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수 작가님의 <눈보라>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강경수 작가님이 어떻게 표현했을지 직접 보고 싶었어요.
강경수 작가니까요. 그림책이면 그림책, 동화면 동화 언제나 기대 이상입니다.
기후 변화로 먹이를 찾기 어려워진 북극곰 '눈보라'가
인간의 마을에 내려오면서 생기는 일입니다.
눈보라는 북극곰인 자신을 사람들이 몰아내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판다로 변장을 하고 다시 찾아가죠.
몸에 흙좀 발랐을 뿐인데,
눈보라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넉넉한 음식을 얻고,
심지어 마을의 마스코트로 삼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눈보라가 판다가 아닌 북극곰이라는 사실이 다시 밝혀지자
눈보라는 다시 도망쳐 나올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곰의 존재를 반기는 아이들, 북극곰이 마을로 내려오면 안된다는 노인.
저는 사냥꾼에 계속 눈이 갔는데요,
사냥꾼은 늘 술에 취해 있는 사람이라 무시를 당해요, 근데 사실 맞는 말을 할때도 많아요.
눈보라가 판다로 변장하고 왔을때도 북극곰인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내 무시당하는데
막상 눈보라가 북극곰인걸 알고 쫓아내기 위해서 사람들은 사냥꾼을 먼저 찾습니다.
잘못이 없고, 해를 끼치지 않는데
존재 자체가 거부 당한다는건 어떤 느낌일까요.
이 책은 재생종이를 사용했고 지구 온난화를 얘기하는
환경에 대한 책으로 읽히지만
저는 이 책을 보고나서 얼마전 정말 충격적이고 슬펐던
변희수 하사의 죽음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연대하고 지지했지만
아마도 고 변희수 하사는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그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했던거겠죠.
모든 존재가 평등하게 존엄성을 훼손당하지 않기를....
그럴때까지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텍스트에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 눈보라를 표현하기 위한 저 페이드 아웃(?) 효과
너무나 멋졌어요.
요 몇달간 너무 좋다고 느낀 그림책이 많지 않았는데
간만에 참 좋은책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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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제이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내게 소개해 준 책이 며칠간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화가 장호....라는 이름이 맴돌았다.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이름. 결국 검색을 해보곤 아....아이들 어릴때 많이 읽어줬던 <나비잠>을 그린 작가님이셨다.화가 장호가 구강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며 약 1년간 그린 스케치들을 담은 이 책은 화가가 병을 마주하고 느낀 두려움과 혼란, 그러나 끝내 의연하게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담고 생의 주인이 되려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그는 "그러나 살고 싶다, 그러나 죽고 싶다" 했다가 "계곡물 소리가 예뻤다 미웠다 한다" 했다가 "나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웃고 있습니다" 하며 치료의 공포와 삶과 죽음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분열적으로 드러낸다.그 공포로부터 도망간 지리산에서 그가 그리는 것은 모두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의연하게 생명을 뿜어내는 들꽃들이다.많지 않은 색의 볼펜으로 그려낸 그 그림에서 볼펜이 머무른 자리에 눈이 간다. 볼펜똥을 남긴 그 자리는 그가 선을 긋기 위해 머무른 자리, 생명을 관찰하기 위해 머무른 자리, 앞으로 어떻게 병을 치료해야하나 고민한 자리였을테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왔지만 그는 내내 가족을 걱정하고 세상을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가서 글귀마다 가슴이 아파왔다.두번째 노트로 넘어가 병원에서의 스케치들이 등장한다. 종일 몸을 뉘여야하는 침대, 붕대를 감고 있는 자신의 얼굴들. 그의 자화상들은 단순한 선에서 시작해 점점 꼼꼼한 음영을 넣은 그림들로 바껴가는데 수술후 더는 내가 아닌것 같은 얼굴을 거울로 보며 덤덤하고 낯설게 관찰하고 묵묵히 그려냈을테다. 유일하게 애써 웃고 있는 자화상에는 이 책의 제목인 '나를 닮지 않은 자화상' 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생을 마감하기 6일전에는 "내 목숨은 내가 결정한다" 라고 결연히 써두었다. 의사로부터 가망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쓴 저 문장뒤에 화가의 마지막 그림. 병으로 떠났지만 그는 끝까지 병에게 지지 않았구나. 결국 삶의 주인이 나라는걸 선포하고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을 그림 그리기를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구나. 그림책 일러스트로 활동하셨기에 더 그랬을까. 화가의 그림들은 그림책의 그림들처럼 말을 한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차마 글로하지 못하고 말로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마지막까지 꾹꾹 눌러 담아 그림으로 그렸을 장호 작가의 귀한 그림들을 이렇게 책으로 만날수 있어 감사하다. 마지막 여운이 너무 길어 쉬이 책을 덮지 못하고 판권페이지까지 꼼꼼히 읽었는데 저작권자로 이름이 올라있는 사모님의 이름을 보니 다시 끅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온다. 책의 맨 마지막장, 화가가 스물다섯에 썼다는 다짐을 보니 먹먹했던 마음이 좀 위로가 된다. 장호 화가는 원하는 삶을 살아내고 떠났구나. 나는 여러번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의 죽음으로 오랜 기간을 힘들어한적이 있었는데 이토록 삶과 죽음이 위로가 되는분을 이제라도 만나게 되어 큰 기쁨이다. 언젠가 화가의 그림을 전시회로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장호 #나를닮지않은자화상 #창비 #구강암 #드로잉
막스 뒤코스의 신작 <등대 소년>1년전에 원서가 나와 언제 번역이 나오나 굉장히 궁금했던 작품이전의 막스 뒤코스의 작품의 공식처럼 소년이 우연한 계기로 환상의 모험을 시작한다.막스 뒤코스는 바다를 사랑하는게 틀림없다. <모래 언덕에서의 특별한 모험>애서 이미 특별한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티모테는 부모님이 외출하신 사이 자기를 방치하는 누나에게 화가나서 벽에 그려 붙인 그림을 떼다가 벽지 뒷면의 웅장한 그림을 찾아낸다. 그 그림속으로 들어가 소년 모르간을 만나고 모르간을 다시 오를레앙드로 돌려보내기 위해 괴물 도데카푸스를 따돌리려는 계획을 세운다.10살 아들이 공공연히 '최애작가'라고 말하는 막스 뒤코스의 <등대 소년>을 보고난뒤 엄청 상기된 얼굴로 "엄마, 내가 저 바다가 있는곳으로 빨려 들어간 느낌이야. 모험이 너무 흥미진진하고 그림이 진짜같아!!!" 라고 소리를 질렀다.막스 뒤코스의 작품속에서 모험은 늘 가까운곳에서 시작된다. 모험의 세상과 현실의 세상은 종이 한 장,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모험에서 곧 현실로 돌아오지만 항상 모험은 상상이 아니었다는 증거를 남긴다. <등대 소년>에서의 모험 역시 방 벽을 통과하여 바로 시작되지만 혼자만의 상상은 아니었다고 마지막 장면이 알려준다.그동안 막스 뒤코스의 작품에서는 늘 압도적인 그림과 그림속 코드를 해석하는게 재미있었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그의 아름다운 문장을 들여다봤다. 번역이 잘 되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아 이사람 글도 잘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원서가 궁금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