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27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며칠이 지났다. 우리 가족은 그 누구도 감히 마음 아픈 그 이름 에스미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을까 걱정을 했고, 조심했다. 나는 벨라의 집에
가는 날이 많아졌다. 언제나 잠드는 벨라의 모습을 바라봤고, 내 마음속 깊이 각인시켰다.
내가 벨라를 떠날 수 없고, 벨라가 날 떠날 수 없게 하기 위해. 그날은 벨라가 쉽게
잠을 들 수 없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았다. 이리 꽜다 저리
꽜다. 난 벨라의 손장난에 엉망이 되어가는 머리를 걱정했다.
“벨라 이제 그만 자야지?”
내가 벨라의 손을 잡고 벨라의 손목을 살짝 물었다.
“하지만 잠이 안 오는 걸?”
내 시린 이빨 자국이 빨갛게 남았다. 벨라는 그 자국을 바라보았다.
“우리 내일 주말인데 데이트 안 할레? 너 요즘 기운도 없는 것 같고..”
“데이트?”
“응”
벨라의 볼이 달아올랐다. 심장의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난 벨라의 얼굴을 내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네가 있는는 곳이면 어디든”
난 벨라에 귀에 속삭였고, 벨라는 곧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다음 날 저녁, 난 벨라와의 데이트를 위해 일단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 나왔고,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난 기뻐할 수 없다. 즐거워선 안 된다.
“에스미..”
작게 그 고결한 단어를 내뱉었다. 감히 침범해선 안 되는 그 단어. 그 이름, 그 생각,
마음이 다시 아려왔다. 난 행복해선 안 된다. 그게 내가 나에게 내리는 벌이다. 하지만
벨라 곁에 있는 난 한없이 행복해 지려 했다. 그때마다 난 나에게 잔인해 져야한다.
난 시계를 확인하고 옷방으로 들어갔다. 흰색 난방을 입고 하늘색 가디건을 걸쳤다.
검은 정장 바지와 검은 구드를 신고 회색 머플러를 둘렀다. 그리고 머리를 쓸어 넘겼다.
준비는 끝났다. 그때 뒤에서 앨리스가 슬며시 나타났다.
“안돼 앨리스”
난 앨리스가 묻기 전에 말을 잘라 버렸다. 앨리스의 계획은 더블 데이트였다. 아니? 트리플
데이트인가? 다들 우울해 있으니 기분을 풀기 위해 앨리스가 생각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난 딱 잘라 거절했다. 우리 5명이 한꺼번에 다니는 건 너무 눈에 뛰는 행동 이었다.
“에드워드 제발! 요즘 우리 너무 우울해!”
앨리스가 소리쳤다. 난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나와 앨리스, 재스퍼는 내 차를 탔고,
에밋과 로잘리는 얼마 전에 구입한 BMW 오픈카를 몰았다. 벨라의 집 앞에 도착했다.
앨리스가 벨라를 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벨라의 패션이 문제였다. 벨라는 그냥 청바지에
카키색 후드티를 입고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나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앨리스에게는 문제가 된 모양 이었다. 옆에 있던 로잘리도 덩달아 나물했다.
“어이 아줌마들? 그만 좀 하지? 내 눈에만 예쁘면 된 거 아냐?”
“에드워드! 여자란 자고로 예뻐지고 싶다는 게 평생 풀 수 없는 숙제야”
앨리스가 양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열심히 강의를 시작했다. 나와 에밋, 재스퍼는 고개를
저었다. 난 벨라를 보조석에 태우고 이내 출발했다. 시내에 도착하는 내내 앨리스는 벨라의
패션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주제로 벨라를 괴롭혔지만, 벨라는 즐거운 듯 보였다. 아니면
우리의 기분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즐거운 척 하는 건가? 이럴 땐 벨라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이내 우린 시내에 도착했다. 6명이 나란히 길을
걸었고, 역시나 우린 매우 눈에 뛰었다. 벨라가 자꾸 내 뒤로 숨었다. 낸 밸라의 어깨를
잡아끌고 내 옆에 고정 시키듯 힘을 주었다. 그래도 벨라는 자꾸 내 뒤로 숨기위해 주춤
거리다 제 발에 걸려 넘어 질 뻔했다.
“벨라 왜 그래? 뭐 불편 한 거 있어?”
내가 묻자 벨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입을 삐쭉 내밀었다. 난 벨라의 뺨을 쓰다 듬었다.
“나도 여자야..”
벨라의 말이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앨리스가 웃었다. 그리곤 벨라의
손을 잡고 벨라와 눈을 맞췄다.
“벨라 우리 쇼핑하러 갈까?”
앨리스의 말에 벨라는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난 이제야 벨라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인지
이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한 이해되지 않았다. 나에겐 벨라의 외모가 중요하지 않았다.
벨라 자체가 나에겐 너무 아름다웠다. 난 벨라를 강제로 끌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
앨리스는 신이 났다. 벨라는 거울 3개가 붙어있는 중간에 서 있었다. 옆에 탈의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난 옷을 바꿔 입을 때마다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벨라를
즐겁게 보고 있었다. 로잘리와 에밋도 옷을 고르러 갔고, 우리 가족이 된지 얼마 안 된
재스퍼는 언제나 내 옷을 입고 있었다. 나보다 약간 키가 큰 재스퍼에게 내 옷은 아주 약간
짧았다. 왜 이 부분에서 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을까? 쳇! 그렇게 한참을 고른 앨리스는
총 상의 15벌 하의 10벌을 구매했다. 벨라는 이렇게 많이 필요 없다며 앨리스를 설득하고
또 설득 했지만 앨리스는 보기와는 다르게 고집이 쌔다. 그리곤 우릴 버려두고 여자들 끼리
쇼핑을 마저 하겠다며 벨라를 끌고 갔다. 우린 백화점에 딸려있는 당구장으로 향했다.
나와 에밋은 선수 뺨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재스퍼의 실력은 모르고 있었다. 우린
언제나 그렇듯 내기를 걸고 당구를 치기 시작했다.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했다.
재스퍼가 처음 그리고 나 에밋이 마지막 이었다. 아마 이번 게임은 에밋까지 못갈 듯
싶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깨고 게임이 내 순서까지 오지도 않았다. 재스퍼가 연달아
점수를 내었고, 재스퍼로 시작해서 재스퍼로 게임이 끝나 버렸다. 에밋과 나는 재스퍼의
환상적인 기술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재스퍼 네 정채는 무엇이냐!”
에밋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재스퍼는 큐대를 조심히 벽에 세워두고 팔짱을 꼈다.
“이레 봐도 나 군인이었다. 거리와 각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린 너무 쉽게 끝나버린 게임을 내기라 할 수 없다며 재스퍼를 설득 시켰다. 그리고
우린 6판의 게임을 더 했고, 재스퍼는 연신 승리를 하였다. 우리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고
7판째를 막 시작하려 할 때, 벨라와 앨리스, 로잘리가 다가왔다. 난 벨라의 완벽한 변신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벨라는 짧은 검은 바지에 검은 리본이 달린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그 위에 검은 롱 가디건을 걸쳤다. 그리고 검은 부츠를 신고 있었다. 내 취향과 딱 맞는
스타일 이었다. 역시 앨리스는 내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난 벨라 주위를 돌았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데..”
내 말에 벨라의 볼이 약간 붉어졌다. 우린 하려던 게임을 그만 두고, 벨라의 저녁을 위해
식당으로 발을 돌렸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우린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벨라만 스파게티를 시키고 우린 과일이나, 셀러드를 시켰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서
간간히 먹는 시늉을 해야 했다.
“벨라는 생일이 언제야?”
앨리스의 물음에 벨라가 잠시 멈칫했다. 난 벨라를 바라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9월 13일”
벨라가 한참을 생각했다. 자신의 생일을 모르는 건 아닐 테고 벨라의 생각이 궁금했다.
“벨라? 왜 그렇게 뜸을 드려?”
내 말에 벨라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포크를 내려놓았다.
“나이를 먹잖아..”
나이를 먹는 건 당연한 거였다. 난 벨라가 먹던 스파게티 접시를 내 쪽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스파게티 면을 돌돌 포크에 말아 벨라의 입에 넣어줬다.
“벨라 나이를 먹는 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넌 안 먹잖아..난 곧 죽을 거야”
벨라의 말이 충격적 이었다. 곧 죽는다니? 아픈 걸까? 내가 모르는 병을 벨라가 가지고
있는 걸까?
“난 늙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