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4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세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나?
뱀파이어
그 날은 춥고 습했다. 사실 정형적인 포커스의 날씨다. 약간의 천둥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난 앨리스와 에밋, 로잘리와 함께 얼마 전 칼라일로부터 선물 받은 은색 볼보를
몰아 포커스 고등학교로 향했다. 길을 지날 때마다 빗길과 타이어의 마찰음이 듣기 좋았다.
창문을 내려 습하고 차가운 공기를 한 가득 들이마셨다. 솔직히 차가운 건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날이라 그런지 기분은 매우 좋았다. 학교는 붉은색 벽돌로
쌓아올린 낡은 건물 이었다. 대충 구석진 자리-해가 안 드는 자리-에 주차를 했다. 우린
앨리스 외에 나머진 전학생이라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미리 학교에 도착했고 학교 중앙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안네 데스크에 앉아있던 20대 후반쯤 되 보이는 여자가 약도와
수업 시간표를 건네주었고 여러 가지 학교 규칙들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이미 학생들은
하나 둘 등교하고 있었다. 에밋과 로잘리는 2학년 건물로 갔고 난 앨리스와 함께 1학년
건물로 들어왔다. 학교 안은 외형과는 다르게 깔끔했다. 최근에 새로 치장을 한 듯 페인트
냄새가 남아있었다. 난 복도에 서서 내 첫 수업 표를 봤다.
첫 수업시간은 생물이었다. 앨리스와 나는 생물실로 향해 걸어갔다. 우리가 지나칠 때
마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은 수군거렸고 몇몇 여자애들은 얼굴이 붉어졌다. 앨리스는
날 생물실 앞에 대려다 주고는 이내 자신의 수업이 있는 교실로 사라졌다. 난 어색하게
문 앞에 서있었다. 한참을 들어갈까 말까를 망설였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가득했다.
이내 교실에 첫 발을 내 딛고 생물 선생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교단위에 멀뚱히 서있었다. 이내 종이 울렸고 미처 들어오지 못한 학생들은
황급히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때였다. 문 앞에서 시내에서 맡았던 그 매혹적이고
위험한 향기가 났다. 난 그 향기의 근원지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 정말 익숙한 모습의
벨라가 있었다. 하지만 벨라는 며칠 잠을 못 잤는지 눈 밑엔 그림자가 있었고 헬쓱한
모습이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벨라는 눈동자가 쏟아질 듯 커졌고, 난 벨라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벨라는 한 참이나 문 앞에 서있었다. 난 주먹을 움켜쥐고 숨을 참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난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정말 하늘은 날 시험하려는 걸까?
원망스러웠다. 이 거지같은 운명들이 나의 숨통을 끊어놓을 듯 내 목을 조여 왔다.
화가 났다. 이제야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꺼라 생각했는데 이 저주받은
몸뚱이에겐 그것조차 사치였을까? 입술을 깨물었다. 여전히 숨은 참고 있었고 머리는
아파왔다. 그리고 심장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뛰고 있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급한 일로 조퇴하겠습니다.”
난 선생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문 앞에 서있는 벨라를 옆으로 밀치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에드워드!”
벨라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난 걸음을 더 빠르게 옮겼다. 여기서 벨라에게 잡히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난 벨라를 죽일 수 있다. 사실 벨라를 죽이고
싶을 만큼.. 벨라의 체취는 유혹적 이었다. 에드워드 버텨. 조금만 버텨. 미친 생각하지 말고
버텨!
“에드워드! 거기 서!”
벨라가 소리쳤다. 내 눈은 이미 검은 색으로 변해있었다. 제발 벨라.. 날 따라오지 마..
“에드워드!!”
난 주차장에 도착했고 재빠르게 볼보에 몸을 실었다. 그리곤 학교 정문을 벗어나 정처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차를 돌리지 않기 위해 빠르게 달렸다. 음악을 크게 틀었다.
다른 생각을 하기위해 볼륨을 더욱 더 키웠고 속도는 더 빠르게 달렸다. 그때 재킷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앨리스였다.
“에드워드 무슨 일이야?”
“앨리스 난 학교에 못돌아가. 당장 이곳을 떠나야 겠어”
“라 투아 칸탄테?”
앨리스가 속삭였다.
“벨라..”
난 낮게 속삭였다. 벨라가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 벨라가 아니길 바랬다. 난 거칠게
볼보의 문을 닫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가 내 얼굴위로 떨어지고 내 눈가에 떨어져 눈물
대신 흘러 내렸다. 심장이 아팠다. 죽어버린 심장이 아팠다. 인간이 되고 싶었다. 치명적인
피의 향기를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이고 싶었다. 평범하게 벨라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이고
싶었다.
“아아아아!”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 잔인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신을 향해
소리를 쳤다. 눈물도 흘리지 못하는 내 저주받은 몸을 향해 소리쳤다.
107년 동안 나를 이렇게 저주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사랑을 원해 본적도 없었고 인간이
되고 싶은 적도 없었다. 벨라가 보고 싶었다.
“에드워드..”
칼라일 이였다. 칼라일은 내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칼라일.. 난 이곳을 떠나야만 해요.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없어요.”
“에드워드 난 너를 믿는다. 참아낼 수 있어”
“아니요! 칼라일! 전 그녀를 죽이고 말거에요!”
난 불안정한 상태다. 지금의 난 벨라를 죽이고 말 것이다. 칼라일이 날 믿어도 난
내 자신을 믿을 수 없다. 칼라일은 살며시 날 안아주었다. 난 그대로 눈을 감았다.
집으로 돌아왔을 땐 모두 함께 있었다. 난 거실 소파에 앉아 팔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내 옆엔 앨리스가 내 어깨를 잡아주고 앉아있었다.
“에드워드 정말 떠나야겠어?”
“그래 네가 떠날 필요 없어! 위험 할 땐 우리가 막아줄게”
로잘리와 에밋이었다. 그들은 매우 든든하고 믿음직한 가족이다. 하지만 뱀파이어의 본능을
그들이 막을 순 없었다. 난 고개를 저었다. 방법은 없었다. 난 떠나야 했다.
-따르릉! 따르릉!-
앨리스는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앨리스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고 앨리스는 날 보았다.
“에드워드.. 벨라야..”
맙소사! 벨라? 어째서 벨라가? 난 망설였다. 앨리스가 내 앞으로 수화기를 가져왔다. 난
수화기가 깨질 듯 쌔게 잡았다.
“...여보세..요?”
“에드워드? 나야 벨라!”
벨라의 목소린 흥분에 젖어 있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벨라는 우는 듯 했다.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었다.
“벨라? 난 떠날 거야”
내 목소리는 잔인하게 울렸다. 벨라의 가슴을 찢고 아플 수 있게 최대한 냉정하게 밷었다.
“난 떠날 거야. 네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난 다시 한 번 잔인하게 내뱉었다. 벨라의 숨소리가 거칠어 젔다.
“왜..? 에드워드.. 갑자기 사라졌는데.. 다시 만났는데..왜..?”
벨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 신이시여. 당신이 정말 있다면 더 이상 벨라가 울지 않게
해 주소서.. 난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이가 입술을 뚫고 피가 났다.
“날 사랑하지 않았어?”
“...그래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처음부터 지금까지”
거짓말이야. 벨라. 난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고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거야. 그러니
제발 벨라..
“거짓말..”
“아니! 벨라! 사실이야!”
수화기 너머에 울고 있을 벨라를 향해 소리쳤다.
“그럼! 떠나지 마!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떠나지 마!”
“그건 그럴 수 없어 난 떠나야 해”
“네가 떠난다면 난 아무렇게나 살 태야!”
“억지 부리지마 벨라!”
“억지 부리는 건 너야 에드워드! 증명해 보이라고!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다는 걸!”
내가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는 척 할 수 있을까?
내가 널 죽이지 않을 만큼 성장해 있을까? 내가 어떻게 널..
“알았어. 벨라 네가 상처받아도 난 모르는 일이야. 네가 원한 일이야”
난 벨라의 대답을 듣지 않고 수화기를 던져 버렸다.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벨라를
밀어내야 한다. 그게 벨라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제력이 흔들릴 땐
내 살을 찢고 참아내면 된다. 자제력이 흔들릴 땐 내 손가락을 하나씩 부러트리면 된다.
내 자제력이 흔들릴 땐 내 눈알을 파내면 된다. 내 자제력이 흔들릴 땐 팔과 다리를 뜯어
내면 된다. 내 자제력이 흔들릴 땐.. 그렇게 해도 흔들릴 땐..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