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벨라
내 이름?
이사벨라 스완
나이?
17
제이콥?
너무 사랑하는 친구
에드워드?
나의 사랑 에드워드
포커스의 주말 아침. 포커스는 항상 흐리거나 비 옴 이였다. 난 그런 포커스의 날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차갑고 습한 건 ‘질색’이었다. 하지만 엄마 르네의 재혼으로 난 아빠
찰리와 함께 살기위해 포커스로 왔다. 매일 비가오고 매일 흐린 포커스에서 흥밋거리는
‘제로’였다. 찰리의 오랜 친구 빌리아저씨의아들 제이콥만이 유일한 친구였다. 물론 학교에
친구들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내 모습 그대로로 대할 수 있는 친구는 제이콥뿐이었다.
하루 종일 집에만 박혀있는 내가 못마땅했는지 나의 주말을 찰리가 망쳐놓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찰리는 내게 등산 갈 것을 제의했다. 이미 찰리는 준비를
다 해놓고 등산을 제의했기 때문에 거절 할 수 없었다.
해가 비치는 날이지만 등산로는 축축했다 난 자주 넘어지는 내 몸의 특성상 이미 옷은
진흙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짜증이 났지만 이미 우린 등산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 이었다.
찰리는 내 속도에 맞춰 최대한 느리게 내려갔지만 내가 워낙 느려 종종 찰리의 뒷모습만을
보고 내려갔다 그때 찰리가 멈춰서고 그 앞엔 제이콥이 있었다.
“아휴! 아빠 같이 좀 가자니까요! 제이콥 안녕!”
난 찰리에게 잔소리를 하고 제이콥과 인사했다. 제이콥은 손을 뻗어 내 어께에 올렸다.
그리고 제이콥은 옆에 있던 남자를 소개해 줬다. 몸은 약간 호리호리한 듯했고 약간의
붉은 끼가 도는 연한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눈은 에메랄드 색에 그레이를 약간
섞어 놓은 듯했고 잠을 못 잔 듯 눈 밑엔 그늘이 지어있었다. 피부는 제이콥의 피부와
대조 되어 그런지 눈처럼 희었다. 하지만 창백하진 않았다 그의 입술은 얇았지만
무거워 보였고 생기는 없었다. 다소 아파보이긴 했지만 잘생긴 얼굴이었다.
“벨라 이쪽은 에드워드야 내가 여러 번 이야기했지?”
아! 빌리아저씨가 주서 왔다는 그 에드워드? 제이콥이 이야기 했던 거랑은 약간 이미지가
틀렸다 난 가볍게 에드워드를 향해 인사했고 에드워드 역시 가볍게 인사를 건내왔다
“혹시 우리 만난 적이 있던가요?”
에드워드가 물어왔다
“아니요 초면인데요?”
내가 너무 무심하게 이야기했나? 그의 표정이 어색함으로 바뀌었다 왠지 미안했다.
“그래 제이콥 지금 올라가는 길이니? 우린 내려가는 길인데”
“네 찰리 아저씨 저흰 이제 시작인걸요? 뭐 약꼴 에드워드 때문에 늦어지긴 했지만”
난 제이콥에 말에 그만 웃고 말았다. 에드워드가 화가 났는지 찰리를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왠지 생김새와 맞지 않은 그의 행동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며칠 후 난 제이콥으로부터 에드워드가 아프다는 이야길 들었다. 난 왠지
너무 걱정이 되어 제이콥에게 문병을 가도 되냐고 물었다 물론 제이콥은 흔쾌히 허락했다.
난 포커스에 이사 올 때 찰리에게 선물 받은 트럭을 몰고 제이콥이 알려준 길을 따라
에드워드의 집 앞에 도착했다. 왠지 설래였다.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고
문을 두드렸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에드워드의 상태가 심해 보였다. 그의 새하얗던 피부는
창백해 보였고 눈 밑의 그늘은 더 진해져 있었다. 제이콥이 내게 다가와 탁자의 의자를
침대 부분으로 끌어다 줬다. 내가 자리에 앉자 제이콥은 열심히 옆에서 말을 걸었지만
난 에드워드만 보고 있었다. 제이콥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빌리였다.
제이콥은 신경질 적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빌리 아저씨가 찾는다며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에드워드와 둘이 남았다. 어색하고 긴장됐다.
난 의자에서 일어나 오디오를 향해 걸어갔다.
“무슨 음악 듣고 있어?”
내가 에드워드의 대답을 듣지 않고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내가 좋아하는 곡 이였다
난 에드워드에게 이런 면이 있는 게 신기해 에드워드를 바라봤다. 기분이 좋았다.
“드뷔시”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난 살짝 웃었다.
“달빛. 나도 좋아하는 곡이야”
난 오디오 위쪽을 살며시 만졌다. 에드워드와 공통된 부분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에드워드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에드워드에게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다.
며칠 후 제이콥과 에드워드, 나 이렇게 시내에 가게 되었다. 에드워드 집에 둘 새로운
탁자를 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처음인지 자꾸 미아가 되려 했다. 그리곤
결국 미아가 되어 버렸다. 나와 제이콥은 방향을 나누어 에드워드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 어마를 잃은 새끼 고양이 마냥 안절부절못하는 에드워드를 발견했다. 어떻게
저 남자다운 외모에서 저런 귀여운 면이 있을 수 있지? 여자인 나보다 남자인 에드워드가
더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있었다. 난 한숨을 한번 내쉬고 에드워드에게 다가갔다.
난 에드워드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왠지 그의 볼에 홍조가 뛴 듯 했다.
“에드워드 넌 어쩔 수 없는 아이구나?”
난 그를 놀려주고 싶었다. 에드워드의 곤란해 하는 표정을 보고 싶었지만 사실 에드워드는
나보다 머리하나가 컸다. 어이없다는 듯 에드워드는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보다 작으면서..”
에드워드가 삐딱하게 웃어 보였다.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무슨 남자애가
여자보다 예쁜 거야?? 나는 볼을 부풀리고 에드워드를 잡아끌고 제이콥이 열어준 가구점
안으로 들어갔다. 난 에드워드의 손을 놓고 흔들의자에 앉아 에드워드를 힐끔거렸다.
에드워드는 가구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연신 눈을 반짝였다.
“쿡.. 에드워드 뭐가 그렇게 신기해?”
난 에드워드가 너무 재미있었다. 꼭 아이 같은 그의 모습이 좋았다. 에드워드와 한참을
시선을 교환했다. 난 뭔가에 홀린 듯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에드워드에게 다가갔다.
“1년 전의 기억이 없다는 게 사실이야?
“응.. 전혀 없어”
예전에 제이콥에서 들었다. 에드워드는 기억을 잃었다고 막상 에드워드 입에서 직접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내 눈이 나도 모르게 흔들렸고 그때 에드워드의 손이 내 뺨을 쓸었다.
뿌리칠 수 없었다. 그의 손이 약간 차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에드워드의 손은 내 뺨에서 코끝으로 입술로 그리고 내 목으로 내려왔고 내 쇄골을 만졌다.
에드워드의 손이 스치는 곳은 전기가 흐른 듯 짜릿했다 그때 에드워드가 급하게 내 몸에서
손을 땠다. 난 눈을 떴고 아쉬웠다. 그리고 제이콥이 다가왔다.
우린 탁자를 옮기고 햄버거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난 에드워드와 더
있고 싶었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이콥이 가보란 말과 함께 억지로 차에 태웠다.
난 아쉬움을 뒤로한 체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나의 꿈엔 에드워드가 나타났다. 에드워드가
하얀 얼굴과 약간 차가운 손으로 내 쇄골을 만지고 있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내 꿈을 방해하는 전화가 왔다. 엄마였다
“엄마 이 늦은 시각에 웬일이에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시간을 보니 12시였다. ‘뭐 그렇게 늦은 건 아니네’란
생각이 들었지만 에드워드는 꿈속에서 사라졌다. 엄마는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난 잠시 침대에 앉아 멍하니 벽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에드워드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뚜루루~뚜루루~-
신호음만 들려왔다. 역시 ‘너무 늦었나.’ 란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으려는데 수화기에서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안녕! 에드워드! 밤늦게 미안해!”
에드워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벨라..벨라..”
에드워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만 불렀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벨라.. 보고 싶어..”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있어도 수업시간에도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할 때도. 찰리와 밥을 먹을 때도 잠들기 전에도 꿈에서도. 난 에드워드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언제부터 인지 알 필요 없었다. 난 돌이킬 수 없이
무조건적으로 에드워드를 사랑하고 있었다.
“에드워드.. 나도 보고 싶어”
난 트럭을 몰고 에드워드에게 달려갔다. 트럭을 멈추기 전에 에드워드가 문을 열고 날
반겨주었다. 난 에드워드의 집으로 들어갔고 우린 마주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서로
보고만 있었지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렇게 난 포커스에서 처음으로 외박을 했다.
“벨라 안 피곤하니?”
“응.. 전혀 넌?”
“나도 괜찮아”
난 살짝 웃었다. 에드워드도 따라 웃었다. 에드워드가 내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내 손에
에드워드의 입술이 다았다. 뜨거웠다. 그때 다급히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제이콥이었다.
제이콥은 나와 에드워드의 맞잡은 손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도 모르게 에드워드
손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내 손을 더 쌔게 잡았다. 기뻤다.
“에드워드..우리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제이콥이 말했다. 빌리 아저씨에게 큰일이 벌어진 듯했다. 에드워드가
무슨 일이냐며 제이콥에게 소리쳤다.
“아버지가 등산을 가셨다..짐승을 만나서..다리를..다리를”
-
-삑..삑..-
중환자실의 기계음 소리가 가득했다. 빌리 아저씨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양쪽 다리에는
깁스를 하고 있었다. 찰리가 있었다. 난 찰리의 떨리는 어깨를 살며시 안아줬다. 찰리는
걱정하지 말라며 내 팔을 다독여줬다. 그리고 머지않아 칼라일 의사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는 포커스 유일한 병원의 총망 받는 의사였다. 포커스마을 사람들이라면 칼라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전 의사 칼라일 컬렌입니다.”
칼라일은 에드워드와 인사를 했고 그 순간 에드워드의 몸이 약간 비틀하더니 에드워드가
쓰러졌다. 나와 제이콥은 에드워드에게 달려갔다. 병실로 옮겨졌지만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칼라일박사는 단순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했다. 얼마나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을까?
난 ‘헉!’하는 에드워드의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에드워드는 숨을
몰아쉬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안쓰러웠다 그때 칼라일이 들어왔고 그의 부탁에
난 병실은 나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에드워드의 병실로 간호사들이 뛰어 들어갔다
난 급하게 병실로 들어섰고 에드워드는 피를 토하며 발짝을 일으켰다. 간호사들과 칼라일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난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쏟아졌다.
다행이 에드워드는 안정을 되찾고 잠이 들었다. 난 그의 옆을 떠나지 않았다. 그를 잃을까
무서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며칠 후 에드워드는 무사히 퇴원을 했다. 난 여전히 불안했다 그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난 그의 이름을 조심스레 불렀다.
“에드워드..”
문을 열기위해 키를 찾던 에드워드는 나를 돌아봤다. 난 그의 시선에 얼굴이 붉어졌다.
난 에드워드의 얼굴을 보고 시선을 떨어뜨리어 바닥을 바라봤다.
“벨라 무슨 일이야?”
“저기..에드워드 네가 사라질까봐 무서웠어.”
내 조심스런 고백에 에드워드의 표정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에드워드는 조심스레 나에게
다가와 나를 안아 주었다. 에드워드의 품에선 달콤한 냄새가 났다 심장이 뛰었다.
“벨라 나의 벨라..”
에드워드는 몸을 살짝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곤 에드워드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다. 내 심장 소리가 빨라지고 커졌다. 난 에드워드에게 들릴까봐 살짝 몸을 뒤로
뺐다.
“움직이지 마”
에드워드가 말했다. 난 꼼짝할 수 없었다. 그의 말에 마비되고 말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에드워드의 입술이 다가왔다. 에드워드의 거친 숨결이 느껴졌고 그의 혀가 내 입술을 훑고
내 치아를 훑었다. 처음엔 부드럽게 그리곤 강열하게 난 에드워드의 키스에 온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일 수도 거부할 수도 없었다. 내 생애 첫 키스였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참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방안은 조용했고 내 심장소리만
들렸다. 난 에드워드의 생각에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에드워드가 나타났다. 에드워드와 난 꽃이 가득한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에드워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인 그는..
“안녕..벨라”
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난 눈을 떴다. 울었는지 눈가엔 물이 묻어있었다. 불안했다.
난 거실로 뛰어 내려가 수화기를 들고 어느새 외워버린 에드워드의 번호를 눌렀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정말 사라젔다.
난 하루라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처음엔 허탈감이 그 다음엔 화가 났다. 그리고 지금은
비참했다. 그가 날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라고만 생각했다.
차라리 빌리아저씨가 다친 것처럼 그도 숲에 갔다가 짐승에게 사고를 당해서 어딘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거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병원엔 그의 이름은 없었다. 점점 그가 미웠다
짧았지만 난 그 짧은 순간 에드워드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에드워드를 사랑한다. 꿈속에 나타나던 에드워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에드워드가 사라진
후로 난 벨라가 아니었다. 멍해 있는 시간들이 많았고 웃지 않게 되었다. 그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 난 공부에 매달렸다. 학교 성적은 좋아졌지만 내 마음은 점점 말라갔다.
그나마 있었던 친구들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그 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 마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난 에드워드의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침대에서 늦게까지
누워있었다. 급하게 학교에 가게 되면 그 생각에 그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둥지둥 학교로 트럭을 몰았다. 주차를 시키고 영어 수업을 위해 교실로 뛰었다. 다행이
다른 생각 할 틈 없이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했다. 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렸다.
난 잠시 빗줄기를 바라봤다. 애써 에드워드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만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가 보고 싶었다. 죽을 만큼 보고 싶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