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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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에게 성큼 다가온 슬픔의 그림자를 피하고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슬픈 마음을 곁에 두고 어루만지며 충분히 슬픔을 누린다. 애도의 시간은 사전에 정의되어있지 않으며 애도가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조차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저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살다 삶을 돌이켜봤을 때쯤에서야 애도가 끝났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잃어버림으로써 부재를 마주하고 그곳에 사랑하는 이가 있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상실의 역설이란 근본적으로 이런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상실에서 배울 점이 있듯 사소한 발견에서도 우리는 깨달음을 얻는다. 발견에는 늘 즐거움이 따르지만 우리가 찾는 대상에 확실한 가치가 있다면 그 즐거움은 배 이상이 된다. 이러한 발견에는 마치 대상이 우리를 발견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느닷없는, 우연한 경우도 포함된다. 서로 배타적이지 않은 이 두 가지 발견은 우리 삶 곳곳에 놓여있다. 이 책은 무엇인지 모르는 대상을 자연스럽게 찾는 법에 대해 말해준다. 이 발견은 저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장면에 이른다. 강렬한 스파크가 튀듯 우연히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순간과 사랑의 순간을 만끽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애틋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손에 쥐면 상실하기 마련이다. 상실을 이어주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접합부인그리고이다. 지속되지 않고 사라질 지금이지만 우리는 분명 존재의 경이로움을 느낄 있다. 상실, 그리고, 발견은 우리 곳곳에 만연해있다. 피할 없는 존재이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보라는 메시지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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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웅크리고 있었지
김화진 외 지음 / 스위밍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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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처럼 비오는 여름날 읽기 좋은 책. 화창하게 개었다가 한없이 축축해졌다가, 그야말로 여름 그 자체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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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생트의 정원 문지 스펙트럼
앙리 보스코 지음, 정영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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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보리솔을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본문을 읽기 시작하면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에 놀라게 된다. 햇볕을 담뿍 받고 있는 농가의 모습, 여름에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돌로 된 야외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농가 사람들의 모습, 적당한 크기의 창문이 나 있는 집은 글을 읽어내려가는 즉시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문장을 읽고 있으면 농가의 옥수수와 과일 냄새가 나고, 공간을 마주하고 느끼는 상쾌한 기쁨이 느껴지는 듯하다.

생생히 그려낸 풍경만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님을 말하는듯 비단결처럼 유려한 앙리 보스코의 문장은 순식간에 내 마음을 빼앗았다. 그야말로 글자를 눈으로 쓰다듬으며 읽었다. 놀라운 그의 상상력 덕에 427쪽을 지루하지 않게 시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책을 덮고나면 긴 여행을 떠나는 신비로운 꿈을 꾼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섬세한 상상력으로, 꿈의 모험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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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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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에 있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조해진 작가의 글을 사랑한다. 최근에 <겨울을 지나가다>를 읽고 예전에 사두었지만 아직 펼쳐보지 않았던 <여름을 지나가다>를 역순으로 읽었다. <겨울을 지나가다>보다 비교적 어두운 말들이 가득한 이 책에서 조해진 소설가는 저마다의 이유로 소외된 사람들을 주목한다. 자꾸만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추고 나아가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손길을 건네며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제안한다. 책 속의 인물들은 그 손길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미래를 향해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를 묵묵히 걸어나간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나도 또다른 미래가 기다릴 내일을 향해 한 걸음 걸어갈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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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를 위한 루바토
김선오 지음 / 아침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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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토Rubato는 템포를 의도적으로 느리게, 혹은 빠르게 연주하는 것을 이른다. 그리고 연주자가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가 돋보이는 구간이다. 연주자가 순간 느끼는 감정을 마음껏 표현해내는 순간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내 방식대로 연주하듯 해석하며 읽었다. 작가의 마음을, 마음속으로 시인을 꿈꾸던 작가의 학창 시절을, 누하동에서 네 살이었던 자신을 만난 작가의 마음을. 글을 읽고 있으면 공기 중을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침착하고 단정한 글 같아 보이지만 안에 든 감정은 폭풍우처럼 몰아쳐 마음을 세게 때린다. 그리고 3부에 걸쳐 읽는 사람의 마음을 점차적으로 활짝 연다. 비슷한 사유를 하고 닮은 고민을 하는 타인이 있다는 사실은 때때로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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