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29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사랑 벨라


 

 

오늘은 앨리스가 잔뜩 기분이 들떠 있었다. 곧 벨라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3주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불멸의 뱀파이어에겐 3주는 시간도 아니었다. 난 이날도

역시나 내 옆에 잠들어 있는 천사를 키스로 깨웠다. 내 품에 잠들어 있던 이 사랑스럽고

유혹적인 천사는 살며시 눈을 떴다.


 

“Hi Bella"



 

 

-


 

포커스의 하늘에선 곧 비가 쏟아 질 듯, 엄청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에 화난 듯, 그렇게 울어 뎄다. 조심 느낌이 안 좋은 건 나만의

착각 일까? 앨리스의 생각을 들여다보았지만, 앨리스는 미래를 보지 못한 듯 했다. 난

나만의 착각이란 걸 의심하지 않았다. 평소와 똑같이 벨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벨라는

낮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내가 매일 밤 불러주는 벨라를 위한 자장가였다. 우린 곧

교실로 들어갔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시간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내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졌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난 숨을 크게

내쉬고 벨라를 집에 대려다 줬다. 그리고 난 잠깐의 사냥을 하기 위해 숲으로 달렸다. 난

혹시나 찾아 올 위험한 순간을 위해 틈틈이 사냥을 했다. 곧 넓은 공터에 멈췄고, 후각과

청각을 날카롭게 새웠다. 이내 내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침묵을 했다. 내 귓가에

들리는 건 나뭇잎들 사이를 가로 짓는 바람소리뿐이었다. 이상했다. 난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보통 이 정도로 신경을 날카롭게 새우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사냥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흔한 토끼의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때 하늘에서 비가

떨어 졌다. 난 비가 와서 그런가 하고 사냥을 접기로 했다. 그리곤 벨라의 집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난 늙을 거야...’


 

내 바로 뒤에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난 뒤를 돌았다. 그리곤 몸을 낮췄다. 하지만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다시 한 번 후각과 청각을 날카롭게 새웠고,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학교에서의 불안감이 한층 더 커졌다. 벨라가 머리로 빠르게 스쳐갔다. 난 벨라의

집으로 달렸다.


 

-



 

벨라는 다행이 아무 일 없었다. 내가 급하게 창문을 넘어 들어오자 숙제를 하던 벨라는

깜짝 놀라 나에게 다가왔다. 난 벨라를 품에 안았다.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벨라는

천천히 내 등을 토닥여줬다. 내 옷은 빗속을 달려와 온통 젖어있었다. 벨라가 나에게서

떨어져 수건을 가지러 가려 했으나 나는 놔주지 않았다.


 

“벨라 잠시만..”


 

벨라가 나의 어깨에 키스를 했다. 난 벨라의 턱을 들어 올리고 가볍게 키스를 했다. 내

불안했던 마음은 천천히 진정 되어갔다. 그때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앨리스였다.


 

“알았어, 하지만 벨라가 기뻐하진 않을 거야”


 

난 앨리스가 물어보기 전에 대답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닫아 버렸다.


 

“무슨 일이야?”

“네가 기뻐하지 않을 일”

“기뻐하지 않을 일?”

“응, 앨리스가 생일 선물로 뭘 갖고 싶냐고 물었어.”


 

내 말에 벨라는 인상을 찡그렸다. 난 벨라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줬다. 벨라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코 속으로 들어오는 유혹적인 향기였다. 역시 사냥을 못 한 게 조금 후회되었다.


 

“넌 안 물어봐?”

“뭘?”

“내가 갖고 싶은 선.물”


 

벨라의 눈에 내가 비춰졌다.


 

‘난 늙을 거야...’


 

숲에서 들었던 남자의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난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그리고 천장으로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벨라가 두 손으로 내 뺨을 붙잡았다. 내 시선은 다시 벨라에게

고정 되었다.


 

“네가 받고 싶은 선.물 이라는 게 뭔데?”

“하! 에드워드! 알고 있잖아!”


 

벨라가 작게 소리쳤다. 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벨라의 어깨를 붙잡았다.


 

“안 돼”

“왜? 나도 너처럼 아름답고, 언제나 너와 함께이고 싶어!”

“벨라! 넌 인간이기에 아름다워! 그 연약함...정해진 수명 그리고 너의 심장..

죽어서도 아름답지”

“난 죽기 싫어”


 

벨라가 나를 노려봤다. 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벨라 난 언제나 너와 함께야.”

“아니! 내가 죽으면 우린..우린..”


 

벨라가 끝내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난 그런 벨라를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벨라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졌다. 내가 감히 가질 수 없는 체온.. 내가 감히 뺐을 수 없는

체온.. 벨라, 네 눈에서 흐르는 그 눈물을 멈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내가 감히

네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내가 감히..


 

-


 

다음 날, 난 벨라의 집에 가기 전 항상 사냥 하던 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떨칠 수 없었다. 아니, 어제보다 더했다. 한시도 벨라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내 눈은 검게 변해 있었다.


 

“빨리 끝내야겠어.”


 

난 자세를 낮추고, 후각과 청각을 날카롭게 새웠다. 하지만 오늘도 내 주위에 잡히는

사냥감은 없었다. 오늘 사냥을 하지 않으면 벨라에게 갈 수 없었다. 난 좀더 안으로 들어

갔다. 역시나 사냥감은 없었다. 불안했다. 한숨을 쉬고 벨라에게 전화를 했다.


 

“벨라? 오늘은 못 갈 것 같아. 미안”

“무슨 일 있어?”


 

요즘 벨라는 이 말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사냥감이 없어”

“아..”


 

벨라의 아쉬운 듯 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냥 벨라에게 달려갈까? 라고도 생각 했지만

난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아직 난 벨라의 유혹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에드워드 걱정 마. 난 잘 견딜 수 있어”

“...응 벨라. 내일 꼭 보자”


 

그렇게 짧게 통화를 했고, 난 좀 더 숲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사냥감은 보이지 않았다.

난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칼라일”


 

신호가 가기 전에 칼라일이 받았다.


 

“사냥감이 없어요. 어제부터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요.”

“에드워드 일단 돌아오거라”


 

난 칼라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숨을 참고 집으로 달렸다. 집엔 모두 모여 있었다.


 

“이상한 일이야. 우리도 어제 하루종일 찾았지만 사냥감이 전혀 없어”


 

에밋이 말했다. 지금 우리 가족은 모두 검은 눈동자였다.


 

“좀 더 나가야 하는 걸까?”


 

재스퍼가 몹시 갈증을 느끼는 듯, 힘들게 말을 이었다. 우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내일은 좀 멀리 나가봐야 할 것 같구나.”


 

칼라일의 말에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벨라를 볼 수 없다. 벨라를

볼 수 없다는 건 갈증보다 더욱 괴로웠다. 갈증을 참는 것 보다 더 괴로웠다. 난 벨라에게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굶주린 짐승마냥

추해 보였다. 벨라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벨라는 맛있겠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사악하게 웃었다. 난 거울에게서 물러났지만 내 움직임을

따라와야 할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나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에드워드 벨라는 맛있을 거야? 큭큭”


 

거울에 비친 그것은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고 웃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거울에 비친 그것은 나를 조롱하듯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벨라는 맛있어 에드워드”


 

난 그대로 거울을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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