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24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난 일주일째 집에만 있었다. 무서워서 나갈 수 없었다. 겁에 질린 뱀파이어. 피식 웃음이
났다. 침대 옆에 놔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벨라였다.
“벨라..보고 싶어”
“에드워드...”
핸드폰을 받자마자 난 말했다. 벨라가 보고 싶었다. 죽음 따위 겁나지 않을 만큼
보고 싶었다.
“지금 갈까? 나 길 잃어버리지 않을 자신 있어!”
“벨라.. 난 지금 갈증이 심해”
“아..”
내 눈동자는 검은색 이었다. 그들은 우리 가문 영역을 벗어나 사냥을 가는 나를 노릴
것이다. 우리 가문이 있는 한 우리 영역에 들어오지 못한다. 우리 또한 그들의 영역을
들어 갈 수 없다. 그게 서로의 조건이었다. 난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벨라의 숨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벨라..”
“응?”
“키스 하고 싶어”
내 말에 벨라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널 만지고 싶어, 안고 싶고, 너의 모든 걸 갖고 싶어”
“에드워드 난 이미 네 거야”
벨라가 속삭였다. 난 물건이라면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앨리스의 미래를 보는 능력
덕분에 주식 변동을 예측하여 돈은 원하는 만큼 벌었다. 100년 동안 원하는 건 모두
사드렸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허전했고 외로웠다. 그리고 108년 만에 내 허전했던
마음은 ‘벨라’라는 천사 덕분에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채우는 것도 모자라 넘치기 까지
했다. 외롭지 않았다.
"I Love you. Bella You are my life now."
"I Love you. too Edward. You are my life already."
난 행복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Good Bye. Bella"
난 핸드폰을 움켜쥐어 부서트렸다. 내 이름을 부르는 벨라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난 창문을
열고 숲으로 달렸다. 빗줄기가 기분 좋게 내 몸을 때렸다. 난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렸다.
그리고 곧 내 옆으로 5개의 그림자가 따라 붙었다. 난 한쪽 입 꼬리를 올렸고 그들과
한참을 달리기만 했다.
그리고 익숙한 공터 가운데 섰다. 내가 제이콥의 친구를 죽인 그 공터였다. 이내 5명의
그림자는 날 둘러쌌다. 내 정면엔 제이콥이 있었다. 창문 너머로 봤을 땐 몰랐지만 얼굴이
많이 변해 있었다. 소년의 얼굴이 아닌 남자의 얼굴 이었다. 둥글했던 턱을 각이 져 있었고,
광대뼈는 도드라지고 귀는 약간 뾰족해 졌다. 눈썹은 진해졌고 눈은 더 깊게 패여 있었다.
입은 굳게 다물어있었다. 그리고 제이콥의 오른편엔 붉은 머리를 한 여자가 있었다.
늑대인간도 여자가 있는 줄은 몰랐었다. 그녀는 벨라만큼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늑대로 변하면 어떤 모습일지 조금은 궁금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이콥과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콥 만큼 매력 있진 않았다. 그들은 모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선 인간인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 이었다. 하지만 난 마음을 읽는 능력 덕분에 그들이 속으로 제이콥을 말리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끼린 생각이 통하는 듯 했다.
“제이콥.. 뜸 들이지 않을게 좋아. 곧 우리 가족이 올 거야”
제이콥이 낮게 이를 갈았다. 내 경고는 사실이었다. 내가 죽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분명
앨리스가 보았을 것이다. 멀리 달려왔지만 내 체취를 쫒아 달려 올 것이다 이미 오고
있을게 분명 했다. 그 전에 끝내야 했다. 내가 죽으면 칼라일은 분명 이들을 건들이지
않을 것이다. 칼라일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난 그렇게
믿고 있다.
“난 널 증오해”
제이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팔을 양 옆으로 벌렸다.
“제이콥.. 네 마음이 풀린다면 죽여”
난 눈을 감았다. 한 남자가 나의 이런 행동에 의문을 가졌다. 그는 내가 반격 할 것이라고
생각 하는 듯 했다.
“걱정 마 속임수 따윈 없어”
내 말에 그들은 놀라 약간의 동요를 일으켰다. 난 다시 눈을 뜨고 제이콥을 바라봤다.
“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그러니 걱정 마”
그들의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왔다. 역시 괴물이라는 둥. 빨리 죽여야 한다는 둥.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능력을 가진 건 나뿐이야.”
제이콥은 날 노려봤다.
“미안 제이콥.. 그땐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어.”
제이콥이 그때 왜 그랬는지 물었다. 내 대답은 사실 이었다. 그때의 난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이성적으로 행동 했다면 분명 난 제이콥의 친구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에드워드.. 난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어!”
“미안 제이콥.. 나에겐 넌 아직까지 친구야”
“아니 에드워드! 넌 날 배신하고! 이젠 뱀파이어야!”
“..그건.. 내가 원한 게 아니야”
“거짓말!”
제이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제이콥은 입술을 깨물었고 피가 흘러 나왔다.
“넌 내 믿음을 깨버리고 내 친구까지 죽였어.”
“응..미안해 제이콥”
“내가 널 죽여도 되는 걸까?”
“네 손이라면 난 행복 할 거야”
내가 제이콥을 향해 미소 지었고 제이콥의 발밑에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검은 늑대가 나타났다. 저번에 본 제이콥의 모습보다 컸다.
난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 봤다. 빗물이 내 눈 위로 떨어져 눈물 대신
흘러내렸다. 피식 웃음이 났다. 제이콥이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달려왔다.
“벨라...”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인 건 새 빨간 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