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30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사랑 벨라
거울이 깨지는 소리에 1층에서 가족들이 들어왔다. 낸 깨진 거울 조각들을 잘근잘근
밟았다. 내 발에 박히는 거울조각은 나에게 고통을 주지 못했다. 다만 지금 내게 고통을
주고 있는 건, 내 마음에 울리는 ‘그것’의 목소리였다.
“젠장...”
내 어깨가 떨리고, 호흡이 빨라졌다. 칼라일이 내 떨리는 어깨를 잡았다.
“빨리 가야 갰구나?”
난 칼라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캠핑 용품 따윈 챙기지 않았다. 우리가 향한 곳은
‘몬타나’였다. 그곳은 각종 동물들이 많았다. 특히 에밋이 좋아하는 곰이 사나웠다. 우린
한적한 곳에 대충 차를 숨겨두고, 사람들의 눈이 뜨지 않는 곳으로 달렸다. 바람이 머리를
헝클였다. 그리고 귓가엔 ‘그것’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난 더 스피드를 냈다. 바람이 귓가를
때리며 ‘그것’의 웃음소리를 덮어 주었다. 우리 가족은 하 자리에 모였다. 재스퍼와 에밋은
내기를 했지만 난 그 내기에 끼지 않았다. 기분이 나지 않았다. 난 자세를 낮추고 사냥감을
향해 달렸다. 내 눈에 보인 건 ‘벨라’였다. 난 급하게 멈추기 위해 바닥을 짚었다. 흙이
바람에 날렸다. 난 눈을 깜박였다. ‘벨라’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난 ‘벨라’를 피하기 위해
높이 뛰어 올랐다. ‘벨라’가 방향을 틀어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손을 높이 치켜들고선
‘벨라’가 그 얇은 손을 내 머리를 향해 내려 쳤다.
“에드워드! 정신 차려!”
칼라일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머리를 향해 내려오던 ‘벨라’의 손은 검은 털이
가득한 곰의 손으로 바뀌었다. ‘벨라’의 몸이 검은 털로 뒤덮인 곰의 몸으로 바뀌었다.
난 높이 뛰어 곰의 등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대로 곰의 목에 이를 꽂았다. 곰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네 조용히 바닥에 쓰러졌다. 사냥을 그렇게 끝이 났다. 칼라일이 다가왔다
“에드워드 괜찮니?”
난 소매로 입 주변을 쓱 닦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칼라일은 숨을 크게 내쉬고 내
앞쪽으로 달렸다. 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큭큭..’
‘그것’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난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난 다시 바람에 몸을 실었다. 갈증을 없애고 벨라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또 다시 ‘벨라’가 보였다. ‘벨라’의 목에 이를 꽂았다. 곧 그것은 치타로
변했다.
-
난 갈증이 가시자, 가족들을 내버려두고 먼저 포커스로 돌아왔다. 집으로 가서 짐승냄새가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습관상 거울 앞에 서려했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고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또 다시 ‘그것’의 목소리가 들릴까봐 난 빠르게 달렸다. 다행이 들리지 않았다.
벨라의 방에 도착했을 땐, 벨라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난 벨라의 침대에
살포시 누웠다. 다리를 펴고 팔짱을 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것’은 무엇일까?
나와 똑같이 생긴 ‘그것’은 위험했다. ‘그것’이 어떤 건진 모르지만 나와 벨라에게 분명
위험한 것이다. 난 팔짱낀 팔에 힘을 주었다. 손톱이 팔에 살짝 파고들었지만, 피는 나지
않았다. 물론 아픔도 없었다.
‘벨라...’
‘그것’이 벨라를 불렀다.
“그 더러운 입으로 벨라를 부르지 마”
난 허공을 향해 말했다. 눈은 여전히 감고 있었다.
‘큭큭..벨라...’
‘그것’은 나를 놀렸다. 난 눈을 뜨고 허공을 바라봤다. 희뿌연 무언가가 허공에 떠 있었고,
‘그것’은 곧 내 모습과 똑같아 졌다.
‘뭐가 두려운 거지?’
‘그것’이 팔짱을 끼며 내게 천천히 내려왔다. 난 손을 휘둘러 ‘그것’을 쳐냈지만, ‘그것’은
잠시 안개로 변했다. 다시 내 모습으로 뭉쳐졌다. 난 ‘그것’을 노려봤다.
‘큭큭.. 넌 결국 벨라를..’
“닥쳐!”
난 ‘그것’이 말을 잇기 전에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고 소리를 질렀다.
“에드워드?”
그때 벨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것’은 내게 기분 나쁜 미소를 날리곤 사라졌다. 난
숨을 몰아쉬었다. 불안감과 두려움이 온 몸을 휘감았다. 난 벨라를 바라보고, 벨라를 덥석
안았다.
“벨라..벨라..”
“진정해 에드워드! 나 여기 있어!”
벨라가 나의 등을 쓰다듬었다. 몰아쉬던 숨은 차차 진정 되었다. 요즘 난 벨라에게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처럼. 100년을 넘게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이런 내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난 엄마에게 안겨있는 어린 아이처럼 벨라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벨라는 모든 걸 받아주었다. 아무 말 없이 지금처럼 등을 가만히
쓸어주고 토닥여줬다. 미안했다. 난 벨라를 위험에 빠트리기만 했다. 고마웠다.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벨라가 한없이 고마웠다. 난 벨라의 뺨을 쓸었다. 벨라의 볼이 발그레 달아
올랐다. 그리곤 깊게 키스를 나눴다. 내가 어떻게 하면,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내가 널 가질 수 있을까? 가져도 되는 걸까?
‘에드워드..뭐가 두려운 거야?’
‘그것’의 음성이 들려왔다. 꺼져..너 따위 에게 벨라를 넘겨주지 않아..
‘큭큭.. 기대하지 에드워드..’
‘그것’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난 벨라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
벨라가 내 옆에 잠들어 있었다. 넌 벨라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에드워드...’
젠장! 너 뭐야! 왜 자꾸 나타나는 건데!
‘네가 잘 알고 있어’
웃기지마! 제발 까져버려! ‘그것’은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리고 창문으로 향했다. 난 벨라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그것’을 따라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그것’은 숲으로 향했고, 나도
‘그것’을 따랐다.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그것’의 정채를 알아야 했다. 벨라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넓은 들판 같은 곳에 서있었다. ‘그것’은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난 ‘그것’에게서
눈을 때지 않았고, ‘그것’은 들판을 빙글빙글 돌았다.
“에드워드.. 밤공기가 맑지?”
“난 너와 밤공기 타령 하고 싶지 않아”
“워워~ 에드워드 진정해 큭큭”
난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내 팔뚝의 핏줄들이 꿈틀됐다.
“네 정채가 뭐야..”
내 말에 ‘그것’은 빙글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곤 손으로 턱을 쓸었다.
“궁금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난 몸을 숙이고 가슴을 울렸다.
“난 너야”
난 ‘그것’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했고, ‘그것’은 내 앞에서 사라졌다. 내 얼굴 앞에서
나타났다. ‘그것’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었다. 내 목에선 ‘헉’소리가 흘러 나왔고, 이네
‘그것’은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난 너야 에드워드..큭큭’
‘그것’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울렸다. 난 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