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에스미
지금 내 이름은 에스미 컬렌. 그리고 뱀파이어다. 지금부터 난 나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평범했던 내 삶에 대해..
난 정말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님 모두 다정했다. 위로는 오빠 하나가 있었고,
아래론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다. 난 가난했지만 불행하진 않았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18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다. 남편은 옆 동네의 농가의 아들 이었다. 남편은 잘 생기거나 하진
않았지만 가정에 충실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남자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에게 불행이 시작 되었다. 남편은 점점 날 멀리하기 시작 했다. 매일
벌어오는 생활비는 남편의 술값으로 나갔고, 남편이 술에 취한 날이면 폭력을 동반했다.
하지만 난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친정에서 전해온 소식에 그저 잘 지낸다고만 했었다.
그렇게 12년이 흘러 난 30살이 되어 있었다. 20살의 젊고 깨끗했던 피부엔 어느새
줄음이 하나씩 늘어났다. 입술을 트고, 눈 밑은 검게 변했다. 내 20대는 그렇게 지나갔다.
사는 게 벅차서 나 자신을 돌볼 수 없었다. 지금은 하루하루 남편의 매질을 피하는 게
내 하루 목표였다. 오늘도 난 남편의 매질을 피하기 위해 남의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렇게 번 돈은 그대로 남편의 주머니로 향했다. 언제나 똑같은 일상 지루했다.
그러던 중 옆집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다. 그 사람들은 나와 같이 가난 했지만 행복했다.
그들을 닮은 아이를 안고 산책을 하고, 함께 저녁을 먹고, 언제나 웃음이 가득했다.
나도 아이를 가지면 저들처럼 행복 할까? 난 항상 아이를 원했다. 나를 닮은 작고 귀여운
아기.. 그 아기가 날 위해 웃어 준다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 것이다.
그렇게 또 3년이 흘러 드디어 나에게도 아이가 생겼다. 행복했다. 내가 아이를 갖자 남편의
매질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우린 다시 가난하지만 불행하지 않은 생활을 했다.
그 날은 유난히 해가 좋았다. 남편은 일을 하러 나갔고 난 운동 겸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제 5개월 정도 되어 배가 살짝 불렀고, 난 그 사랑스러운 배를 연신 문지르며 걸었다.
그때였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 노랗게 물들었다. 그리고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난
비명을 질렀고, 깨어나니 병원 이었다. 의사는 내게 다가와 유산이 되었다는 끔찍한
말을 했다. 당장 수술하여 죽은 태아를 꺼내야 한다고 했다. 난 믿을 수 없었다. 아기는
나의 희망이었다. 남편의 매질에서 벗어날 이유였고, 내 지루한 삶을 활기차게 바꿔 준
이유도 아가였다. 아가는 내 삶의 이유였다. 그런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난 의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했다.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하지만 의사에게서 돌아 온
대답은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험 하다는 것뿐이었다. 난 그대로 병원을 도망쳐 나왔다
이대로 남편에게 돌아가면 다시 예전의 그 의미 없는 날들이 반복 될 것이다. 아니? 이번엔
남편의 손에 죽을지도 모르는 일 이었다. 난 정처 없이 걷기만 했다. 주위에 보이는 건
나무와 풀밖에 없었다. 내 발에선 피가 났고, 군데군데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가 가득했다.
다행이 배는 아프지 않았다. 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나무에 기대어 섰다. 눈물이 왈칵
쏟아 져 내렸다. 두려웠다. 정말 아기가 죽은 걸까? 난 지친 다리에 다시 힘을 주어 숲의
끝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곧 절벽이 나타났다. 절벽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했다.
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 바람에 몸을 실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 졌다. 다신
눈뜨지 않기를 바라며..
“이봐 컬렌! 사람이 떨어 졌어!”
내가 들은 마지막 소리였다.
그리고 난 뱀파이어가 되었다. 그리곤 죽은 줄 알았던 나의 아가는 살아 있었다.
기적이었다. 그리고 난 다시 새로운 가정을 가질 수 있었다. 칼라일 컬렌. 나의 두 번째
남편 이었다. 그는 훤칠한 키에 금발을 가지고 있고, 조각 같은 얼굴에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난 자주 칼라일에게 뱀파이어 들은 다 그렇게 잘 생겼냐고 종종 묻곤 했다.
그럴 때 마다 칼라일은 해맑게 웃어 보였다. 난 칼라일의 사랑을 받았고 금방 뱀파이어의
생활에 익숙해 졌다. 칼라일은 나의 태양이고 나의 공기였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을 받은
아가가 태어났다. 칼라일이 에드워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에드워드는 신기하게도
인간이었다. 가끔 나의 차가운 체온 때문에 에드워드는 종종 울음을 터트리거나 감기에
걸렸다. 그때마다 마음이 아파왔다. 하지만 칼라일의 입맞춤에 그 아픔은 한 순간에
날아갔다. 그렇게 우린 행복했다. 에드워드는 17살이 되던 때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뱀파이어가 되었다. 내 죄가 너무 커 에드워드에게까지 대물림 하는 것 같았다. 하루하루
에드워드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너무 무거웠다. 에드워드와 칼라일을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에드워드가 107세가 되던 해 인간을 물고 사라졌다.
난 재 정신 일수 없었다. 그 후론 기억나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난 언제나 에드워드를
찾아 헤맸고 칼라일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 그리고..
“아..들아..”
난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억지로 삼켰다. 내 아들 에드워드가 눈앞에 있었다. 난 손을
들어 에드워드의 뺨을 쓰다듬었다. 에드워드의 뺨이 선홍색 피로 물들어 갔다. 행복했다.
“어...어머니”
아 나의 아들 에드워드..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구나.. 널 좀 더 보듬고
싶고, 너에게 좀 더 사랑한다 말하고 싶구나.. 미안하구나. 아들아.. 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
힘든 삶을 살게 해서.. 미안하구나. 아들아.. 널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아들아..
사랑한다. 나의 아들 에드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