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4
윌리엄 포크너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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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down, Moses」의 일곱 단편 중 하나.
연례행사로 벌어진 야영과 사냥을 통해 소년(아이작 매캐슬린)은 최고의 사냥꾼 파더 샘의 도움을 받아가며 자연에서 살아남은 법을 배워간다. 사냥꾼들 사이의 전설이 된 늙은 곰, 올드밴은 총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무모한 주정뱅이 분 호갠백에게 허무한 죽음을 당한다. 곰이 죽자, 곰을 숲의 수호자로 생각하며 살아온 파더 샘도 함께 생을 마감한다. 이제 숲은 개간되고 철도가 들어오면서 파괴되기 시작한다.
소년은 21살이 되자, 할아버지의 유산을 거부하고(대체 하느님 외에 누가 땅의 주인임을 주장할 수 있는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가 황야에 발을 딛으며 자연과의 교감을 느끼는 순간, 맞닥뜨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분의 탐욕에 찬 절규였다. 분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백인의 상징적 인물로 보인다.
복문에 복문, 가독성이 위협받은 장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조금만 신경줄을 놨다간 반복해 읽어야 했다. 그래도 역자 후기에 읽을수록 곰씹어지는 매력이 있다는 말에 동의까진 아니어도 수긍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다음은 대표작 「소리와 분노」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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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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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아름답다' 이다. 순전히 스토리의 힘만으로 그런 감정을 느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호탕한 아버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유약한 아들, 충직한 하인 하산과 그의 아들, 이들이 벌이는 이야기가 하늘을 나는 연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아미르의 아내에게도 감명받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적 잘못에 마음 아파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용서에 이르는 과정이 순교자의 길처럼 거룩하기까지 하다. 아미르의 용기가 부럽다.
아버지 바바는 아들 하산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땠을까? 죽기 전에 하산을 찾아가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바로 그가 아니었을까?
소설의 배경엔 아프가니스탄의 가슴 아픈 역사가 밑그림으로 깔려있다. 우리나라와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 다른 나라의 침략에 이은 내전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여기에 종교와 차별까지 얽혀있다.
글이 투박하고 말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문장의 따뜻함이 진정성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영화화되고 작가 인터뷰에서,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의 그림이 완벽하게 그려지고 작업을 시작한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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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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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씻겨주기, 사랑행위, 잠시 누워있기. 처음엔 「개인교수」 류의 성애소설인 줄 알았다. 15세 소년과 30대 여인의 파격적인 사랑이지만 에로틱한 분위기는 없다. 오히려 1인칭 시점의 사색적이고 단아한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2부에 들어서며 이야기는 급변한다. 학교 세미나를 통해 우연히 참여한 재판 과정에서 한나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고, 그녀가 자신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했던  문맹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1부에서 책 읽어주던 내용과 연결되면서 묘한 감흥을 준다.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나치의 부역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충격, 갈등에 휩싸인다. 우리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처럼 나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 또는 동조하거나 방조한 사람들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그저 손가락질 함으로써 수치심의 고통을 더는 행위가 정당한지, 자기와 같은 전후세대가 어디까지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한다. 한나를 비난할 수 없는, 잊거나 묻어버릴 수 있는 사랑의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사랑이 한 때의 성장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남자는, 교도소에 복역 중인 그녀에게 책 읽는 음성을 카세트에 담아 보낸다.
사실 출소 하루 앞두고 한나가 자살을 선택한 일은 예견된 일이다. 만일 남자의 보살핌 아래 살아가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면, 문학적으로도 매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테니.
글을 쉽게 써나가는 인상을 받았다. 큰 그림만 그려지면 술술 별 어려움 없이 써내려가는 느낌. 어쩌면 좋은 작품들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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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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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칼의 노래가 인정받은 이유는, 사실 기록에 치우친 다른 이순신 소설과 달리 공의 뜨거운 내면을 담았다는 점일 것이다.
김훈 작가의 혼을 담은 문장까지.
425년 전, 공의 깊은 고뇌와 백성에 대한 연민이, 임금과의 갈등이, 적에 대한 적의가 느껴진다. 말로만 들은 전쟁의 참상이 생생했다. 보신이 최우선이요 무능과 의심의 화신, 선조에 대한 깊은 빡침이 새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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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Orphan (오펀: 천사의 비밀) (2009)(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Warner Home Video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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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자움 콜렛 세라 출연 베라 파미가, 피터 사스가드, 이사벨 퍼만

'묻지마 입양은 절대적으로 위험해'

반전 영화리스트를 우연히 뒤지다 이 영화가 첫머리를 차지한 걸 보고 찾아봤다. 결말까지 보니 반전이라기 보다 영화 제목의 부제처럼 비밀이 옳았다.
포스터가 엑소시스트를 연상하게 했지만 사실은 처절한 인간미(?) 넘치는 내용이었다. 어린 배우에게 이렇듯 잔혹한 연기를 요구하면서까지 흥행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그만큼 이사벨 퍼만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사탄의 인형을 봤을 때 느꼈던 기분나쁜 섬뜩함이 감독의 목표였다면 성공작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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