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나눈 말들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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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글 그 자체로 서슴없이 표현한다는 것, 그것 참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나 만화, 각종미디어 매체를 보다보면 화자가 타인에게 나의 마음을 아냐고 울분을 토해낼 때가 있어요. 무슨 상황을 겪었는지 듣고 이입해서 감정을 간접으로나마 비슷하게 느낄 수 있을진 몰라도, 상황을 떠나 지금 당사자의 마음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지요. 설명을 한다한들 대부분 추상적인 내용에서 그치게되거나 명확한 표현이랄까 기준이 확실한 느낌이 적고요.


 매체의 작품은 대부분 상상뿐이 아닌 개인의 경험에서도 영감을 얻게됩니다. 즉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 말은 비단 미디어 속 뿐이 아니라, 실제로도 사람은 살아갈 때 자기심정을 확실하게 타인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야기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자면 '사람은 그런 분야에는 약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동물 중에서 특히나 뛰어난 지성을 지녔음에도 말입니다. 그러나 또, 그만큼 약할지'도'에 포함되지 않는, 이런 내용을 한번쯤 심도깊게 연구 한 사람들이 있을거라는 것. 우리는 세간에서 그런 사람을 '철학자'라 부르고 그 분야를 '철학'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심리학과는 약간 다른느낌입니다. 연관은 되어있을지도 모르지만)


 주변사람들중에 몇 명이 많이 아프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었던 만큼 아픈 것은 내가 아니었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다가오지않을까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제가 모르는 곳으로 먼저 떠나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본인이 아니니까 무섭다는둥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요. 사람이란게 참 간사하게도 이런 생각을 해버리고 말아요. 정말 소중한 사람일지라도 아무튼 내가아닌 타인이 죽음이 멀지 않았을때조차 이렇게 무서웠는데 실제로 내 자신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죽음이란 생물이라면 언제인가 분명히 절대로 하게되는 피할 수 없는 경험인데, 죽고 난 다음 사람은 행동불능에 빠져 무언가를 남길 수 없어 아직까지도 죽음 그 이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고있습니다. 호랑이는 죽고 가죽을남기고 인간은 죽고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입니다. 이만큼 미지의 경험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즐거움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무서운 공포이기도합니다. 


 이 공포를 앞에두고서도 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슬퍼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선택이든 잘못 된 것이아니며, 그럴 수 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서부터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죽음이란 순간은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것이라 사람들은 항상 염두해가며 살아가고있습니다만 정말로 죽음이 온다는 것을 깨닫고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눈으로 파악이 가능한 몸의 상태를 척도로 삼아 신체상태에 대해서는 자료가 남아있을지몰라도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의 당사자의 단순한 감정호소가 아닌 진정한 마음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자료로 남긴 것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쓰고싶더래도 여러가지가 받쳐줘야하니까요. (언어지식이나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거나, 멘탈의 상태 등)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이 책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남겨준, 미야노 아키코, 이소노 마호 작가님들과 옮겨주신 분(김영현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싶네요. 책은 지식의 원천이라고도하지만 사실 겪지 않은 경험을 한번 겪게해주는 새로운 기회라고도 합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삶의 기회를 한번 더 얻은 기분이 들었네요. 어쩌면.. 조금 잔인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작가님들 또한 이런 것을 바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인들에게 꼭 추천해주고싶은 책입니다.


 4월 초였나, 하여간 새벽 1시였는데 2시간정도 걸려 그자리에서 한권을 통째로 다 읽었어요. 책을 읽는 스킬이 아직 무딘 저는 보통 책한권에 2주정도 조금씩 나눠읽기 일쑤인데 신기했습니다.

작가님 두분 다 철학자셔서 그런지, 자신의 신념과 주관이 뚜렷하시고, 서로의 이야기에 태클도 걸고, ㅋㅋㅋ 재미있었어요. 흥미롭기도 했구요. 자신의 이야기만 맞다고 하느냐 라 하면 그건 또 아니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것을 수긍하고 배워나가는..곧바로 얘기에 적용시키는 당신들이 진정한 지식인...실은 얼마전 지식인 고수가 되었는데 내심뿌듯해했습니다만 이렇게 적고보니 제가 뭘 뿌듯해하고 앉았나 싶습니다. 사실 이건 별로 필요없는 사담입니다.

 

 생생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마지막엔 정말 눈물 철철흘렀어요. 슬픈 문구가 있었냐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굳이 있다면 응원하는 말?.. 이 책에서는 그냥 철학자 두명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고 있을 뿐이었어요. 단지 죽음에 굴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아닌, 애초에 죽음에 대하는 자세에 대한 자신의 마음, 죽음이 다가오고있는 것에 대한 뚜렷한 감정변화를 남기고자 목표를 확실히 하여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데, 이미 여기서부터 두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이게 프로의식일까요? 어쩌면 아까말했듯 감정호소가 아닌 철학자들이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논문처럼 파고드는듯한 이야기라 슬프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진짜 많이 울었네요.


 이 책은 그냥 죽음에 대해 논하기만 하는 책이 아닌 그 전까지 사람들이 살아오던 삶에 대하여, 다시한번 사람의 일생은 어떻게 돌아가고있는가를 철학적으로, 꽤나 구체적으로 예시를 제대로들어가며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기도 해요. 단순히 말로만 이야기 한 것이 아닌 이야기가 나오게된 이유나 상황, 어떻게 흘러가는가가 더 의미깊게 느껴집니다. 

 

제 서재에 오신 분들중 이미 다 읽어보셨을 것 같지만, 혹시 안읽어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셨음 좋겠어요. 많이 굼떴던 저를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게 해준 책이기도 하니까요!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가실 수 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p.s 이거 읽을 때 몰입해서 읽느라 인상깊었던 부분 따로 줄 안쳤었는데 ^.^; 나중에 다시 2회차 읽으면서 치게되면 추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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