜있었다 제이콥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에드워드! 이게 무슨 일이야?”
제이콥이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난 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 미쳐 생각해 내지 못했다
곤란한 표정으로 제이콥을 쳐다봤다
“그냥 기대고 있었는데 부러졌어”
제이콥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한 말이지만 믿기 힘든 말이었다.
“휴~ 이따 벨라 불러서 식탁을 사러 가야겠다.”
제이콥은 벨라를 불러낼 좋은 이유라며 좋아했다 제이콥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이콥 나도 가면 안 될까?”
제이콥의 눈이 커졌다 믿기 힘든 표정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집 밖에서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렸다 벨라였다. 난 제이콥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이번엔 운동화가 아닌 장화를 신고선 최대한 걱정 없는 얼굴을 연기하며 벨라 앞에 섰다
“벨라.. 안녕?”
내가 먼저 인사했다 제이콥은 이런 내가 신기한 듯 쳐다봤다 난 머쓱해 어깨를 으쓱이고
제이콥을 향해 웃음을 뛰었다 제이콥은 고개를 갸우뚱 하고선 벨라가 몰고 온 트럭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보조석으로 벨라가 타고 그 옆에 내가 탔다 벨라는 제이콥과
나 사이에 탄 상태였다 나에겐 조금 어색한 장면 이였다 그리곤 제이콥은 천천히 운전했다
제이콥의 운전은 완벽했다 트럭이 오래되어 엔진소리는 컸지만 난 옆에 있는 벨라의 목소릴
하나도 빠짐없이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꿈에서 보았던 벨라의 모습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내가 안도의 숨을 내뱉자 벨라가 나를 봤다 그리곤 환하게 웃어보였다 다시 심장이 뛰었다.
-
1년 전의 기억으로 내가 시내라는 곳을 와봤을지 모르지만 지금 나에겐 처음인 광경이었다.
시내는 시끄러웠다 사람들은 바삐 오갔고 난 그들이 신기했다 마을에서만 봐왔던 모습과는
따른 세상 이였다. 벨라와 제이콥은 많이 와봤는지 익숙하게 사람들 사이를 해치고 다녔다
난 이리저리 사람에 치여 그들을 종종 놓치고 말았다 그때면 제이콥과 벨라는 날 찾아 다녔다
날 찾아낸 벨라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내 심장은 세차게 뛰었다.
“에드워드 넌 어쩔 수 없는 아이구나?”
벨라가 날 어린애 취급을 했다 나보다 머리하나 차이나는 벨라가 올려다보며 웃었다
“나보다 작으면서..”
내가 벨라를 내려다보며 삐딱하게 웃어보였다 벨라는 볼을 부풀리더니 내 손을 잡아끌며
제이콥에게 달려갔다 나와 손잡은 벨라를 보자 제이콥의 눈이 얇아졌다 그리곤 휙 돌아서서 앞장을 섰다
벨라와 맞잡은 손은 따뜻했다 그리곤 벨라에게서 향기가 났다 처음 맡아보는 향기였다
난 벨라보다 약간 뒤처져서 벨라의 뒷모습만을 보며 걸어갔다 난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낡은 가구점 이였다 제이콥은 문을 열어 벨라를 먼저 들여보냈다
나도 따라 들어섰고 제이콥은 문을 닫고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제이콥은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탁자를 골랐다 난 처음 오는 가구점을 둘러보았다
“쿡.. 에드워드 뭐가 그렇게 신기해?”
벨라였다 벨라는 흔들의자에 앉아 손에 깍지를 끼고 나를 재미있듯 쳐다보고 있었다.
난 벨라를 쳐다봤다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우린 잠시 서로의 시선을 때지 않았다
그러자 벨라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내 심장 소리는 벨라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면서 그에 맞추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1년 전의 기억이 없다는 게 사실이야?”
“응.. 전혀 없어”
벨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벨라의 뺨을 쓰다듬었다 벨라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나의 손은 벨라의 뺨에서 코끝으로 그리고 입술로 그리고 벨라의 가냘픈 목으로 그리고
그녀의 쇄골을 만졌다 느낌은 좋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아가야..’
순간 천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흠칫하며 벨라에게서 손을 때었다 벨라가 눈을 떴다
그녀의 볼은 약간 붉었다 흰 피부에 약간의 홍조를 뛴 벨라가 너무 아름다웠다
제이콥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에드워드~ 이 탁자 어때?”
난 벨라에게서 눈을 때 제이콥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아래에 낡은 나무 탁자가 있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콥은 나에게 웃어 보인 뒤 주인과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탁자를 벨라 트럭에 실었다 제이콥은 벨라의 트럭을 몰면서 시내를 두리번거렸다.
곧이어 우린 햄버거 가게 앞에 주차를 해놓고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골랐다 난 아무리 봐도 다 똑같아 보이는 햄버거 메뉴를 보고 고민했다 벨라가 쿡쿡
웃으며 버거 하나를 골라줬다 제일 맛있다면서 제이콥의 메뉴를 받아들고 벨라는 주문을 하러 뛰어갔다
탁자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제이콥의 표정은 걱정스러웠다
“벨라 조심해!”
제이콥은 벨라에게 시선을 거두고 나를 바라보며 말해다
“나 벨라가 좋아”
제이콥이 딱딱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제이콥은 날 경계하고 있었다.
난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알 수 없는 감정의 충돌이었다. 난 제이콥의 시선을 피했다
“나 벨라가 좋.다.고 에드워드”
“응 알아..”
난 신음하듯 내뱄었다 나도 모르게 이를 부득 갈았다 그리고 벨라가 햄버거 3개를 들고 왔다
난 아무 생각 없다는 듯 연기를 했다 그리고 우린 열심히 수다를 떨고 콜라를 다 먹고
가게를 나왔다 난 제이콥이 벨라의 손을 잡고 끌고 가는 걸 뒤에서 지켜봤다 우정에 금이 갔다.
마음이 아팠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리곤 벨라가 운전을 하고 가운데 제이콥이 앉았다
난 집에 오는 내내 말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창문에 비치는 벨라를 바라봤다 그렇게 내 심장은 조용히 소리 없이 뛰고 있었다.
“벨라 넌 이제 가봐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집에 도착했을 때 차에서 따라 내리는 벨라를 제이콥은 억지로 태워 보냈다 제이콥과 나는
탁자를 마주 들고 옮기기 시작했다 제이콥은 말이 없었다. 뭔가 생각하듯 그의 숨소리는
조용했다 무거운 탁자를 들고 있지 않은 듯 제이콥은 편안해 보였다 반면 난 온힘을 쓰며
탁자를 들고 날랐다 부서진 탁자는 이미 제이콥이 치운 뒤라 새로운 탁자를 내려놓기만
하면 끝이었다.
제이콥은 집으로 돌아갔고 난 혼자 남겨졌다 잠자기 위해 침대에 몸을 눕혔다 잠들기가
이렇게 무서운 적은 처음이었다. 걱정 되었다 또다시 그런 몹쓸 꿈을 꿀까봐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이미 지쳐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내 얼굴에 물이 떨어졌다 난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
1년 전 그 숲이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난 옷을 입고 있었고 눈앞에는 꽃들이 가득한
공터가 있었다. 그 가운데 제이콥과 벨라가 손을 잡고 누워있었다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웃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나무 뒤로 숨어 소리 없이 그 둘을 지켜봤다 내 가슴에선 알 수 없는
쇠 긁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크르릉.. 크르릉.. 그 소리와 함께 내 심장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가야..’
어느새 내 옆엔 천사가 나타났다 난 제이콥과 벨라가 행복한 듯 마주보고 있는 장면에
눈을 때지 않았다 천사의 차가운 숨결이 볼에서 느껴졌다 천사는 바로 내 얼굴 옆에
있었다.
‘아가야.. 죽여 버려.. 그는 너의 친구가 아니야..’
천사가 말했다 난 천사의 말대로 제이콥을 죽이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한 순간 이였다
제이콥의 배를 손으로 찢는 순간 제이콥이 꿈에서 보았던 검은 형체로 바뀌었다
벨라는 비명을 질렀다 내 손에 묻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제이콥의 피를 바라봤다
나의 입술엔 미소가 번졌다
-
‘헉!!’
빌어먹을! 젠장! 욕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정말 이번 꿈은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경멸스럽고 싫었다. 구역질이 몰려왔다 난 빠르게 화장실로 뛰어 갔다 제이콥의
피가 내 손에 아직 남아있는 듯 손이 뜨거웠다 난 물을 틀고 손을 씻어냈다 한참을 씻고
또 씻어냈다 뜨거운 느낌은 없어지지 않았다 물을 잠그고 거울을 들여다봤다
“헉!”
거울 안에 있는 나를 보고 놀라 뒤로 넘어졌다 내 눈은 그 끔찍한 천사와 같은 황금빛이었다.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손은 아직 뜨거웠다 내 얼굴도 같이 뜨거워 졌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꿈을 꾼 나를 용서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따르릉~따르릉-
난 힘겹게 얼굴에서 손을 때었다 그리곤 전화를 바라보았다 받을 건지 아닐지 고민했다
하지만 손에서 느껴졌던 제이콥의 뜨거운 피의 느낌은 없었다.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갈라졌다
“안녕! 에드워드! 밤늦게 미안해!”
벨라였다 아 벨라 나의 벨라 난 그때 알았다 난 이미 벨라를 사랑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인지 알 필요 없었다. 난 벨라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콥에겐 미안하지만
난 돌이킬 수 없이 무조건적으로 벨라를 사랑하고 있었다. 벨라의 목소리에 나의 이성은
끊어져 버렸다 난 아무 말 없이 벨라의 이름만 하염없이 불렀다 갈라진 목소리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벨라가 보고 싶었다.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보고 싶었다.
“벨라.. 보고 싶어..”
벨라는 아무 말 없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가슴을 한손으로 부여잡고 한손으론
수화기를 잡고 있었다. 벨라의 숨소리가 들렸다 벨라가 날 거절 할 까봐 겁이났다
“에드워드.. 나도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