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5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세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나?
뱀파이어
진정되지 않았다. 불안이 내 온 몸을 덮친 상태다. 난 은색 볼보에 비치는 창밖을
하염없이 보고만 있었다. 오늘은 에밋이 운전을 했다. 난 운전할 기분이 아니었다.
어제 저녁엔 생각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벨라가 날 미워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내가
죽었다고 앨리스를 통해 전해줄까? 그러면 날 잊고 벨라와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인간처럼 사랑하고 인간처럼 결혼하고 인간처럼 가정을 꾸리고 인간처럼 평범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난 견딜 수 있을까? 아마 대답은 ‘NO'일 것이다.
이 대답에 난 'NO'이지만 벨라에겐 'YES' 이었다. 벨라에겐..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고 어제 새웠던 주차장 끝에 차를 주차했다. 난 문을 열수 없었다.
벌써부터 벨라의 체취가 내 이성을 흔들고 있었다. 손톱이 파고들만큼 주먹을 쌔게 쥐었다.
로잘리가 문을 열어줬다. 문을 열자 벨라의 체취가 강해졌다. 난 입술을 깨물었다.
“에드워드.. 힘내”
로잘리가 손을 내밀며 씁쓸히 웃어보였다.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내가 풀어야만 하는 문제였다. 난 심호흡을 한번 하고 숨을 참았다. 그리곤 차에서 내려
앨리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앨리스 도와줘”
앨리스의 대답을 듣기 전에 어깨에 팔을 두른 체 주차장을 나섰다. 그리곤 벨라의 트럭이
주차장 입구에 멈춰 섰다. 벨라의 눈이 커지고 난 벨라를 비웃었다. 심장에 칼이 파고든 듯
아파왔다. 난 앨리스의 어깨를 더욱 쌔게 잡았다. 앨리스가 못 마땅한 듯 내 허리에 팔을
두렀다. 그렇게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에밋과 로잘리는 2학년 건물로 다정히 들어갔고
난 교실 앞에 앨리스를 놓지 않은 체 서있었다. 앨리스가 곤란한 듯 미소지었다.
“에드워드 난 생물 수업이 아니야”
“후..”
난 숨을 길게 뱉고 앨리스를 풀어줬다. 앨리스는 날 한번 안아주고 자신의 교실로 걸어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난 벨라에게 상처를 줘야 했다. 벨라가 상처 받는 만큼 나도 다칠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벨라만 무사할 수 있다면 내 상처 따위 상관없었다.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떠들고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내게 시선을 집중 시켰다. 난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어제는 죄송합니다. 급하게 몸이 아파 와서”
“에드워드 네가 건강했으면 좋겠구나? 네 자린 저기 뒤쪽 이란다”
생물 선생은 내게 수업교제를 주고 맨 뒷자릴 가리켰다. 난 자리에 앉자 연갈색 머리를
길제 늘어트린 여자애가 다가왔다. 그리곤 내 옆에 서서 자신의 볼륨 있는 가슴을 강조하듯
팔짱을 꼈다.
“안녕! 네가 에드워드지? 난 제시카야! 어젠 그렇게 가서 놀랬어!”
“그래 반가워”
난 제시카라는 여자애의 얼굴도 보지 않은 채 건성으로 인사했다. 내 대답에 제시카 뒤에
있던 몇몇 여자애들이 다가왔다. 그때 벨라가 들어왔다. 난 제시카를 보고 미소 지었다.
벨라가 상처받길 바라며
“어머! 에드워드! 네 눈동자 색 너무 예쁘다! 이런 색 처음 보는걸.”
제시카의 얼굴이 내 얼굴에 바짝 붙었다. 난 다시 살짝 미소 지었다. 제시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벨라는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제시카는 슬며시 내 옆에 앉았다. 난 그런
제시카를 밀어내지 않았다. 수업 종이 울리고 제시카 뒤에 있던 여자애들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고 벨라는 아직도 문 앞에 서있었다.
“이사벨라 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제야 벨라는 움직였다. 내 자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 벨라 자리인 듯 했다. 난 수업
내내 제시카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그리고 수업 내내 벨라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벨라가 한 번씩 뒤를 돌때면 제시카와 시선을 맞추었다. 내 가슴은 아팠다.
어느 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제시카는 내 여자친구마냥 내 옆을 쫒아 다녔다. 식당에서
제시카는 자신의 옆에 있길 바랐지만 난 그녀에게 벗어나 앨리스에게 갔다. 식당 구석
앨리스와 에밋 로잘리는 함께 있었다. 먹지도 않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아.. 이거 힘든 걸?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음식을 먹는 척 해야 한다니”
에밋이 한숨을 쉬며 접시에 놓여있는 베이글을 조각내어 로잘리 입에 넣어줬다. 로잘리는
인상을 쓰고선 베이글을 받아먹었다.
“에밋? 너도 좀 먹지 그래?”
로잘리가 복수하듯 접시 위에 있던 당근을 집어 들고 에밋에게 들이댔다. 에밋은 혀를
내빼곤 고개를 돌렸다. 로잘리가 에밋의 턱을 잡고 억지로 입에 넣었다. 그 모습에
앨리스는 밝게 웃어 보였다. 난 내 접시 위에 있던 샌드위치를 조각조각 냈다. 식당 안
학생들은 우리의 특이한 분위기에 홀린 듯 조심스레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이 식당엔
벨라는 오지 않았다. 다행 이었다. 지금 만큼은 벨라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도 됐으니까.
제시카 덕분에 귀찮았던 수업이 끝이 났다. 다행이 마지막 시간은 제시카와 수업이 틀렸다.
그리고 정말 다행인건 벨라와의 수업은 생물 말곤 붙어 있는 게 없었다. 난 교실로 나와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내 은색 볼보 앞에 벨라가 있었다.
“젠장..”
난 낮게 욕을 내뱉었다. 벨라가 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싫은 내색하며, 벨라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내 난 벨라의 앞에 다가갔다.
“비켜”
내가 차갑게 내뱉었다. 벨라는 주먹을 쥐고 떨고 있었다. 그리곤 날 째려봤다.
“비키라는 말 안 들려? 벨라?”
난 다시 한 번 차갑게 벨라의 심장이 얼어버릴 정도로 차갑게 내뱉었다.
“싫어. 나랑 이야기 좀 해”
“난 너랑 할 이야기 없어”
내 심장이 얼어갔다. 상처가 나고 피가 났다. 숨은 여전히 참고 있었다.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왜라니? 난 네가 지겨워 졌을 뿐이야”
“아니야! 에드워드!”
“착각..하지마 벨라”
난 차 문을 열기 위해 벨라를 옆으로 가볍게 밀었다. 벨라는 휘청 하더니 옆으로 쓰러질 뻔
했다. 벨라의 손을 잡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싶었다.
“이러지마 에드워드..”
벨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난 정말 최악의 남자다.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벨라를 바라봤다. 그리곤 차갑게 미소지었다.
“왜 벨라? 그때처럼 키스라도 해줄까?”
-짝!-
벨라의 손이 내 뺨을 때렸다. 뺨은 아프지 않았지만 가슴은 아려왔고 이내 숨을 헐떡일
만큼 아파왔다.
“거짓말쟁이..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으로..무슨 말을 믿으란 거야?”
난 돌렸던 얼굴로 다시 벨라를 바라봤다. 최대한 표정을 억제하면서 팔을 뽑아야 할까?
몸을 찢어야 할까? 벨라를 안고 싶었다. 참아야 해!
“키스 한 번에 너무 들이 대시는 거 아닌가? 이사벨라 스완양?”
-짝!-
다시 한 번 벨라의 손이 올라갔다.
“큭큭.. 벨라 이번엔 안아줘야만 하니? 네 처녀성이라도 뱄을까? 그럼 만족 하겠니?”
내 입을 찢어 버리고 싶다. 나를 죽여 버리고 싶다. 벨라는 하염없이 울고만 있었다.
“내 처녀성이면 되겠니? 에드워드?”
벨라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러더니 매고 있던 가방을 떨어트리고 재킷을 벗어 던졌다.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냈다. 그만! 벨라 그만! 내
이성의 끈이 하나씩 풀리고 있었다. 벨라가 단추를 풀 때마다 향기가 강해졌고 난
내 손가락을 하나씩 소리 없이 분질렀다. 하지만 그걸로 내 자제력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때 앨리스가 나타나 벨라를 안아줬다. 에밋과 로잘리는 내 어깨를 잡고 있었다.
간신히 정신이 들었다. 에밋과 로잘리는 날 볼보에 태웠고 앨리스는 벨라를 안고 벨라의
트럭으로 갔다.
“아아악!!”
벨라가 소리쳤다. 처절한 벨라의 비명이 내 심장을 찢어 놨다. 난 벨라에게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내 심장을 도려내고 내 눈을 도려내고 내 팔과 발을 뽑아내도 벨라에게 모든 걸
줘도 난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