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 예능인, mc, 심사위원, 프로듀서로서만 만났던 윤종신.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이자 작사가, 작곡가로서는 한 번도 만난적이 없었는데 그가 이렇게 글을 잘 쓰는줄 정말 몰랐다.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그 어떤 작가들의 에세이보다 훨씬 글을 잘 쓰는듯 싶다.가사뿐만이 아니라 그의 글에서는 진실됨이 느껴져서 더욱더 가슴에 와닿는거 같다.윤종신은 자신의 책에서 결코 독자에게 섣부른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는다.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할 뿐이다. 그런데도 그의 글 속에서 묻어나오는 그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는 내가 배우고 싶고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지금껏 TV에서 비줘진 그의 모습이 조금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진중한 면을 알게되면서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니구나, 이런게 진짜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장자>처럼 도교적 냄새가 풍긴다 싶었는데 작품해설을 보니 역시나 도교적 세계관의 영향을 받은 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독특한 소설이었다.독자마다 해석과 감상도 다른거 같고...각각의 등장인물들이나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거 같은데 한번 읽고 파악하기에는 나에게는 어려운거 같아 재독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들
우리는 타인의 죽음에 기생하여 살아간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이. - P20
죽음에 기생하여 생명을 이어가는 삶의 방식. 내게는 눈앞의 이 모든 것들이 아주 익숙하다. - P32
숨그림자 사람들은 호흡으로 의미를 읽는다. 공기 중에 단 여덞 개의 입자만 섞여 있어도 그것을 인식할 수 있다. - P133
단희는 [사랑]을 의미하는 입자들이 공기 중에 가득 차 있을 때가 좋았다. - P135
조안은 입자들을 감지할 수도 없었고 자신의 감정을 공기 중에서 감추는 법도 몰랐다. - P171
"나와의 대화에 시간을 많이 쓸 수 없다고? 사람들은 나와의 대화에 조금의 시간도 쓰지 않아. 내 말은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 P174
단희는 자신이 조안을 격리실에서 꺼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격리실은 자리를 옮겨 왔을 뿐인지도 몰랐다. - P175
[어떻게 그걸 확신해? 어차피 우린 다 비슷한 본성을 지녔어. 어떤 세계가 너를 받아주는 게 아니야. 그저 그곳에 너를 받아주는 어떤 사람이 있는 거야.] - P182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이 행성의 시간을 잠시 빌려 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지요. - P224
이브는 그 연약함 때문에 아이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 P233
한동안 이브는 격자 구조물의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만, 나중에는 그 위에 새로운 정보가 덧씌워질 것이다. 모든 기억은 낡아가고,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 가치를 시험당하며, 남을 가치가 없는 기억은 지워진다. - P264
식물을 통해 이해하는 우리 인생이야기
몬스테라, 벤자민고무나무, 산세베리아의 꽃과 열매를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관엽식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꽃이나 열매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본 적이 없다거나, 놀라며 자신이 오랫동안 키운 식물이 꽃이 피는 식물이냐고 되묻기도 한다. 포자로 번식하는 고사리와 이끼류가 아니라면 당연히 키우고 있는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몬스테라와 벤자민고무나무는 열대우림에서 20미터 넘게 거대하게 자란다. 몬스테라의 열매는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섞은 맛이 나고 옥수수처럼 생겼다. 나는 한번 몬스테라의 열매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무화과나무속에 속하는 벤자민고무나무는 작은 무화과 같은 열매를 맺는다. 산세베리아의 섬세한 흰 꽃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심심한 잎 모양에 그리 환호하진 않을 것이다. (p.21~22) - P21
화분에 담겨 성장이 지연된 채 지내는 열대식물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크고 멋지게 자라는 열대식물처럼 우리도 각자에게 맞는 자리에서 비로소 멋진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아닐까? (p.24~25) - P24
잡초는 기회가 생기면 빠르고 광범위하게 번식하고 낯선 곳을 장악하거나 교란된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근절하기 쉽지 않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 이런 끈질긴 생존 능력과 해롭거나 하찮은 존재라는 부정적 의미 때문에 잡초는 경멸적 용어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잡초를 ‘그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들‘이라고 했다. (p.39~40) - P39
지구에 수많은 식물이 인간보다 먼저 탄생했다. 도시가 있는 자리에는 식물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가끔 인간이 만든 크고 작은 구조물들로 가득 찬 도시를 걷다 보면 온통 쓰레기라는 생각을 한다. 집 안에 앉아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다. 지구에 자연적으로 탄생하지 않은 소재를 보면, 네모나고 동그란, 자연스럽지 않은 형태를 인식하면 가끔 미래가 암담하다. 언젠가 우리 인간이 모두 사라지면 자연과 융화되지 못하는 저 거대한 쓰레기들은 어떡하나 싶다. 그런 눈으로 보면 도시의 골목을 비집고 자리 잡은 잡초들이 정상일지도 모른다. (p.40) - P40
실험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은 막연히 우리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가 좀 더 고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진화적으로 원시 종이거나 우리 인간과 가깝지 않은 생물일수록 죄책감을 덜 느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실험을 한 연구자들은 윤리 교육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 ‘고통의 기준을 꼭 신경계에 두어야 할까?‘‘고통이 없다 해도 다른 관점에서 아플 수 있잖아?‘‘결국 죽이는 건 똑같은데.....‘‘생명을 죽이는데 죄책감의 강도가 달라도 될까?‘ (p.44~45) - P44
절화, 그러니까 잘라서 꽃집에서 파는 꽃을 보면 식물의 전체 형태를 생각할 때 사실 슬픈 일이다. 사람들은 꽃집에서 파는 꽃만 보고 그 밑에 모습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거베라의 꽃은 기억하나 거베라의 잎과 뿌리의 형태를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사실 꽃부터 뿌리 끝까지가 하나의 식물이고 살아 있는 모습인데 말이다. (p.47) - P47
드넓은 초원에 자라는 야생 튤립을 안다면 꽃이 제 머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원예종이 기이하게 보일 것이다. (p.49) - P49
모든 생물은 다 죽어서 사라지고 자리를 비워준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그걸 흡수하고 순환시킨다. 종종 인간은 영원한 것을 좋아해서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썩지 않는 물건을 만들어낸다. 도시에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썩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 우리가 모두 죽어 사라져도 그대로 남는 물건들 말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고 누려도 계속 결핍을 느끼는 건 변하지 않는 것들에 둘러싸여 사라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 아닐까? (p.66~67) - P66
반짝반짝 빛나고 풋풋하면서도 열정적인 청춘들의 첫사랑이여!! 어린애들의 유치한 사랑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 눈이 부시고 아름답다.
사랑은 한 사람을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켜준다. 그게 아니라면, 사랑이 가진 매력도 별것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밤낮으로 기도하며 바라는, 사랑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한 그런 사랑이 아니지 않을까. 지금도 나는 예전처럼, 언제든 사랑을 위해 미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나이다! - P183
"나는,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그래. 엄청 대단한 사람."그게 뭐냐. 그런 말은 하나마나지." 아허가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근데, 대단한 거랑 대단하지 않은 건 어떻게 판단할 건데?" 쉬즈장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대답은 이미 내 가슴속에 있었으니까. 대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이 세계가,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거지." 나는 별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선자이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의 세계는, 바로 너의 가슴속에 있어. - P203
스무 살 이전에는, 노력만 하면 어떤 사랑이든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얼마나 천진했던지.스무 살 이후에는, 대부분의 사랑이 시작과 동시에 그 결과가 예정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성에게 ‘연애 기회‘를 줄 것인지 여부는 대부분 무의식에 남은 첫인상에서 결정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랑은 운 말고 또다른 노력들로 메워나갈 수도 있다. 땀과 눈물의 빛과 냄새로.그런 까닭에 사랑의 모습이 이처럼 감동적인 것이다. 당신의 사랑을 대신 정의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별자리 전문가, 안녕히 가시라.Q&A 칼럼 전문가, 안녕히 가시라. 어떻게든 남들에게 연애하기 적당한 시기를 충고해주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 안녕히 가시라.용감하게 자신의 감각을 믿고, 청춘에 속하는 사랑을 하시길! - P208
누군가 어떤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려면, 그 일에 쏟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보면 된다. - P235
You are the apple of my eye.그대는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에요. - P239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내 몸에서도 빛이 나.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해 자신 또한 빛나는 거지. 그런 느낌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그렇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몸에서 빛이 난다. 그렇게 팔 년 동안 나는 그치지 않고 빛났다. - P275
"음, 나야말로 그때의 대답을 들려줘서 고마워. 정말 마음이 놓여. 그동안 너를 좋아한 게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게 아니라 줄곧 메아리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하거든." 나는 도시의 하늘을 수놓은 붉은색 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청춘이, 독백이 아니었다는 거." -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