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책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러지
기 드 모파상 외 지음, 최정수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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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책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외

이 책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단편들이 모여있다. 여기엔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의 사랑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사랑들도 모여있다. 출판사의 소개글처럼 ‘사랑’은 전 인류가 어떤 식으로든 경험하는 한 편의 ‘이야기’이며 같은 이야기는 없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 궁금해진다.

말로 풀어내기 어려운 사랑을 주제로 삼은 17편의 글 중 가장 몰입감이 좋았던 건 단연 첫 번째 단편이었던 기 드 모파상의 ’달빛‘. 8쪽의 짧은 분량임에도 글 속의 분위기와 온도, 어스름하면서도 밝은 달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짧고 강렬한 ‘달빛’을 맨 앞에 배치하여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한 것도 편집자의 의도일까 생각해보았다.

앤솔러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번에 읽을 수 있다는 것.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장르의 17편의 이야기 중 좋은 이야기도 있고 기억에 남지 않는 이야기도 있지만, 언제든 꺼내봐도 좋을 것 같다.

빼곡한 하트의 향연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부터 <사랑의 책>이라는 간단명료한 제목까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신간이었다.


📎 “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
「달빛」, 기 드 모파상

📎 오로지 그 정원사가 있는 정원에만 올리브 나무들이 있다. 묘지로 가는 길은 전혀 고요하지 않다. 배 모터 소리, 새소리, 벌과 파리가 웅웅거리는 소리, 바닷물이 자갈밭에서 부딪히는 소리, 맞은편의 허름한 배에서 폴폴 나온 연기가 먼 곳에서 몇 시간이고 걸려 있는 모습, 수레박하의 빨간 꽃, 금작화의 반짝이는 노란색, 무아재비, 광대나물, 금작나무, 엉겅퀴, 메밀 나무의 반짝임, 성장이 멈춘 사이프러스 나무, 작은 유리들로 뒤덮인 이 해변의 후미에 있는 깨딘 접시 조각들, 유리병의 코르크 마개, 지나간 문명의 기념비처럼 이가 나가고 날카로움을 바다에 놓고 온 수많은 유리컵, 그릇, 오지그릇, 찻잔, 깨진 약병, 죽은 말 뼈다귀들...... 바다는 이 모든 것을 어디에서 이 후미로 가지고 오는 걸까?
「정자가 있는 무덤」,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 저녁이 사방을 덮었다 / 운명이 시냇물을 에워쌌다
이 노래를 물론 비석에 새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단정할 수 없다. 비석에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충고도 새겨 넣으니까.
「정자가 있는 무덤」,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 “문제없어요, 고모님. 저는 그 목장으로 갈 거예요. 거기서 살 거예요. 양고기를 좋아할 거예요. 심지어 지네에게서도 좋은 점을 찾아볼 거예요. 물론 약간 거리를 두고요. 바로 제가 원하는 거예요. 지난 인생이 끝나고 새 인생이 찾아오고 있어요. 이건 오지에 처박히는 게 아니라 해방이에요, 고모님. 바람에 머리칼을 한 올 한 올 날리며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는 일은 생각해 보세요. 땅과 가까워지고 풀과 이름 없는 작은 들꽃의 이야기를 다시 배우는 거예요! 정말로 멋진 일일 거예요.
「목장의 보피프 부린」, 오 헨리

📎 그래, 가거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4월은 끝났다. 4월은 흘러갔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랑도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현명한 선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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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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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리는 과정을 보는 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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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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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 합쳐 640페이지 가량의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하루 만에 전부 읽어버렸다. 이 책을 읽는 누구든 엘리자베스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그의 매력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으니까.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그 시대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자신을 성폭행 하려했던 지도교수를 연필로 찔렀다는 이유로, 여자라 입 닫고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이유로 박사과정이 당연하게 취소 당했다. 그리고 학교의 명예를 위해 엘리자베스가 먼저 유혹했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가운을 입고 있어도 엘리자베스를 화학자로 보지 않고 행정 직원으로 보고 연구에서 배제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단단한 벽 앞에서 엘리자베스는 피하기보다 그 벽을 두드리기를 선택한다. 그의 영혼의 반려자였던 캘빈의 말처럼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않고 시스템을 뛰어 넘기를 선택한다.

900개가 넘는 단어를 인지하고 있는 아주 똑똑한 개 여섯시-삼십분,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책을 척척 읽을 줄 아는 예사롭지 않은 아이 매들린, 어느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찬 엘리자베스. 비현실적인 인물들보다 그 시대의 여성이 사회적 시스템을 뛰어 넘어 자아를 찾는 것이야말로 소설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글의 저자 보니 가머스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65세에 이 책으로 데뷔를 했다. 그리고 원고가 공개된 지 2주 만에 22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고 드라마화를 위해 애플TV에서 촬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소설같은 이 이야기는 저자가 엘리자베스처럼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재능을 잠재우지 않고, 미래를 직접 그리고,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의 글 속 인물을 닮은 보니 가머스처럼 우리도 이 책을 읽다보면 엘리자베스와 같은 마음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캘빈, 문제가 뭐냐면요, 이 세상 인구의 절반이 쓰이지도 않고 있다는 거예요. 내가 연구를 완수할 만큼 물품을 지원받지 못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에요. 문제는 여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여자들이 대학에 간다해도 케임브리지 같은 곳은 못 다녀요. 그 말은 여자에게 남자와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고, 따라서 동등한 존중도 받을 수 없다는 뜻이죠. 여자들은 맨 아래에서 시작하지만 더는 높이 올라가지 못할 거예요.

📎 인간에게는 확신이 필요하니까. 인간은 어려운 시기를 견대며 살아낸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하니까.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행동을 할 줄 아는 여타 종과 다르게, 인간에겐 언제나 다가오는 위협이 필요하고 또 선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필요해.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속담도 있잖아? 인간은 절대로 배우질 못하지.

📎 나쁜 일은 거꾸로 원동력 삼는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 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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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소년 닐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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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날마다 공장에 일 하러 가고 하나 있던 누나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하루 종일 춥고 텅 빈 집에 혼자 있던 베르틸에게 어느날 갑자기 엄지손가락만 한 닐스가 나타난다. 베르틸의 침대 밑 구석에 사는 닐스의 집에 들어가려면 '꼬꼬마 휘리릭'이라는 주문을 외워서 몸을 작게 만들어야 하고, 크게 만들고 싶을 때도 같은 주문을 외우면 된다. 집이라고 하기엔 벽난로만 있고 가구는 없는 텅텅 빈 닐스의 집을 베르틸이 커다란 몸을 이용해 내부를 채워주고 성냥을 가져와 집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음식을 가져와 작아진 몸으로 함께 나눠 먹으며 교감한다. 베르틸은 자신이 가져온 음식과 가구, 장작과 같은 것으로 닐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닐스는 늘 홀로 보내던 베르틸의 외로운 시간을 채워준다. 둘은 서로의 구원인 셈이다.

📎 베르틸은 자기 윗옷 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어요. 따스한 것, 아주아주 따스한 것이었어요. "엄마, 슬퍼하지 마세요. 난 혼자 있어도 무지무지 재미있어요."

이제 베르틸은 혼자 있어도 닐스가 있기에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따뜻함으로 서로를 채워주는 둘의 이야기가 내 마음도 따뜻함으로 채워주었다. 린드그렌의 이야기를 읽고 자란 어른 모두 자신을 위로해주는 각자의 닐스가 마음 깊숙한 곳에 존재하지 않을까.

"내가 외롭고 슬픈 어린 아이를 하나라도 밝게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그나마 내 인생에서 소중한 일 하나쯤은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가 나눈 따스함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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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후르츠 바스켓 블렌드 #2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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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배전을 좋아하고 최소 중배전을 좋아해서 입맛에 괜찮았어요 상큼한 맛이 돋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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