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25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사랑 벨라

 

 

죽음 이란 건, 예상외로 아프거나 외롭지 않았고, 칼라일이 말했던 주마등 이란 건 없었다.

뱀파이어라 그런가? 나의 죽음은 예상외로 평온했다. 비가 아직 내리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은 건가? 난 눈을 떴다. 예상외로 눈은 쉽게 떠졌다. 그리고 난 눈을 뜬 것을 후회

했다. 새 빨간 피와 찰랑이는 금발, 하얀 드레스와 창백한 미소를 띠운.. 아름다운..

 

 

 

 

 

 

 



 



 



 

“에..에스미?”

 

 

내 무릎 앞에 에스미는 피가 나오는 배를 움켜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피가 묻은

손을 들어 내 뺨에 대었다. 손이 떨렸다.

 

“아...아...아...”

 

난 신음을 토해냈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사랑하는 어머니가 싸늘히 죽어 가고

있었다. 나 때문에...

 

“아...들아..”

 

에스미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녀의 창백한 피부는 더 창백해 졌고, 점점 숨이 약해지고

있었다. 난 에스미를 힘껏 안고 흘러나오는 피를 어떻게든 막아 보기 위해 에스미의 배를

눌렀다. 하지만 상처부위는 너무 컸고, 피는 멈추지 않았다. 에스미가 다시 피를 토했다.

 

 

 

“어...어머니..”

 

 

에스미가 창백하지만 편안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그리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에스미는

나의 존재 이유였다. 벨라가 나타나기 전의 내 모든 삶의 이유였다. 언제나 자신의 차가운

몸 때문에 감기 걸린 날 보며 한없이 괴로워했던 나만의 어머니 이었다. 내 변화에 가장

힘들어했던 것도 모두 에스미였다.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했던, 천사 같던 나의 어머니.

언제나 나 보다 더 아파하고 날 볼 때마다 죄책감이 가득했던 나의 어머니. 왜...

역시 나에겐 행복은 사치 인걸까? 이 저주받은 나는..

 

“으아아아아악!!”

 

내 품에 있던 나의 어머니가 웃는 모습으로 사라져 갔다. 발끝부터 천천히 검은 재가 되어

사라져 갔다. 난 그 재가 없어지는 걸 억지로 잡으려 했다. 그리고 내 품에 남은 건 붉은

피를 먹음은 하얀 드레스가 전부였다.

 

난 그녀에게 하지 못한 말이 아직 잔득 있다. 난 괜찮다고, 내가 이렇게 된 건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당신을 너무 괴롭게 하지 말라고, 난 정말 괜찮다고.. 당신 덕분에 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었고 행복했다고..그리고 사랑한다고.. 난 드레스를 품에 안았다. 아직은 내게

인간의 그것이 남아 있었을까?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내 심장은 더욱 단단해

지고, 내 피부도 더 단단해 졌다. 난 에스미의 유품 아닌 유품을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고

살며시 쓰다듬었다, 뱀파이어가 따뜻할 일은 없었지만 드레스에서 전해지는 기운은 따뜻

했다. 이 세상 그 누구의 온기보다 따뜻 햇다. 제이콥을 바라봤다. 이미 내 이성은 마비된

상태였다. 제이콥이 낮게 긁는 소리를 냈다. 난 제이콥을 향해 몸을 숙였고, 내 눈엔

아무것도 비치는 게 없었다. 난 그대로 제이콥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주위에 있던 늑대들

도 함께 달려들었다. 그때 앨리스와 재스퍼, 로잘리, 에밋이 내 주위에서 달려들던 늑대들

앞을 가로 막았고, 제이콥에게 날카롭게 뻗었던 손은 칼라일의 손에 저지 되었다.

 

“아들아 그만!”

 

칼라일이 나를 말렸다. 난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칼라일이 뒤로 약간씩 밀려났다.

뒤에 있던 제이콥이 다시 목을 울렸다.

 

“에드워드! 네가 누군지 기억해 내!!”

 

칼라일의 소리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난 힘을 주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칼라일이 숨을

내쉬고 제이콥을 향해 돌아 섰다.

 

“자네가 우두머린가?”

 

칼라일의 목소린 떨렸다. 그는 주먹을 말아 쥐고 있었다. 어떻게든 진정해 보려 했지만

칼라일의 호흡은 이미 불안정 했다. 뱀파이어에게서 배우자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오직 한 짝을 사랑하는 것이 뱀파이어다. 칼라일은 그런 짝을 눈앞에서 잃었다. 자신의

생명을 잃었다. 칼라일에게 있어 에스미는 자신의 생명 이상일 것이다. 내가 지금 벨라를

사랑하는 것처럼, 아마 나보다 칼라일은 더 아플 것이다. 지금 당장 이성을 잃고 늑대들과

싸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가 지켜야만 하는 가족이 있다. 그의 자제력은 그의

최대의 무기였다.

 

“우리에게 에스미는.. 나의 사랑하는 배우자..였고.. 에드워드의..친..어..머니며..

우리의 사랑..하는..가족..이였소..”

 

칼라일이 말을 이을 수 없을 만큼 숨을 몰아쉬었다. 주먹을 점점 새게 쥐었다. 칼라일의

혈관들이 꿈틀되었고 그의 눈은 검은색으로 변하였다.

 

“그러니..그녀의..죽...음..으로.. 이..관계..를..정리 하는 게..어떻..겠소?”

 

그들은 서로 머리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난 그들의 대화에 화가 났다.

 

“뭐가...다르다는 거지?”

 

내가 제이콥을 향해 쏘아 보았다. 제이콥은 낮게 긁는 소릴 냈고, 난 자세를 낮추었다.

 

“그럼 네 친구를 죽인 날 죽이고, 내 어머니를 죽인 너도 죽으면 되겠군?”

 

더 이상 제이콥과 난 친구가 아니었다. 본능대로 서로를 증오하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칼라일이 나와 제이콥 사이를 다시 가로 막았다.

 

“늑대.. 더 이상 날 시험하려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난 인내심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닙니다.”

 

그때 제이콥의 발밑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네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다음엔 이렇게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러죠.. 다음엔 제 자제력이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일이니.”

 

칼라일의 말을 끝으로 그들은 숲을 향해 뛰어갔다. 이내 앨리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그런 앨리스를 재스퍼가 살며시 안아 주었고, 로잘리는 에밋의 품으로 뛰어갔다. 칼라일은

주먹을 쥐고 어깨를 떨었다. 난 에스미의 옷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나의 어머니 에스미.. 편히 잠드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