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7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세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나?

뱀파이어

 

분주했다. 오늘은 제시카와 벨라, 에릭과 함께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난 쓸 때 없이

들떠 있었고, 이내 곧 냉정을 찾아야만 했다. 오늘은 얼마나 벨라에게 상처를 줘야할까?

어떤 방법으로 상처를 줘야하고, 난 또 얼마나 아파야 할까? 거울 앞에 섰다.

진 청바지에 하얀색 티를 입고 회색 재킷을 걸쳤다. 단순해 보이는 복장이었다.

 

‘뭐.. 구지 잘 보일 필욘 없으니까.’

 

난 나가기 위해 거실로 내려왔다. 앨리스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곤 내게

시선을 돌렸다.

 

“에드워드.. 조심해”

 

앨리스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앨리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모든 뱀파이어들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앨리스는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미래는 당사자의 마음의 결정에 따라 틀려지고 바꿀 수 있다. 나도 물론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1년 전 기억을 잃었을 때 사라진 듯 했다. 지금은 쓸 수 없었다.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이 조용한 게 좋았다.

 

난 은색 볼보를 몰고 시내에 도착했다. 제시카와 에릭, 벨라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난 오늘 벨라에게 상처를 주고, 에릭과 잘 되게끔 밀어줄 생각이다. 벨라에게 할 수 있는

내 1%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1%이길 바랬다.

 

“어서와 에드워드!”

 

제시카가 나에게 달려왔다. 벨라는 날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심장이 아려왔다.

제시카는 내게 팔짱을 끼고 날 끌고 시내로 들어가 버렸다. 뒤를 돌아보니 에릭과 벨라가

머쓱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우린 차례데로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갔다. 제시카는 영화를 보고

싶다며, 시시콜콜한 로맨스 영화를 골랐고, 영화가 끝난 후엔 벨라의 눈가에 눈물이 묻어

있었다. 당장 달려가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다행이 에릭이

벨라에게 손수건을 건냈다. 벨라는 나를 한번 슬쩍 바라보곤 손수건을 받았다. 난 피식

웃었다. 그 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에릭이 가고 싶어 하던, 분수가 있는 광장 이었다.

광장엔 사람이 가득했다.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우린 따뜻한 광장 옆 카페로 들어갔다.

우린 앞에 커피 한잔씩 시켜놓고 제시카의 무한 질문 공세를 받고 있었다.

 

“에드워드! 키가 몇이야?”

“185”

“와 크다! 그럼~ 포커스에 오기 전엔 어디서 살다 왔어?”

“알레스카”

 

제시카의 질문에 건성건성 대답했다. 제시카의 모든 질문은 다 나에게 향했다.

 

“그럼 에드워드! 지금 여자친구 있어?”

 

제시카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고 커피 잔을 보고 있던 내 시선은 나도 모르게 벨라를

힐끔 보고 말았다.

 

“아니 없어”

“그럼 좋아 하는 사람은?”

 

벨라..

 

“....없어”

 

심장이 내려앉고 머리가 아파왔다. 이 거짓말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아마 평생이겠지?

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럼 에드워드! 나랑 사겨볼래?”

 

가만히 있던 벨라가 내뱉었다. 벨라는 불안 한 듯 커피 잔을 쌔게 쥐고 있었다. 벨라의

폭탄 발언에 제시카는 어의없다는 듯 벨라를 째려봤고, 에릭은 날 째려봤다.

 

“흠.. 난 이만 퇴장 해야겠군?”

 

난 의자에 걸쳐 두었던 재킷을 빼 들었다. 벨라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다. 화가났다.

난 빠른 걸음으로 카페의 문으로 향했고 나를 따라 벨라가 일어섰지만 에릭이 벨라의

손을 잡았다. 난 밖으로 나왔고 제시카가 내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에드워드! 우리 따로 놀까?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음반 가게”

 

내가 짧게 대답했고 제시카와 난 벨라와 에릭을 두고 광장 반대편에 있는 음반가게로

발을 돌렸다. 제시카는 지루해 했다. 상관없었다. 난 음반을 고르면서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젠장..”

 

내 입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걱정됐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커져갔다. 어디서 넘어지진

않았을까? 길을 잃어버리진 않았을까? 울고 있진 않을까? 내 눈에 안 보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같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난 미칠 것만 같았다. 젠장! 에드워드! 이레서 어떻게

벨라를 놔줄 수 있단 말이야! 그때였다. 내 머리로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흘러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오늘은 꼭 그와 밤을 같이 보내겠어.’

‘고양이 같은 여자를 원해’

‘난 저 남자와 지금 바로 하고 싶어!’

‘날 보고 웃는 거야? 예쁜 건 알아가지고!’

‘트와일라잇 스코어 앨범이 나왔다고!? 어디 있어! 당장 사야겠어!’

‘당신은 연봉이 얼마나 되나요?’

 

갑자기 들려온 생각들에 난 머리가 아파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내 능력이 돌아왔다.

내 능력은 사람의 생각을 읽어낸다. 동족끼리의 생각은 더 잘 읽어 낼 수 있는 쓰잘대기

없는 능력이다. 제시카가 다가왔다.

 

“에드워드 무슨 일이야?”

“아무 것도 아니야. 미안하지만 제시카 난 그만 가야겠어.”

 

제시카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가득 했다. 하지만 이 상태로 이곳에 있다간 미칠 것만

같았다. 난 제시카의 대답도 듣지 않고 은색 볼보에 몸을 실코 시동을 걸었다.

 

‘에드워드! 뭐니! 생긴 건만 잘나서! 매너란 눈곱만큼도 없어! 흥이다!’

 

제시카의 생각이 들려왔다. 피식 웃음이 났다. 차는 막혔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차가

아주 많았다. 사람들은 빵빵! 거렸고, 난 그들의 생각을 막을 수 없었다.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고 싶었다.

 

‘벨라.. 난 오늘 꼭 벨라에게 고백을 할 거야!’

 

어느 생각에서 벨라의 이름이 들려왔다. 볼보의 창으로 거리를 둘러봤다. 벨라와 에릭이

길을 걷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핸들을 쌔게 잡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에릭의 생각이 흘러 들어왔지만 벨라의 생각은 들리지 않았다. 난 조용히 볼보를 주차시켜

놓고 다시 그들의 뒤를 따랐다. 벨라는 멍하니 정면만 응시하며 걸었고, 에릭은 열심히

벨라에게 질문을 했다. 무슨 음식을 좋아 하는지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

하는지 물었다.

 

“벨라 그럼 무슨 음악을 좋아해?”

“.....드뷔시의 달빛..”

 

내가 조용히 속삭였다. 벨라도 같은 대답을 했다. 벨라가 씁쓸히 웃어보였다. 마음이 아팠다

에릭이 벨라의 손을 잡았다. 벨라가 손을 빼려 했지만 에릭도 남자였다. 에릭은 손을 쌔게

쥐었다.

 

‘벨라 손 따뜻하다..’

 

부러웠다. 에릭이 너무 부러웠다. 벨라의 따뜻함을 느끼고 벨라에게 당당히 남자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에릭의 모습이 부러웠다. 에릭은 비록 키가 크거나 잘생긴 편은

아니었지만, 벨라를 당당히 사랑 할 수 있었다. 당당히 벨라를 사랑할 수 있는 에릭.

난 골목 그림자에 숨어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벨라와 에릭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비참해질 뿐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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