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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피리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매화책방지기 옮김 / 매화책방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좋을까. 어릴 때의 순수한 호의가 인연이 되어 돌아온다는게ㅠㅠ
그것도 그냥 인연이 아닌 아주 찐하게 빠져버릴 만큼의 인연이라면? 사건의 중심은 옛날, 하루나국과 유키국의 영주가 대립하게 되어, 그것을 끝내버릴정도의 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싸움,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거나 명예를 짓누르는 등. 증오와 원한 속에서 시작된다.
이 때 이들은 자신의 나라 주술사를 이용해서 싸우게 된다. 이 주술사라는게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애초에 주인공들도 이 주술사들과 관련 되어있고. 여우피리에 나오는 주인공인 신비한 힘을 가진 소녀 사요는 주술사에게 옥죄어있는 영물여우를 구해주곤 자신도 모르는 새 그 여우를 자기한테 감기게 해버렸다...! oh yeah 능력많은 여자 oh yeah 게다가 자신의 목숨을 쥐고있는 놈을 배신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려 하는 영물여우가 있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노비다.
근데 목숨을 쥐고 있다하면 그거잖아. 그 놈 말에 내 목숨이 왔다갔다하니 뭔들 못해..? 하고 나쁜짓도 결국 하게되는ㅠㅠ 그러니 상대방 편에서 본다면 본의는 아니더래도 결국 미운놈이 되기 마련이다. 노비... ...불쌍하고 안쓰러워..(임에도 불구하고 사요와 노비 둘의 감정을 한번에 알아채 밀어주는 이가 있었으니...! 이게 참 웃으면 안되는데 웃긴부분이다. 누구인지는 책속에서 직접 확인~)이렇게 썼지만 로맨스 책 아님; 정통판타지 소설이다!
ㅋㅋㅋㅋ책 안에서 분명 상황설명이나 인물들의 마음도 잘 표현이 되어있어 어느정도 심각성은 느껴지면서도, 사요가 노비랑 지내는 걸 보면 사실 영주싸움은 뒷전이고 빨리 이 두명이 행복해지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어버린다 ㅋㅋ 또 읽다보면 다들 각각 사정이 있고,(그렇다고 모두 수긍되는 사정은 아니지만) 코하루마루가 딱해져서 주의깊게 읽다보면 다시 내용으로 정신이 돌아오게 된다. 그만큼 어딘가에 치우쳐져있는 것이 덜하고, 균형이 어느정도 잘 잡힌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다면 아쉽고 좋았다면 좋은 점이 딱 하나, 열린 엔딩을 암시하는 부분과 함께 해피엔딩도 주기때문에 그 사이의 과정을 상상해야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를 궁금해하다가도 그렇게 끝낸 후 종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비로소 여운이 남는 마지막이라 양가감정을 가지며 책을 덮게되는 것.
문장이 어찌나 잘 읽히던지, 분명 하루에 한목차씩 읽자 마음먹고 밑줄긋기 해둔게 얼마 전 같은데^^; 책의 호흡이 빨라 순식간에 읽었네. 연초 첫 책으로 제일 마음이 가는 책을 읽고자 이리저리 책추천의 링크를 타다 고른 것이 이 여우피리였는데, 독서가 아직 익숙치 않은 내게 정말 읽기좋은 책으로 딱이었다. 은유적인 표현, 비유가 아주 많은데도 장황하지 않고 상상이 바로바로 되는 신비한 문체였다. 특히 스즈와 사요가 춤추는 장면이라던가.
살아오며 책을 많이 읽어온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는 덕분에 읽으면서 여우피리라는 소설+ 머릿속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한편을 봤다. 세상에나 생각치도 못한 1+1?!ㅋㅋㅋ 영화같은 연출을 글로 옮겼다는 느낌이 이런걸까. 작가님의 또다른 작품을 찾아봤는데 유명한 작가님이셨다.
문학상도 받으셨고, 소설이 애니화도 많이 되었고. 작년 개봉연기된 '사슴의 왕' 극장 애니메이션도 원작을 쓰셨다고 하니. (연기개봉날짜는 올해라고함.) 여우 피리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으니 다음에 꼭 사슴의 왕도 읽어봐야겠다 싶은^^
또 책에 인물의 설명만 되어있을 뿐, 직접적인 묘사일러스트가 없어 상상자유도가 높아 더 좋았던 것 같다. 모두의 상상속에서 각자의 사요가 있고 노비가 있고 코노하마루가 있고, 그 외 매력적인 인물들도 살아있는 것이다. 책속에 흑백수채화같은 조그만 일러스트가 귀엽다.
그리고 얼마 전 안 사실이지만, 이 책은 사실 매화책방이라는 곳에서 펀딩으로 제작되어진 첫 책이라고 한다. 너무 늦게 알아서 못했는데, 일정이상 펀딩하면 예쁜 책갈피를 준다. 참여하지 못해 많이 아쉬움이 크다. ㅠㅠ 개인적으로 매화책방지기님의 후기도 무척 좋았는데 이런 감성을 잘 신경써서 내주신 것 같다. 책도 너무 예뻤고...! 앞으로도 매화책방책을 눈여겨 볼 것같다. 지기님이 또 이런 책들 많이 가져와주셨으면...!
그럼 마지막으로,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노비와 사요가 행복하길 빌며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구절과 팬아트 낙서 올리며 마치려고 한다.
모두 행복한 하루 되시길~

사요 눈에는 보였다. 스즈 손에 감긴 작은 방울은 단순히 햇빛만 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 방울 소리에 이끌려, 나비 날개의 비늘 가루처럼 반짝이는 작은 빛으로 변해 스즈를 향해 모여들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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