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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평점 :
♡2025년 열일곱 번째 책♡
폴 오스터의 원작 <뉴욕 3부작>이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했다. 소설을 각색하여 만화로 표현한 이 책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다른 작가가 그려서 각기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면서도 비슷한 면도 있어서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더 매력적이었다.
이전에 그래픽노블로 이루어진 다른 작품을 몇 개 보았는데 항상 그림보다는 스토리에 치중하게 되어 뭔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는데(차라리 원작을 읽을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뉴욕 3부작은 내용이 그림에 잘 녹아들어 그림 한 컷 한 컷마다 집중해서 보게되었다.(그래서 이번 작품은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탐정소설의 탈을 쓰고 있지만 무엇보다 경계의 모호성, 정체성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되었다….”로 시작하는 <유리의 도시>는 소설가 퀸이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인해 탐정으로 오인받고 의뢰를 맡게 되면서 스틸맨이라는 남성을 감시하고 관찰하게 된 일을 그리고 있다.
🔖“가장 먼저 블루가 있다.”로 시작하는 <유령들>은 블루, 블랙, 화이트라는 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읽을수록 세 인물의 관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읽다보니 슬픈 느낌이 들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특히 블랙의 이 한 마디가 가슴 깊은 곳을 울렸다.
“그 사람은 내가 필요한 겁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내 시선이 필요한 거예요.”
🔖“지금 돌아보면 팬쇼는 항상 그곳에 있었던 것 같다.”로 시작하는 마지막 이야기 <잠겨 있는 방>은 실종된 친구의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 친구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화자의 이야기이다.
세 이야기 모두 읽어갈수록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고 뉴욕이라는 도시의 미로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자아를 상실해가고,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타자의 정체성을 대체해가는 이야기 속에서 실존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라 원작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뉴욕3부작 #폴오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