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3

 

내 이름?

에드워드

나이?

17

 

내가 처음으로 피 냄새를 맡고 구역질을 한지 며칠이 지났다 지금은 상처도 아물어가는

중이다 나 때문에 벨라라는 여자와 라푸쉬 해변을 가는 일이 늦어졌다며 매일 죽을

가져오며 제이콥은 잔소리를 해댔다 그리곤 그 천사가 나오는 꿈은 다신 꾸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다시 구역질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에드워드 이따가 손님이 찾아올 거야!”

“무슨?”

 

난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서 인지 목소리가 갈라졌다 난 내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목을 흠흠 하며 가다듬었다 내 집에 어떤 손님이 온다는 건지 매우

궁금했다

 

“기다려봐 조금 있으면 도착 할 거야”

 

그때였다 평소 제이콥과 빌리만 두드렸던 문에서 사뿐거리는 발소리와 상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똑똑 소리가 났다 난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 문이 열리며 그녀 벨라가 들어왔다

몸이 좋지 않아 방은 어두웠다 벨라가 연 문은 빛으로 가득했다 벨라의 뒤에서

찬란한 빛이 가득했다 꿈속에서 보았던 그녀만큼 아름다웠던 거 같다 난 황홀한 그림을 보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녕 제이콥! 안녕 에드워드!”

 

벨라가 문을 닫았다 그와 함께 다시 방은 어두워 졌다 하지만 벨라에게서 빛이 나듯 그녀

주위는 밝았다 나만의 착각 이였을까? 하지만 제이콥의 표정을 보고 나만의 착각이 아닌 듯했다

오히려 제이콥이 더 심했다 입을 벌리고 눈은 풀리고 얼굴은 사과처럼 붉었다 사실 제이콥의 피부는 구리 빛이라

자주 봐온 나 말곤 붉은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제이콥의 입에서  침이 떨어질 듯 했다

제이콥 제발 그러지마 흘리면 널 다신 보지 않을 거야

 

“벨라 어서와!”

 

내 시선을 느낀 제이콥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벨라를 향해 일어섰다 식탁에 있던

의자를 끌어와 내 침대 옆에 두고선 벨라를 안내했다 벨라는 사뿐사뿐 걸어와 의자에 앉았다

난 한참을 벨라를 바라보았다 벨라는 제이콥과 이야기를 하였다 내 집에 와선 내가아닌 제이콥과 이야기 중이라는

왠지 기분이 나빴다 그때 제이콥의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아! 아버지 지금 벨라랑 에드워드 집이에요. 네. 알겠어요. 곧 갈게요”

 

제이콥은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으며 벨라를 쳐다보며 씁쓸히 웃었다

 

“벨라 에드워드! 미안한데 나 잠시 아버지한테 갔다 올게 특제 파이를 구워놨다나?”

 

제이콥의 말에 벨라가 쿡쿡 웃었다 그리곤 제이콥은 나를 한번 보고는 벨라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내 문으로 나갔다 난 벨라와 둘이만 남겨졌다 조금의 정적이 있었다.

먼저 그 정적을 깬건 벨라였다 벨라는 의자에서 일어나 티비 옆 오디오를 향해 다가갔다 난 그런 벨라를 바라보았다 

 

“무슨 음악 듣고 있어?”

 

벨라의 길고 얇은 손가락이 오디오의 전원을 눌렀다 그리곤 음악이 흘러 나왔다 벨라는

눈을 껌뻑이더니 환한 웃음으로 나를 다시 바라봤다

 

“드뷔시”

 

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 나도 좋아하는 곡이야”

 

벨라가 오디오의 위쪽을 만지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순간 심장이 움직였다 처음엔 천천히 조금 빠르게 조금 더 빠르게

내 심장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뛰었다 내 삼장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난 얼른 벨라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벨라를 등지고 돌아누웠다 숨 쉬기가 점점 힘들었다. 지금은 심장의 속도가 너무 빨라 아프기 까지 했다

 

“윽”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벨라는 내 신음소리를 듣고 내게 다가왔다 내 어깨에 벨라의 손이 다았다

 

“에드워드? 괜찮니? 갑자기 왜 그래?”

 

난 순간 몸을 일으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아! 실수였다 벨라의 표정이 순간 움찔거렸다

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벨라는 살짝 웃어보였다

 

“벨라? 미안해”

내가 벨라를 쳐다보지 못한 체 말했다 벨라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냐 괜찮아 에드워드 넌 괜찮니?”

“응”

 

그대로 또 친묵의 시간이 다가왔다 난 제이콥과 빌리 이외의 사람이랑은 말을 해본 기억이 없다

기회도 없었을 뿐더러 학교를 다니는 제이콥과 달리 난 집에만 있었다. 그때 다행이도 제이콥이 들어왔다

한손엔 정체모를 파이를 한쪽엔 오렌지 주스를 제이콥은 식탁에 음식을 내려놓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멋들어지게 웃어보였다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제이콥의 미소는 남자다웠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식탁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나와 제이콥 벨라는 정체모를 빌리 표 특제 파이를 맛있게 먹으며 즐겁게 지냈다

 

-

 

부스럭..

 

눈을 떴을 땐 또 다시 1년 전의 초록하늘의 숲이었다. 난 얼굴을 찡그렸다

 

‘젠장! 어째서! 그래 이번에도 꿈일 거야’

 

난 꿈일 거란 생각을 하며 곧이어 찾아올 검은 물체를 상상했다 그리고 곧 내 정면의 숲이

흔들리며 검은 형체가 아닌 하얀 실크 드레스에 웨이브진 갈색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머리엔 처음 본 꽃으로 꾸며진 화관을 쓴 벨라가 나타났다

 

“베..벨라?”

 

어째서? 벨라가? 혼란스러웠다 전에 꾸었던 꿈대로라면 그 섬뜩하고 차가운 천사가 나타날

것이다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벨라에게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 도망가! 도망가라고! 벨라!”

 

벨라는 들리지 않는 듯 나를 향해 양팔을 벌리고 환한 웃음으로 다가왔다 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숨도 못 쉴 만큼의 고통이 찾아왔고 난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웅크렸다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 졌다 널 잃고 싶지 않아 벨라! 도망가! 부탁이야!

그때였다 벨라의 머리위에 있던 화관이 가시로 변하면서 벨라의 피부를 찌르기 시작했다

벨라는 몸부림치며 소리 질렀다 그녀의 하얀 얼굴이 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난 벨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벨라가 쓰러졌다 벨라의 눈은 생기가 없어진지 오래다

그녀.. 벨라가 죽었다 그리고 천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

 

“벨라!!!”

 

눈을 떴다 다행히 꿈 이였다. 끔찍했다 구역질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았다 눈물이 흘렀다

난 몸을 일으켜 식탁에 앉아 진정하기위해 숨을 쉬었다 하지만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이런!! 개같은 꿈이!! 젠장!! 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순간 꿈인 듯

식탁이 내가 친 주먹에서부터 반으로 쪼개졌다 난 놀라 내 손을 보았다 찢어진 곳 없이

멀쩡했다 난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었다. 빠르게 비옷을 걸쳐 입고 빗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곤 발길 닫는 데로 걷기 시작했다 날은 아직 어두웠다 빗물인지 내 눈물인지

모르는 것이 얼굴에서 떨어졌다 꿈에서 보았던 벨라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당장 벨라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벨라의 집을 몰랐다 지금 시간에 제이콥의 집으로가

벨라의 집을 알려 달라 할 수 없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제이콥에게 찾아가면

곤란할 거 같았다 불안했다 혼란스러웠다 알 수 없는 이 감정이 낯설었고 벨라가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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