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에릭


 

내 이름?

에릭

나이?

17

벨라?

내 사랑 벨라!


 

오늘은 포커스에서 오랜만에 보는 정말 찬란한 아침이었다. 햇빛은 차의 차창을 비추어

반짝반짝 빛났고 그 햇살을 오랜만에 받기위해 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여 있었다. 나 또한

그 햇살을 받기위해 내 옆엔 마이크와 제시카 그리고 몇 주 전에 전학 온 이사벨라 스완이

있었다. 난 벨라의 찰랑이는 머릿결에 그만 넉을 놓고 있었다.


 

‘크..정말 예쁘다!’


 

난 벨라가 전학 온 날부터 남몰래 벨라를 짝사랑 하고 있었다. 벨라는 포커스에 있는

그 누구보다 묘한 분위기를 냈다. 신비롭다 랄까? 벨라는 말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언제나 혼자 이겨내고 혼자 생각하는 편이었다. 난 그런 벨라가 조금은 걱정 되었다.

내가 힘이 둬주면 좋은데 언제나 난 벨라에게 시선이 가있기 때문에 벨라의 작은

감정 변화를 누구보다 더 빠르게 알 수 있었다. 아니 자신 있었다.


 

“벨라 안녕! 좋은 아침 이야!”

“응 에릭 좋은 아침이네?”


 

크.. 난 언제나 벨라의 첫 인사를 받고 싶어서 제일 먼저 학교에 등교했고 언제나 벨라가

주차하는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난 벨라의 가방을 빼서 들고 수업에 들어갔다. 안탁갑게

벨라는 전학생이라 나와 짝을 할 순 없었다. 이미 내 짝은 제시카 였으니까. 제시카는 정말

수다스럽다. 언제나 제시카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이 마음에 드는 듯 목이 깊게 들어난

옷을 입고 다녔다. 가끔은 벨라가 제시카가 입는 옷을 입은걸 상상하곤 한다. 예쁘겠지?


근데 어느 날부터 벨라가 이상했다. 평소 잘 웃지 않던 벨라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미소 짓는 날이 많아 졌고, 혼자 공상에 빠지더니 볼이 발그레 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벨라!? 무슨 좋은 일 있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길에 난 벨라에게 물었다. 벨리는 잠시 자리에 멈춰 섰고,

한참 멍하니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곤 베시시 웃어 보였다


 

‘윽 너무 귀여워! 난 벨라 너를 위해선 뭐든 해주겠어!’


“그냥 요새 날씨가 좋차나?”


 

벨라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날은 비가 많이 내린 날 이었다. 그렇게 난 벨라의 주의만

서성이다 결국 고백은 못한 체 끝나 버릴 위기에 처 있었다. 그건 에드워드 컬렌이 전학 온

날 이었다. 벨리의 표정이 어딘지 불안해 보였고, 금방이라도 울 기세였다. 뭐가 벨라를

저토록 힘들게 하는 거지? 에드워드의 전학 첫날 그는 갑자기 속이 뒤틀린 듯 인상을

쓰더니 조퇴를 해버리는 거였다! 와! 남자다운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 누구도

생물 선생한테 저렇게 당당한 적이 없었다. 평소의 생물 선생이라면 체벌을 했겠지만

그는 가만히 멍하니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내 벨라가 에드워드의 뒤를 쫒아갔다.


 

“무슨 일이지? 벨라?”


 

난 벨라를 쫒아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지만 생물 선생의 방해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곧 수업을 시작했고 벨라는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돼서 미치는지 알았다.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벨라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찰리 아저씨! 저 에릭 이에요 벨라 좀 바꿔 주세요!”

“에릭 미안하구나. 벨라가 지금 자고 있어 다음에 전화 주겠니?”

“아! 네 아저씨! 벨라 내일은 학교 나오는 거죠?”

“응 그렇단다. 에릭! 넌 착한 아이구나?”

“아니에요 찰리 아저씨!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난 찰리 아저씨에게 최대한 점수를 따야 한다는 생각에 과도하게 친절했다. 하지만

이내 벨라의 걱정에 한 숨도 못 잤다. 에드워드의 이상행동과 함께 벨라도 점점 이상해

졌다. 다음 날 본 벨라의 모습은 충격 적이었다. 잠을 못 잤는지 벨라의 생기 넘치던

눈 밑에 그늘이 저있었다.


 

“벨라 괜찮아?”

“..응”


 

벨라가 힘없이 대답했고 벨라의 상태는 꾀 오랫동안 지속 됬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그냥

난 벨라가 걱정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제시카가 기가 막힌 계획을 말해줬다.

바로 벨라와 나, 제시카, 마이클 이렇게 4명이서 시내에 나가는 거였다! 맨날 수다스럽던

제시카가 오늘은 꾀 똑똑해 보였다. 이번만큼은 꼭 벨라에게 고백해서 벨라의 근심을 덜어

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약속 전 날 마이클이 배탈이 나는 바람에 약속이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제시카는 묘한 웃음을 짓고는 걱정 말라고 약속은 계속 유지 할

거라고 우릴 안심시켰다.


 

 

약속 당일, 난 매우 분주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을 했다.

내 방에 있는 옷장의 옷은 모두 침대와 바닥에 널려있었고 난 그중에 검은 가죽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검은 난방을 입었다. 머리는 깔끔하게 빗어 넘겼다. 거울 앞에 선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약속 장소에선 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하필이면 학교에서 급

킹카가 된 에드워드가 은색 볼보에서 내리고 있던 거다! 난 제시카를 흘겨 봤지만 이미

제시카는 에드워드에게 달려갔고 에드워드의 팔짱을 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잠시

벨라의 눈치를 살폈다. 벨라는 약간 볼이 붉어 진 듯 했다.


 

“갈까? 벨라?”


 

난 조심스레 벨라에게 물었고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벨라와 난 함께 걸었다. 그것

만으로 기분이 날아 갈 듯 했다. 세상이 지금 망해도 좋았다. 제시카가 영화관에 들어갔다

난 로맨스 영화는 딱 질색 이었다. 피 튀기는 전쟁물이나 SF같은 그런 게 좋았다. 하지만

벨라가 꼭 보고 싶었던 거라며 좋아했다. 영화는 예상 외로 좋았다 벨라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벨라는 영화 내내 눈물을 흘렸고, 난 눈물 흘리는 벨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었다. 영화관에서 나왔을 때 난 손수건을 가방에서 꺼내어 벨라에게 넘겨줬다. 벨라는

잠시 에드워드를 보고는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난 낭만적인 분위기를 위해 분수가

있는 광장을 가자고 했다. 하지만 하늘은 날 돕지 않았다. 광장은 추웠다. 벨라가 오들오들

떨었고, 제시카는 내게 욕을 했다. 그리고 우린 광장 옆 커피점에 들어가 각자 앞에 커피

하나씩을 시키고 이야기 중이였다. 뭐 이야기는 거의 제시카가 했다. 벨라는 커피만 들여

보고 있었고 난 벨라를 힐끔힐끔 처다보는 것 만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럼 에드워드! 지금 여자친구 있어?”


 

제시카가 오버하며 질문을 했다. 너무 티나 제시카.. 남자들은 오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난 속으로 제시카에게 충고했다. 에드워드는 잠깐 아무 말 없었고 벨라는 긴장한 듯 했다.


 

“아니 없어”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제시카는 점점 더 오버했고 벨라는 커피 잔을 쌔게 쥐었다.


 

“....없어”


 

에드워드가 뜸을 들였다.


 

“그럼 에드워드 나랑 사겨볼래?”


 

충격이었다. 벨라의 입에서 그런 폭탄이 터져 나올 줄은 몰랐다. 제시카는 벨라를 흘겨보고

난 에드워드를 흘겨봤다. 에드워드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탄탄한 몸 강한 눈빛을 보니

나에겐 승산이 없어 보였다. 젠장!


 

“흠..난 이만 퇴장 해야겠군?”


 

에드워드는 의자에 걸쳐둔 재킷을 들어 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문으로 향했다 벨라가 따라

일어났다. 난 벨라의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그런 에드워드를 제시카가 따라가고

나와 벨라만 남았다. 벨라는 떨고 있었다. 벨라가 에드워드를 좋아 하는 걸까? 난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난 오늘 꼭 벨라에게 고백한다고 마음먹었다. 벨라가 누굴 좋아하던 난

오늘 꼭 고백 하고 싶었다.


 

“벨라 괜찮니?”

“응 에릭.. 우리 나가서 좀 걸을까?”


 

벨라가 애써 웃어 보였다. 마음이 아팠다. 나라면 절대 벨라를 울리지 않을 것이다!

난 벨라의 손을 잡고 길가로 나갔다. 벨라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난 어색하지 않기 위해

벨라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무슨 음식을 좋아 하는지, 무슨 영화를 좋아 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벨라에 대해 모든 물어봤다.


 

“벨라 그럼 무슨 음악을 좋아해?”

“...드뷔시의 달빛”


 

벨라가 씁쓸한 듯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팠다. 난 드뷔시란 사람도 달빛이란 음악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벨라가 좋아한다면 같이 들을 수 있고 같이 느낄 수 있다.

난 벨라에게 고백할 타이밍만 찾았다. 그때 골목을 따라 들어갔을 때, 정말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공터를 발견 했다. 연극을 하는 작은 야회 극장 같았다. 그 극장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돌로 된 의자들이 계단식으로 늘어져 있었고 그 중앙엔 지붕만 있는 연극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었다. 난 이때다 싶었다. 벨라를 정 중앙 자리에 앉혔다. 난

공연장 가운데에 올라가 신사들이 하는 인사를 했다. 모자는 없었지만 모자가 있는 척

머리위에서 모자를 끌어내려 가슴으로 가져가 정중히 인사를 했다.


 

“벨라! 나의 극장에 오신 걸 환영해!”


 

벨라가 웃었다. 난 벨라의 미소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긴 너만을 위한 극단이야! 난 너만을 위한 배우가 되겠어!”


 

난 벨라에게 그렇게 말하고 제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하지만 이 망할 운동신경! 난 비틀

거렸고 벨라는 큭큭 거리며 웃었다. 난 목을 한번 가다듬고 팔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오 줄리엣! 당신의 기쁨이 내 기쁨과 같더라도 기쁨을 표현하는 기술이 나보다 한 수

위라면, 다..당신의 말로 주위의 고..공기를 향기롭게 해주시오! 으..음악처럼 푸..풍요로운

모..모..목소리로 지금 이렇게 만나. 흠! 서..서로 주고 받는 꾸..꾸..꿈가..같은 행복을 말해

주시오!”


 

난 벌벌 떨었다. 분명 바보 같이 보였겠지? 하늘을 보고 있던 나는 벨라을 살며시 바라

봤다. 벨라의 표정은 멍해 있었다. 듣지 못한 건가? 이해를 못한 건가? 난 어색해서

옷매무세를 잡으며 벨라의 앞으로 다가갔다. 난 벨라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흠! 당신의 두 눈엔 잠이 깃들고 가슴엔 평화가 깃들기를 ‘내가’잠이 되고 평화가 되어

당신의 달콤한 눈과 가슴에서 쉴 수 있었으면!”


 

이번엔 더듬지도 틀리지도 않았다 난 만족스러웠다.


 

“에..에릭”

 

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벨라를 바라 봤다. 벨라는 고개를 숙였다.


 

“에릭 미안해.. 난..나에게 넌 친구야..”


 

알고 있었다. 마음은 아프고 눈물이 핑 돌았다. 꿇고 있던 무릎을 세워 벨라 옆에 앉았다.

벨라는 서러운 듯 울고 있었다. 난 가만히 어깨에 팔을 올렸다. 벨라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어이~ 분위기 죽이는데??”


 

그때 극장 양 옆으로 담배를 물고 쇠 파이프를 든 불량해 보이는 사내 3명이 나타났다.

이런! 꼭 이런 분위기에 저런 불량배들은 꼭 나타나는 거 같아! 난 벌떡 일어서 벨라를

가리고 섰다. 주먹을 쥐었다.


 

“어이쿠~ 로미오 양반? 지금 우리랑 해 보자는 거야?”


 

가운데에 서있는 사내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난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안 돼 에릭! 도망치면 안 돼!


 

“오호 뒤에 계신 줄리엣양? 내 스타일 인데? 오늘 나랑 놀까? 큭큭”


 

오른 쪽에 파이프를 들고 있던 사내가 배를 잡고 웃었다. 위험했다. 지금 초 위험한 상황

이었다. 가운데가 사내는 고갯짓을 하자 양 옆에 있던 두 명의 사내가 나에게 달려왔다.

도망치고 싶을 만큼 무서웠다. 하지만 벨라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두 명의 사내는 날 밟고 때렸다. 아팠다. 눈물이 났다.

이런 젠장! 벨라 앞에서! 하필! 이럴 때! 난 하늘을 쏘아봤다! 이럴 순 없다고!!



 

그때 대장으로 보이는 듯 한 사내가 벨라에게 달려갔다. 벨라를 밀치고 벨라 위에

올라탔다. 벨라가 비명을 질렀다. 바동거렸다. 그때 사내의 커다란 손이 벨라의 뺨을

때리려 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디서 많이 본 뒷모습이 사네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네 사네는 움찔 하더니 손목을 부여잡고 뒹굴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뒤를 돌았다.

찬란한 달빛을 받은 그의 얼굴은 분노로 차있었고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인간의 것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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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7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세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나?

뱀파이어

 

분주했다. 오늘은 제시카와 벨라, 에릭과 함께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난 쓸 때 없이

들떠 있었고, 이내 곧 냉정을 찾아야만 했다. 오늘은 얼마나 벨라에게 상처를 줘야할까?

어떤 방법으로 상처를 줘야하고, 난 또 얼마나 아파야 할까? 거울 앞에 섰다.

진 청바지에 하얀색 티를 입고 회색 재킷을 걸쳤다. 단순해 보이는 복장이었다.

 

‘뭐.. 구지 잘 보일 필욘 없으니까.’

 

난 나가기 위해 거실로 내려왔다. 앨리스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곤 내게

시선을 돌렸다.

 

“에드워드.. 조심해”

 

앨리스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앨리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모든 뱀파이어들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앨리스는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미래는 당사자의 마음의 결정에 따라 틀려지고 바꿀 수 있다. 나도 물론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1년 전 기억을 잃었을 때 사라진 듯 했다. 지금은 쓸 수 없었다.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이 조용한 게 좋았다.

 

난 은색 볼보를 몰고 시내에 도착했다. 제시카와 에릭, 벨라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난 오늘 벨라에게 상처를 주고, 에릭과 잘 되게끔 밀어줄 생각이다. 벨라에게 할 수 있는

내 1%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1%이길 바랬다.

 

“어서와 에드워드!”

 

제시카가 나에게 달려왔다. 벨라는 날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심장이 아려왔다.

제시카는 내게 팔짱을 끼고 날 끌고 시내로 들어가 버렸다. 뒤를 돌아보니 에릭과 벨라가

머쓱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우린 차례데로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갔다. 제시카는 영화를 보고

싶다며, 시시콜콜한 로맨스 영화를 골랐고, 영화가 끝난 후엔 벨라의 눈가에 눈물이 묻어

있었다. 당장 달려가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다행이 에릭이

벨라에게 손수건을 건냈다. 벨라는 나를 한번 슬쩍 바라보곤 손수건을 받았다. 난 피식

웃었다. 그 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에릭이 가고 싶어 하던, 분수가 있는 광장 이었다.

광장엔 사람이 가득했다.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우린 따뜻한 광장 옆 카페로 들어갔다.

우린 앞에 커피 한잔씩 시켜놓고 제시카의 무한 질문 공세를 받고 있었다.

 

“에드워드! 키가 몇이야?”

“185”

“와 크다! 그럼~ 포커스에 오기 전엔 어디서 살다 왔어?”

“알레스카”

 

제시카의 질문에 건성건성 대답했다. 제시카의 모든 질문은 다 나에게 향했다.

 

“그럼 에드워드! 지금 여자친구 있어?”

 

제시카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고 커피 잔을 보고 있던 내 시선은 나도 모르게 벨라를

힐끔 보고 말았다.

 

“아니 없어”

“그럼 좋아 하는 사람은?”

 

벨라..

 

“....없어”

 

심장이 내려앉고 머리가 아파왔다. 이 거짓말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아마 평생이겠지?

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럼 에드워드! 나랑 사겨볼래?”

 

가만히 있던 벨라가 내뱉었다. 벨라는 불안 한 듯 커피 잔을 쌔게 쥐고 있었다. 벨라의

폭탄 발언에 제시카는 어의없다는 듯 벨라를 째려봤고, 에릭은 날 째려봤다.

 

“흠.. 난 이만 퇴장 해야겠군?”

 

난 의자에 걸쳐 두었던 재킷을 빼 들었다. 벨라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다. 화가났다.

난 빠른 걸음으로 카페의 문으로 향했고 나를 따라 벨라가 일어섰지만 에릭이 벨라의

손을 잡았다. 난 밖으로 나왔고 제시카가 내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에드워드! 우리 따로 놀까?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음반 가게”

 

내가 짧게 대답했고 제시카와 난 벨라와 에릭을 두고 광장 반대편에 있는 음반가게로

발을 돌렸다. 제시카는 지루해 했다. 상관없었다. 난 음반을 고르면서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젠장..”

 

내 입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걱정됐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커져갔다. 어디서 넘어지진

않았을까? 길을 잃어버리진 않았을까? 울고 있진 않을까? 내 눈에 안 보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같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난 미칠 것만 같았다. 젠장! 에드워드! 이레서 어떻게

벨라를 놔줄 수 있단 말이야! 그때였다. 내 머리로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흘러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오늘은 꼭 그와 밤을 같이 보내겠어.’

‘고양이 같은 여자를 원해’

‘난 저 남자와 지금 바로 하고 싶어!’

‘날 보고 웃는 거야? 예쁜 건 알아가지고!’

‘트와일라잇 스코어 앨범이 나왔다고!? 어디 있어! 당장 사야겠어!’

‘당신은 연봉이 얼마나 되나요?’

 

갑자기 들려온 생각들에 난 머리가 아파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내 능력이 돌아왔다.

내 능력은 사람의 생각을 읽어낸다. 동족끼리의 생각은 더 잘 읽어 낼 수 있는 쓰잘대기

없는 능력이다. 제시카가 다가왔다.

 

“에드워드 무슨 일이야?”

“아무 것도 아니야. 미안하지만 제시카 난 그만 가야겠어.”

 

제시카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가득 했다. 하지만 이 상태로 이곳에 있다간 미칠 것만

같았다. 난 제시카의 대답도 듣지 않고 은색 볼보에 몸을 실코 시동을 걸었다.

 

‘에드워드! 뭐니! 생긴 건만 잘나서! 매너란 눈곱만큼도 없어! 흥이다!’

 

제시카의 생각이 들려왔다. 피식 웃음이 났다. 차는 막혔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차가

아주 많았다. 사람들은 빵빵! 거렸고, 난 그들의 생각을 막을 수 없었다.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고 싶었다.

 

‘벨라.. 난 오늘 꼭 벨라에게 고백을 할 거야!’

 

어느 생각에서 벨라의 이름이 들려왔다. 볼보의 창으로 거리를 둘러봤다. 벨라와 에릭이

길을 걷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핸들을 쌔게 잡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에릭의 생각이 흘러 들어왔지만 벨라의 생각은 들리지 않았다. 난 조용히 볼보를 주차시켜

놓고 다시 그들의 뒤를 따랐다. 벨라는 멍하니 정면만 응시하며 걸었고, 에릭은 열심히

벨라에게 질문을 했다. 무슨 음식을 좋아 하는지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

하는지 물었다.

 

“벨라 그럼 무슨 음악을 좋아해?”

“.....드뷔시의 달빛..”

 

내가 조용히 속삭였다. 벨라도 같은 대답을 했다. 벨라가 씁쓸히 웃어보였다. 마음이 아팠다

에릭이 벨라의 손을 잡았다. 벨라가 손을 빼려 했지만 에릭도 남자였다. 에릭은 손을 쌔게

쥐었다.

 

‘벨라 손 따뜻하다..’

 

부러웠다. 에릭이 너무 부러웠다. 벨라의 따뜻함을 느끼고 벨라에게 당당히 남자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에릭의 모습이 부러웠다. 에릭은 비록 키가 크거나 잘생긴 편은

아니었지만, 벨라를 당당히 사랑 할 수 있었다. 당당히 벨라를 사랑할 수 있는 에릭.

난 골목 그림자에 숨어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벨라와 에릭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비참해질 뿐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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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6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세

벨라?

나의 사랑 나의 벨라

나?

뱀파이어

 

벨라의 비명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난 절망 속에 앉아 있었다.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미안하다고 할까? 그럼 용서해 줄까? 아마 벨라는

용서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난 달려가면 안 된다. 용서를 빌어서도 안 된다.

난 아픈 가슴을 팔로 끌어안고 침대네 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에밋 이었다. 에밋은 머쓱하게 문 앞에 서서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일이에요 에밋?”

“그냥 걱정되어.”

 

에밋은 천천히 다가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에밋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로 날 쳐다봤다.

 

“난 네가 벨라를 피하는 게 이해가 안 돼”

 

에밋은 깍지를 끼고 눈을 감았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뱀파이어가.. 인간을 사랑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내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에밋은 한숨을 쉬었다.

 

“에드워드. 로잘리를 저렇게 만든 건 나야”

 

난 에밋의 황금빛 눈동자를 바라봤다.

 

“난 로잘리를 처음 보자마자 놓치면 안 될 사람이라 생각했어. 고민도 하지 않았고

로잘리의 의견을 물어 보지도 않았어. 처음엔 후회했어. 로잘리가 많이 괴로워했거든

내 이기적인 욕심으로 로잘린 먹지도 잠을 자지도 울 수도 없는 불멸의 저주받은

몸이 되었지. 난 로잘리에게 뭐든 걸 해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옷도 사주고

보석, 차, 뭐든 해줬지. 하지만 그럴수록 로잘린 날 멀리하고 점점 더 증오했어. 그리고

어느 날 로잘리는 소리 없이 사라졌어. 미치는 줄 알았어.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다녔어. 그렇게 몇 달을 헤맸을까? 사람을 죽이는 게 무의미 해 질 쯤. 난 로잘리를

찾아냈어. 그녀는 허름한 옷을 입고 처음 보는 사내와 살고 있더군. 허름한 옷을 입은

로잘리는 눈부셨어. 그녀가 웃고 있었거든. 충격 이었지. 용서 할 수 없었고. 그리고

깨달았지. 로잘린 값비싼 보석과 옷보단 사랑이 그리웠던 거야.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고

난 죄책감에 로잘리를 놔주기로 했어. 그리고 난 마지막으로 로잘리에게 ‘사랑 한다’고

속삭여 줬지. 로잘 리가 웃었어. 그렇게 행복해 하던 그녀를 본적이 없어. 그리고 지금까지

우린 사랑하고 있어. 정말 흔한 러브 스토리지? 로잘린 이제 후회하지 않아.”

 

에밋이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행복하듯 웃어보였다.

 

“하지만 에밋. 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하하! 에드워드 난 단지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

“난.. 벨라가 인간인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에밋을 살짝 웃어보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다가 에밋은 고개를 돌렸다.

 

“에드워드. 사랑이란, 99%를 주고도 나머지 1%를 못줘서 안타까워하는 게 사랑이레”

“고마워요 에밋..”

 

에밋은 내게 윙크를 하고 방을 나갔다. 하지만 에밋.. 난 벨라에게 그 1%로도 주지

못할 거예요. 내가 벨라에게 줄 수 있는 건 지금도, 앞으로도 상처뿐일 꺼 에요..

 

끔찍한 날이 밝아왔다. 난 학교에 들어서는 벨라를 여전히 무시했다. 벨라는 내가

움직일 때 마다 흠칫하며 몸을 움츠렸다. 점점 벨라가 날 바라보는 일은 줄어들었다.

점점 난 다른 여자 애들과 말수를 줄였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제시카는 여전히 나를 쫒아 다녔다. 그녀는 수다스러웠다.

 

“에드워드! 이번 주말에 시내로 놀러 안갈레?”

 

귀찮았다.

 

“미안 제시카. 난 그날 캠핑을 가야해”

“하지만 에드워드~ 친구들에게 네가 간다고 이미 말해놨어”

 

막무가내였다. 짜증났다.

 

“하.. 그래 누가 가는지나 물어보자?”

 

내가 조금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부정적이었다간 귀찮아 질 것이다.

 

“나랑 에릭이랑 벨라! 사실 에릭이 벨라를 좋아하거든”

제시카가 누가 듣지도 않는데 작게 소근 뎄다. 벨라가 함께 간다는데 흔들렸다. 같이 함께

있고 싶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한 번 더 못을 밖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내 마음과

타협했다. 사실은.. 벨라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을 살며시 감추고선..

 

“좋아.”

“와아! 에드워드 고마워!”

 

제시카는 내게 윙크를 해보였다. 그리곤 그날에 무얼 할 건지에 대해 떠들어 뎄다. 왠지

후회됐다. 한편으론 좋았지만 불안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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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5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세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나?

뱀파이어


 

진정되지 않았다. 불안이 내 온 몸을 덮친 상태다. 난 은색 볼보에 비치는 창밖을

하염없이 보고만 있었다. 오늘은 에밋이 운전을 했다. 난 운전할 기분이 아니었다.

어제 저녁엔 생각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벨라가 날 미워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내가

죽었다고 앨리스를 통해 전해줄까? 그러면 날 잊고 벨라와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인간처럼 사랑하고 인간처럼 결혼하고 인간처럼 가정을 꾸리고 인간처럼 평범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난 견딜 수 있을까? 아마 대답은 ‘NO'일 것이다.

이 대답에 난 'NO'이지만 벨라에겐 'YES' 이었다. 벨라에겐..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고 어제 새웠던 주차장 끝에 차를 주차했다. 난 문을 열수 없었다.

벌써부터 벨라의 체취가 내 이성을 흔들고 있었다. 손톱이 파고들만큼 주먹을 쌔게 쥐었다.

로잘리가 문을 열어줬다. 문을 열자 벨라의 체취가 강해졌다. 난 입술을 깨물었다.


 

“에드워드.. 힘내”


 

로잘리가 손을 내밀며 씁쓸히 웃어보였다.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내가 풀어야만 하는 문제였다. 난 심호흡을 한번 하고 숨을 참았다. 그리곤 차에서 내려

앨리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앨리스 도와줘”


 

앨리스의 대답을 듣기 전에 어깨에 팔을 두른 체 주차장을 나섰다. 그리곤 벨라의 트럭이

주차장 입구에 멈춰 섰다. 벨라의 눈이 커지고 난 벨라를 비웃었다. 심장에 칼이 파고든 듯

아파왔다. 난 앨리스의 어깨를 더욱 쌔게 잡았다. 앨리스가 못 마땅한 듯 내 허리에 팔을

두렀다. 그렇게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에밋과 로잘리는 2학년 건물로 다정히 들어갔고

난 교실 앞에 앨리스를 놓지 않은 체 서있었다. 앨리스가 곤란한 듯 미소지었다.


 

“에드워드 난 생물 수업이 아니야”

“후..”


 

난 숨을 길게 뱉고 앨리스를 풀어줬다. 앨리스는 날 한번 안아주고 자신의 교실로 걸어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난 벨라에게 상처를 줘야 했다. 벨라가 상처 받는 만큼 나도 다칠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벨라만 무사할 수 있다면 내 상처 따위 상관없었다.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떠들고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내게 시선을 집중 시켰다. 난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어제는 죄송합니다. 급하게 몸이 아파 와서”

“에드워드 네가 건강했으면 좋겠구나? 네 자린 저기 뒤쪽 이란다”


 

생물 선생은 내게 수업교제를 주고 맨 뒷자릴 가리켰다. 난 자리에 앉자 연갈색 머리를

길제 늘어트린 여자애가 다가왔다. 그리곤 내 옆에 서서 자신의 볼륨 있는 가슴을 강조하듯

팔짱을 꼈다.


 

“안녕! 네가 에드워드지? 난 제시카야! 어젠 그렇게 가서 놀랬어!”

“그래 반가워”


 

난 제시카라는 여자애의 얼굴도 보지 않은 채 건성으로 인사했다. 내 대답에 제시카 뒤에

있던 몇몇 여자애들이 다가왔다. 그때 벨라가 들어왔다. 난 제시카를 보고 미소 지었다.

벨라가 상처받길 바라며


 

“어머! 에드워드! 네 눈동자 색 너무 예쁘다! 이런 색 처음 보는걸.”


제시카의 얼굴이 내 얼굴에 바짝 붙었다. 난 다시 살짝 미소 지었다. 제시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벨라는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제시카는 슬며시 내 옆에 앉았다. 난 그런

제시카를 밀어내지 않았다. 수업 종이 울리고 제시카 뒤에 있던 여자애들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고 벨라는 아직도 문 앞에 서있었다.


 

“이사벨라 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제야 벨라는 움직였다. 내 자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 벨라 자리인 듯 했다. 난 수업

내내 제시카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그리고 수업 내내 벨라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벨라가 한 번씩 뒤를 돌때면 제시카와 시선을 맞추었다. 내 가슴은 아팠다.


 

 

어느 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제시카는 내 여자친구마냥 내 옆을 쫒아 다녔다. 식당에서

제시카는 자신의 옆에 있길 바랐지만 난 그녀에게 벗어나 앨리스에게 갔다. 식당 구석

앨리스와 에밋 로잘리는 함께 있었다. 먹지도 않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아.. 이거 힘든 걸?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음식을 먹는 척 해야 한다니”


 

에밋이 한숨을 쉬며 접시에 놓여있는 베이글을 조각내어 로잘리 입에 넣어줬다. 로잘리는

인상을 쓰고선 베이글을 받아먹었다.


 

“에밋? 너도 좀 먹지 그래?”


 

로잘리가 복수하듯 접시 위에 있던 당근을 집어 들고 에밋에게 들이댔다. 에밋은 혀를

내빼곤 고개를 돌렸다. 로잘리가 에밋의 턱을 잡고 억지로 입에 넣었다. 그 모습에

앨리스는 밝게 웃어 보였다. 난 내 접시 위에 있던 샌드위치를 조각조각 냈다. 식당 안

학생들은 우리의 특이한 분위기에 홀린 듯 조심스레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이 식당엔

벨라는 오지 않았다. 다행 이었다. 지금 만큼은 벨라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도 됐으니까.


 

제시카 덕분에 귀찮았던 수업이 끝이 났다. 다행이 마지막 시간은 제시카와 수업이 틀렸다.

그리고 정말 다행인건 벨라와의 수업은 생물 말곤 붙어 있는 게 없었다. 난 교실로 나와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내 은색 볼보 앞에 벨라가 있었다.


 

“젠장..”


 

난 낮게 욕을 내뱉었다. 벨라가 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싫은 내색하며, 벨라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내 난 벨라의 앞에 다가갔다.


 

“비켜”


 

내가 차갑게 내뱉었다. 벨라는 주먹을 쥐고 떨고 있었다. 그리곤 날 째려봤다.


 

“비키라는 말 안 들려? 벨라?”


 

난 다시 한 번 차갑게 벨라의 심장이 얼어버릴 정도로 차갑게 내뱉었다.


 

“싫어. 나랑 이야기 좀 해”

“난 너랑 할 이야기 없어”


 

내 심장이 얼어갔다. 상처가 나고 피가 났다. 숨은 여전히 참고 있었다.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왜라니? 난 네가 지겨워 졌을 뿐이야”

“아니야! 에드워드!”

“착각..하지마 벨라”


 

난 차 문을 열기 위해 벨라를 옆으로 가볍게 밀었다. 벨라는 휘청 하더니 옆으로 쓰러질 뻔

했다. 벨라의 손을 잡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싶었다.


 

“이러지마 에드워드..”

 

벨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난 정말 최악의 남자다.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벨라를 바라봤다. 그리곤 차갑게 미소지었다.


 

“왜 벨라? 그때처럼 키스라도 해줄까?”


 

-짝!-


 

벨라의 손이 내 뺨을 때렸다. 뺨은 아프지 않았지만 가슴은 아려왔고 이내 숨을 헐떡일

만큼 아파왔다.


 

“거짓말쟁이..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으로..무슨 말을 믿으란 거야?”


 

난 돌렸던 얼굴로 다시 벨라를 바라봤다. 최대한 표정을 억제하면서 팔을 뽑아야 할까?

몸을 찢어야 할까? 벨라를 안고 싶었다. 참아야 해!


 

“키스 한 번에 너무 들이 대시는 거 아닌가? 이사벨라 스완양?”


 

-짝!-


 

다시 한 번 벨라의 손이 올라갔다.


 

“큭큭.. 벨라 이번엔 안아줘야만 하니? 네 처녀성이라도 뱄을까? 그럼 만족 하겠니?”


 

내 입을 찢어 버리고 싶다. 나를 죽여 버리고 싶다. 벨라는 하염없이 울고만 있었다.


 

“내 처녀성이면 되겠니? 에드워드?”


 

벨라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러더니 매고 있던 가방을 떨어트리고 재킷을 벗어 던졌다.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냈다. 그만! 벨라 그만! 내

이성의 끈이 하나씩 풀리고 있었다. 벨라가 단추를 풀 때마다 향기가 강해졌고 난

내 손가락을 하나씩 소리 없이 분질렀다. 하지만 그걸로 내 자제력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때 앨리스가 나타나 벨라를 안아줬다. 에밋과 로잘리는 내 어깨를 잡고 있었다.

간신히 정신이 들었다. 에밋과 로잘리는 날 볼보에 태웠고 앨리스는 벨라를 안고 벨라의

트럭으로 갔다.


 

“아아악!!”


 

벨라가 소리쳤다. 처절한 벨라의 비명이 내 심장을 찢어 놨다. 난 벨라에게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내 심장을 도려내고 내 눈을 도려내고 내 팔과 발을 뽑아내도 벨라에게 모든 걸

줘도 난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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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4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세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나?

뱀파이어

 

그 날은 춥고 습했다. 사실 정형적인 포커스의 날씨다. 약간의 천둥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난 앨리스와 에밋, 로잘리와 함께 얼마 전 칼라일로부터 선물 받은 은색 볼보를

몰아 포커스 고등학교로 향했다. 길을 지날 때마다 빗길과 타이어의 마찰음이 듣기 좋았다.

창문을 내려 습하고 차가운 공기를 한 가득 들이마셨다. 솔직히 차가운 건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날이라 그런지 기분은 매우 좋았다. 학교는 붉은색 벽돌로

쌓아올린 낡은 건물 이었다. 대충 구석진 자리-해가 안 드는 자리-에 주차를 했다. 우린

앨리스 외에 나머진 전학생이라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미리 학교에 도착했고 학교 중앙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안네 데스크에 앉아있던 20대 후반쯤 되 보이는 여자가 약도와

수업 시간표를 건네주었고 여러 가지 학교 규칙들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이미 학생들은

하나 둘 등교하고 있었다. 에밋과 로잘리는 2학년 건물로 갔고 난 앨리스와 함께 1학년

건물로 들어왔다. 학교 안은 외형과는 다르게 깔끔했다. 최근에 새로 치장을 한 듯 페인트

냄새가 남아있었다. 난 복도에 서서 내 첫 수업 표를 봤다.

 

첫 수업시간은 생물이었다. 앨리스와 나는 생물실로 향해 걸어갔다. 우리가 지나칠 때

마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은 수군거렸고 몇몇 여자애들은 얼굴이 붉어졌다. 앨리스는

날 생물실 앞에 대려다 주고는 이내 자신의 수업이 있는 교실로 사라졌다. 난 어색하게

문 앞에 서있었다. 한참을 들어갈까 말까를 망설였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가득했다.

이내 교실에 첫 발을 내 딛고 생물 선생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교단위에 멀뚱히 서있었다. 이내 종이 울렸고 미처 들어오지 못한 학생들은

황급히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때였다. 문 앞에서 시내에서 맡았던 그 매혹적이고

위험한 향기가 났다. 난 그 향기의 근원지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 정말 익숙한 모습의

벨라가 있었다. 하지만 벨라는 며칠 잠을 못 잤는지 눈 밑엔 그림자가 있었고 헬쓱한

모습이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벨라는 눈동자가 쏟아질 듯 커졌고, 난 벨라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벨라는 한 참이나 문 앞에 서있었다. 난 주먹을 움켜쥐고 숨을 참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난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정말 하늘은 날 시험하려는 걸까?

원망스러웠다. 이 거지같은 운명들이 나의 숨통을 끊어놓을 듯 내 목을 조여 왔다.

화가 났다. 이제야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꺼라 생각했는데 이 저주받은

몸뚱이에겐 그것조차 사치였을까? 입술을 깨물었다. 여전히 숨은 참고 있었고 머리는

아파왔다. 그리고 심장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뛰고 있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급한 일로 조퇴하겠습니다.”

 

난 선생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문 앞에 서있는 벨라를 옆으로 밀치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에드워드!”

 

벨라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난 걸음을 더 빠르게 옮겼다. 여기서 벨라에게 잡히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난 벨라를 죽일 수 있다. 사실 벨라를 죽이고

싶을 만큼.. 벨라의 체취는 유혹적 이었다. 에드워드 버텨. 조금만 버텨. 미친 생각하지 말고

버텨!

 

“에드워드! 거기 서!”

 

벨라가 소리쳤다. 내 눈은 이미 검은 색으로 변해있었다. 제발 벨라.. 날 따라오지 마..

 

“에드워드!!”

 

난 주차장에 도착했고 재빠르게 볼보에 몸을 실었다. 그리곤 학교 정문을 벗어나 정처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차를 돌리지 않기 위해 빠르게 달렸다. 음악을 크게 틀었다.

다른 생각을 하기위해 볼륨을 더욱 더 키웠고 속도는 더 빠르게 달렸다. 그때 재킷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앨리스였다.

 

“에드워드 무슨 일이야?”

“앨리스 난 학교에 못돌아가. 당장 이곳을 떠나야 겠어”

“라 투아 칸탄테?”

 

앨리스가 속삭였다.

 

“벨라..”

 

난 낮게 속삭였다. 벨라가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 벨라가 아니길 바랬다. 난 거칠게

볼보의 문을 닫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가 내 얼굴위로 떨어지고 내 눈가에 떨어져 눈물

대신 흘러 내렸다. 심장이 아팠다. 죽어버린 심장이 아팠다. 인간이 되고 싶었다. 치명적인

피의 향기를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이고 싶었다. 평범하게 벨라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이고

싶었다.

 

“아아아아!”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 잔인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신을 향해

소리를 쳤다. 눈물도 흘리지 못하는 내 저주받은 몸을 향해 소리쳤다.

107년 동안 나를 이렇게 저주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사랑을 원해 본적도 없었고 인간이

되고 싶은 적도 없었다. 벨라가 보고 싶었다.

 

“에드워드..”

 

칼라일 이였다. 칼라일은 내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칼라일.. 난 이곳을 떠나야만 해요.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없어요.”

“에드워드 난 너를 믿는다. 참아낼 수 있어”

“아니요! 칼라일! 전 그녀를 죽이고 말거에요!”

 

난 불안정한 상태다. 지금의 난 벨라를 죽이고 말 것이다. 칼라일이 날 믿어도 난

내 자신을 믿을 수 없다. 칼라일은 살며시 날 안아주었다. 난 그대로 눈을 감았다.

 

집으로 돌아왔을 땐 모두 함께 있었다. 난 거실 소파에 앉아 팔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내 옆엔 앨리스가 내 어깨를 잡아주고 앉아있었다.

 

“에드워드 정말 떠나야겠어?”

“그래 네가 떠날 필요 없어! 위험 할 땐 우리가 막아줄게”

 

로잘리와 에밋이었다. 그들은 매우 든든하고 믿음직한 가족이다. 하지만 뱀파이어의 본능을

그들이 막을 순 없었다. 난 고개를 저었다. 방법은 없었다. 난 떠나야 했다.

 

-따르릉! 따르릉!-

 

앨리스는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앨리스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고 앨리스는 날 보았다.

 

“에드워드.. 벨라야..”

 

맙소사! 벨라? 어째서 벨라가? 난 망설였다. 앨리스가 내 앞으로 수화기를 가져왔다. 난

수화기가 깨질 듯 쌔게 잡았다.

 

“...여보세..요?”

“에드워드? 나야 벨라!”

 

벨라의 목소린 흥분에 젖어 있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벨라는 우는 듯 했다.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었다.

 

“벨라? 난 떠날 거야”

 

내 목소리는 잔인하게 울렸다. 벨라의 가슴을 찢고 아플 수 있게 최대한 냉정하게 밷었다.

“난 떠날 거야. 네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난 다시 한 번 잔인하게 내뱉었다. 벨라의 숨소리가 거칠어 젔다.

 

“왜..? 에드워드.. 갑자기 사라졌는데.. 다시 만났는데..왜..?”

 

벨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 신이시여. 당신이 정말 있다면 더 이상 벨라가 울지 않게

해 주소서.. 난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이가 입술을 뚫고 피가 났다.

 

“날 사랑하지 않았어?”

“...그래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처음부터 지금까지”

 

거짓말이야. 벨라. 난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고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거야. 그러니

제발 벨라..

 

“거짓말..”

“아니! 벨라! 사실이야!”

 

수화기 너머에 울고 있을 벨라를 향해 소리쳤다.

 

“그럼! 떠나지 마!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떠나지 마!”

“그건 그럴 수 없어 난 떠나야 해”

“네가 떠난다면 난 아무렇게나 살 태야!”

“억지 부리지마 벨라!”

“억지 부리는 건 너야 에드워드! 증명해 보이라고!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다는 걸!”

 

내가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는 척 할 수 있을까?

내가 널 죽이지 않을 만큼 성장해 있을까? 내가 어떻게 널..

 

“알았어. 벨라 네가 상처받아도 난 모르는 일이야. 네가 원한 일이야”

 

난 벨라의 대답을 듣지 않고 수화기를 던져 버렸다.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벨라를

밀어내야 한다. 그게 벨라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제력이 흔들릴 땐

내 살을 찢고 참아내면 된다. 자제력이 흔들릴 땐 내 손가락을 하나씩 부러트리면 된다.

내 자제력이 흔들릴 땐 내 눈알을 파내면 된다. 내 자제력이 흔들릴 땐 팔과 다리를 뜯어

내면 된다. 내 자제력이 흔들릴 땐.. 그렇게 해도 흔들릴 땐..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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