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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자 > 대통령의 이름은 바뀌어도 디즈니라는 이름은 남는다.
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 - 디즈니 문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교육적 대안
헨리 지루 지음, 성기완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미키, 미니, 플루토, 도날드 덕과 그의 조카들 휴이, 루이, 듀이. 어린 시절 즐겨봤던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들이다.  지금처럼 만화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고 만화 하는 시간도 하루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때 디즈니 만화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일요일 아침 디즈니 명작 만화는 하이디, 코난 등의 일본만화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공주가 나오는 만화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그림이 서구의 미인형 그림들이었기 때문에 예쁘다는 생각을 갖고 봤던 같다.
그런 만화를 즐겨보면서 디즈니 월드는 꼭 가보고 싶은 이상향--학생대백과에서 본 디즈니랜드의 코끼리(덤보) 놀이기구 타는 사진은 어린 시절 내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이 되고 디즈니월드가 있는 미국은 세계 최고의 나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나라로, 그 나라에서 태어나지 못함을 원망하면서 그렇게 자랐던 것 같다.  내 어린 시절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들에게 보여지는 만화영화, 책은 그저 단순한 만화 한편, 책 한 권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다 자신들의 의도를 마음먹고 풀어 논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헨리 지루는 순수함을 가장한 디즈니의 진짜 모습은 탐욕스러운 기업의 모습이라고 한다.                       
아이들 책을 보게 되면서 애니메이션 동화의 문제점과 더불어 디즈니 동화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편 동화의 축약, 다른 해석, 다른 결말, 정형화 된 주인공, 현란한 색의 그림까지 이 모든 것들 때문에 우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동화를 싫어한다. 그러면서 또 이런 말도 한다. 책의 정지화면은 그림이 빛을 흡수하고 채도의 변화 없는 원색만을 보여주지만 만화영화는 구성, 전개 방식도 뛰어나고 화면 또한 아름답다고. 그래서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니모를 찾아서>를 보여주고 캐릭터 장난감을 사준다.

영화 보여주기를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기에 그것이 담고 있는 메시지, 가치관 이런 것들은 너무 강하다. 그래서 다른 진보적 문화비평가들처럼 헨리 지루는 경고한다. 디즈니 만화영화에 담겨진 인종차별, 여성의 수동적 역할, 아동에 대한 상업화, 더 나아가 보수적인 세계관을 심으려 하는 의도에 대해서 말이다.

디즈니 만화를 극장에서 처음 봤던 것이 미녀와 야수(1990년)였다. 감미로운 음악과 숲 속의 나뭇잎 하나 하나가 흔들거리는 멋진 장면들은 디즈니의 기술에 감탄하기에 충분했고 씩씩하고 자기주장 강한 벨이 너무 예뻐서 LP까지 샀던 기억이 있다. 그냥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던 영화 속에 그런 의도가 숨겨져 있다니... 가려 볼 줄 아는 안목과 비판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드림웍스는 슈렉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디즈니 영화나 캐릭터 상품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그들이 지향 하는건 백인 중산층들의 쉼 없이 소비하는 윤택한 생활이라고 하지만 그 캐릭터들은 너무나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                                미국에서는 디즈니 만화 벽화를 그린 유치원을 디즈니가 고소해 못 그리게 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디즈니는 너무너무 흔하다. 특히나 길거리에서 파는 옷을 보자. 디즈니 캐릭터들이 판을 친다.  그렇게 싼 맛에 사 입힌 아이 옷의 그림을 아이들은 보고자라고 그러면서 친근감을 느끼고 디즈니가 주고자 하는 그런 가치관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너무 큰 과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베트남전에 관한 영화를 보면 나와 백인 미군병사를 동일시하면서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을 한편 두 편 보다보면 전쟁으로 가장 고통받는 베트남 사람의 시선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고 외관은 많이 달라 보이는 영화들도 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어느 정도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감독들이 만든 영화에서조차 베트남 사람들은 미국인에 의해 철저하게 타자화 되어있고 그들은 거의가 있으나마나한 존재들이다.
굿모닝 베트남이 디즈니에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그 영화를 봤을 때도 알고 있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책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로빈 윌리암스의 연기에 취해 베트남전쟁을 비판하는 영화라고 재미있게 봤는데 지루의 구체적인 분석을 보니 역시나 뭔가를 가장한 오락영화였던 것이다.

지루는 공교육 붕괴와 모든 공공부문의 약화를 경고한다. 공공의 것이 약화되었을 때 그 피해는 소수민종, 하위계층 만이 받는 것은 아니다. 소비행위가 주는 쾌락과 도피적 오락과 기업의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에 사회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을 경계한 것이다. 지루는 기업 귀족 디즈니에 대항하기 위해 학부모, 교육가, 문화활동가, 일반인들의 강력한 연대와 비상업적이고 비영리적인 공공영역 확대를 위한 다각적 활동과 독립 미디어가 상업적인 영역을 벗어나 성장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디즈니가 주는 메시지를 비판 할 수 있고 복합적이고 상징적인 형태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습득을 위해 비상업적인 공공영역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다.

디즈니는 공공부문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지향점은 백인 충산층 가정이다. 디즈니의 모든 전략은 백인 중산층들이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게 하고 더 나아가 사회성원들의 가치관까지 혼란스럽게 한다. 그리고 중산층은 더욱 더 보수가 된다. 자신들의 것은 하나도 잃지 않으려 하고 소수민종, 하위계층을 사회악으로 여기고 공화당에 투표를 한다. 그러고 보니 디즈니와 공화당 조지 부시는 닮지 않았는가?

지루는 비판적 의식을 가르치는 공공영역을 창조하고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다양한 공공영역과 연관된 민주적인 미디어 체계를 창조하기 위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디즈니의 이데올로기에 도전하자고 한다.
<디즈니의 순수함과 거짓말>은 긍정적으로만 보기 쉬운 산학연대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자본주의 이념을 민주주의의 이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탐욕스런 기업들의 숨겨진 본심을 날카롭게 지적해내고 있다. 지루가 강조하는 연대의 중요성, 공개적인 토론, 비판능력을 길러내는 충분한 학습, 공공영역의 강화와 확대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디즈니가 제 3세계나 우리나라에서는--신식민지건 반식민지건 종속된 어떤 형태건--문화제국주의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우리식대로 디즈니를 해석하고 대안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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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보라색 비가 내리는 책
섀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
김윤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김윤아. 그녀는 자우림의 보컬이다. 그리고 약간은 어둡고 우울하다. 원래 보라색이 또 비가 그렇지 않던가... 몽상가와 비관론자들에게는 그 이상의 색. 또 그 이상의 날씨는 없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삶의 처절함은 없지만 센티멘탈틱한 삶의 고뇌는 있다. 즉 연탄불이 꺼져서 방이 추운건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서 맘이 얼어붙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늘 삶과 딱 달라붙어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은 아니지만 조금 상황이 편할때 적당하게 우울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주는 노래들이다.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 그녀는 가사도 몹시 예술로 쓰기 때문에 책은 보나마나 잘 썼을것이라 생각했고 고맙게도 그녀는 그런 바램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녀의 글은 신선하다. 그렇다고 해서 오렌지쥬스를 선전하는 여자 아해의 얼굴같은 신선함은 아니다. 오히려 곰팡이가 핀 오렌지의 오묘한 색에서 나오는 신선함과 더 가깝다.

아주 글을 잘 쓰는 그녀를 보면서 생각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그녀는 아름답고. 그녀는 노래를 잘 부르고. 그녀는 노래도 잘 만들고. 그녀는... 그녀는...글 까지 잘 쓰다니...그녀의 노래를 좋아했던 팬이었는데 이 책을 사고 나서는 그녀의 글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오히려 함께 있는 음반이 가릴 정도로 그녀의 글 솜씨는 뛰어나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신은 공평하려고 생각이나 하시는 걸까?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담배. 술(맥주보다는 위스키가 좋고 와인보다는 꼬냑이 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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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서문조차 웃기다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대학 다닐때 1권을 사서 읽고는 (그때는 새와 물고기에서 나왔고 총 3권이었다.) 너무 재밌다를 연발하며 다음권을 찾았으나 이미 절판된. 나로써는 무척 아쉽고도 안타까운 책이었었다. (더불어 나의 게으름도 통탄스러웠다. 게으르면 죽어야지를 그때 부터 연발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책 세상에서 히치하이커 시리즈를 다시 5권으로, 그것도 들고 다니면서 읽기 딱 좋은 사이즈로 재 출간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이 책을 꼭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결국에는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서 번역일을 하는 지인의 바다와도 같은 배려심으로 책 다섯권을 몽땅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는 책장에 꽂아두고 내내 흐뭇하게 바라봤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쿠키 상자와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맛있는 쿠키가 있는가 하면 맛없는 쿠키도 있다고. 그래서 지금 맛없는 쿠키를 먹더라도 언젠가는 맛있는 쿠키를 먹게 될 것이라고. 나는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 다른 쿠키들을 해 치우는 동안. 나는 이 맛있는 히치하이커 쿠키 시리즈를 고이 남겨뒀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집구석에 쌓아둔 책을 다 읽고 더는 읽을것이 없는 그날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히치하이커를 꺼냈다. 음... 표지가 좀 촌실방하군 싶었지만 뭐 어떤가. 맛있는 쿠키는 가끔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반하기도 하는 법. (쿠키와 떡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날때 설명하도록 하자)

총 다섯권의 책이기에 아직까지 1권만 읽은 주제에 서평을 쓴다는 사실이 좀 찔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설마 2권, 3권 다 따로 쓰기야 하겠습니까?) 그래도 지금 이 느낌을 써 놓지 않으면 영영 까먹을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는 관계로 일단은 서평을 쓰기로 했다.

좀 웃긴 얘기지만 이 책. 즉 히치하이커 1권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것은 바로 서문격인 '안내서에 대한 안내' 였다. 그 옆에는 -작가가 말하는 별 도움 안 되는 이야기들- 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이 얼마나 매력 넘치는 문구인가! 별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라니. 그것도 이 책을 쓴 작가가 말하는 도움 안되는 이야기. 너무 흥미롭지 아니한가. 과연 이 서문은 예술이었다. 어지간하면 책의 본문을 인용하지 않는 나 이지만 (그러려면 책을 찾아봐야하는 수고스러움의 압박이 밀려온다.) 여기서는 도저히 그러지 않을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엄청나게 배째는 느낌을 나는 고스란히 전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다음은 그 서문들과 나의 느낌이다.

이 판본에 잘못 적힌 게 있다면, 내가 아는 한 그 잘못들은 그걸로 영영 끝이다. 이 얼마나 뻔뻔스러움의 포스가 느껴지는 말인가. 내가 본 책들은 판본에 잘못이 있으면 머리숙여 백배사죄 올림은 물론 귀찮더라도 가까운 출판사나 구입하신 곳으로 가시면 기꺼이 바꿔드리겠다는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라. 작가는 잘못 적힌것이 있더라도 저자인 자신이 아는 한 그것은 영영 끝장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저자가 이 책에 얼마나 대단한 자신감과 동시에 귀찮은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진정 멋지구리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어떤 저자가 독자들에게 저 따위로 말을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배째라의 정신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에에 빌린 닳아빠진 책이었다. 십년도 넘은 일이고, 그 책은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으니 이젠 훔쳤다고 봐야 옳다. 이 대목은 과연 물건을 빌린지 얼마나 되면 그걸 훔쳤다고 봐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되겠다. 저자는 어떤 책을 빌렸고 (켄 윌시가 쓴 '유럽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란다.) 그 책을 무려 십년이 지나는 동안 아직도 저자의 집구석에 뒹굴고 있는 것을 훔치다 라는 위풍당당한 용어를 쓰며 정리했다. 돌려주려고 했지만 앞집 개똥이가 이사와서 못을 쳐대는 바람에 잠을 못자서 라던가 돌려주려고 가는길에 그만 자동차가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보니 내 위로 원숭이가 날아가고 원시인들이 줄지어 섰더라 따위의 치사스런 변명은 하지 않는다. 그저 돌려주지 않았으니, 그리고 그 기간이 무려 십년이나 되었으니 자신은 훔친것이나 진배 없다고 말하는 이 당당함. 일만 터지면 변명하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의 습관에 일침을 놓는 주옥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자. 이제부터 뭘 빌려서 십년넘게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았거들랑 우리 모두 훔쳤다 라고 솔직하게 인정하자. 시립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이제 9년 하고도 11개월만 더 버티면 훔친게 된다. 그럼 이제 그건 내꺼다.

현재 소문에 의하면, 영화 촬영은 최후의 심판일 직전에 시작 될 것이라고 한다. 이건 저자가 이 책과 관련한 대본을 썼고. 그게 영화화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거듭 연기가 되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조만간, 곧, 수일내에 따위의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면서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기다려야 할 기간은 조만간, 곧, 수일내와는 택도 없을 만큼 긴 시간들인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우린 저렇게 말하면서 사람들을 얼르고 기다리는 것을 독려한다. 허나 저자는 이런 쓸데없는 말 대신 단 한마디를 했다. 바로 최후의 심판일 직전. 이 얼마나 명확한 말인가. 사실 최후의 심판이 다가왔는데 영화를 찍고 앉았을 미친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곧 저자가 이제 그만 자신이 쓴 대본이 영화화 되는 꼴을 보기를 포기했다는 말을 최대한 코믹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그냥 아마도 영화화 되기 힘들 것이다라는 것 보다 얼마나 로맨틱하고 엘레강스한가. 정말 훔치고 싶은 표현이라 아니할수가 없다.

자. 서문은 이쯤 하자. 그 다음 책 내용...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기 또 대단한게 나온다. 이번에는 그냥 설명없이 옮기기로 하겠다. 이것은 저자에게 어떻게 하면 이 행성을 떠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간략한 정보이다.

1. 나사 NASA 에 전화하라. 전화번호는 (713) 483-3111 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2. 그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백악관 (202) 456-1414 에 있는 아무 친구에게나 전화해서, 나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하라.

3. 백악관에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그렘린에 전화하라 (0107-095-295-9051 로 전화해 국제 교환수에게 그렘린을 대달라고 하라). 그 사람들도 백악관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남들한테 대놓고 말 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영향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도 해 볼만하다.

4. 그것도 안 되면, 교황에게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봐라. 교황의 전화번호는 011-39-6-6982다. 내가 듣기에 교황의 교환수는 절대로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5. 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 신호를 해서 지나가는 비행접시를 정지시킨 다음, 전화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이 행성을 벗어나는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쓰다가 보니 너무 길어져서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시간이 없으니 넓은 이해를 부탁드리면서. 이왕 부탁을 들어주는 김에 하나만 더 하자. 저 번호가 진짜인지 아닌지 겁나게 궁금한데 혹시 나를 대신해서 저 번호로 전화를 해서 알아봐 줄 사람이 있으면 정말로 고맙겠다. 비록 재벌 2세이지만 할일은 없는 사람들의 많은 참여 바라며. 책에 대한 서평은 나중에 다섯권을 다 읽고 쓰겠다. 지금 말 할 수 있는것은 저 서문 만큼이나 책이 재밌다는것. 단 한가지이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 짱돌 내려놔라. 알다시피 내신 15등급은 그런거 몇개 맞는다고 해서 뇌가 어찌되거나 죽지도 않는다. 서평은... 수일내에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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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야구를 알아도, 야구를 몰라도 재밌는 책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까지 두 가지의 고민을 했었다. 하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좋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믿음이 안가는 (참으로 이상한 성격이긴 하지만) 무언가가 있었고, 또 하나는 내가 야구의 '야'자도 모른다는 것이다.(심지어 몇명이서 하는 경기인지도 모르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눈여겨 보면서도 선뜻 구입해서 읽지를 못했다. 남들 다 읽었다는 유명한 책 중에서는 나랑 코드가 맞지 않은 책들이 유난히 많았으며 (치즈의 위치 운운하는 책이나 파*포* 같은 혹은 스스로를 귀엽다 생각하는 아해가 쓴 책들이랄지) 이 책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야구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며 알고 싶지도 않은 내가 야구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심하게 들었었다. 그런데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이모양이 이 책을 꼭 읽어보라며 추천을 했었다. 이모양으로 말할것 같으면 가끔은 나와 코드가 안맞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그녀가 추천한 영화나 음악, 책 중에서 실패할 확률은 10% 미만이므로 나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뭣보다 '야. 야구 몰라도 이거 재밌어'라는 말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과연. 이 책은 심하게 재밌었다. 한 페이지당 최고 5회에서 최소 1회는 '푸하하' 하고 웃게 만들었으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질깃질깃하게 웃기는 맛이 있는 것이. 재미에 이 한평생 걸고 사는 나에게는 딱인 책이었다. 내가 쓴 마이리스트 중 웃다가 죽으리 라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재밌고 웃기는 책이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실존했던 프로 야구팀이다. 야구팀하면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한화 이글스, 청보 핀토스 정도만 아는 나에게는 물론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팀이다. (청보 핀토스의 전신이었다고 한다.) 그 팀은 무서울 정도로 야구를 못했으며 기록 또한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93년도에는 한 선수의 노력으로 잠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적이 있었으나 다음해에 역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만연 꼴찌팀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후 삼미 슈퍼스타즈는 사라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소년은 인천에 살고 있으며 인천을 연고로 둔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이 된다. 그의 인생은 순탄했으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팀이 없어지고 야구와는 무관한 인생을 살던 소년은 어른으로 자라고 대학생을 거쳐 직장인이 된다. 어린시절과는 다소 다른 복잡다난한 인생을 살던 그는 실직을 계기로 다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에 가입한다. 물론 이미 없어진 팀이라서 그의 친구 한명과 삼미 슈퍼스타즈를 숭배하는 일본인 한명. 그리고 대체 왜 가입했는지 모를 떨거지들과 함께. 그들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된다.

뭐든 이겨야 하는 세상. 남보다 반보라도 앞서야만 안심이 되는 세상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와 그 마지막 팬클럽은 어쩌면 이 세상에 농담같은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모든 사람들이 다 선두에 서서 1등 자리를 먹을수는 없다. 누군가가 일등이면 꼴찌도 있어야 하고. 누군가가 열심히 살면 또 누군가는 나무늘보같은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소년은 삼미 슈퍼스타즈와 자신의 인생을 통해 그점을 배운다. 벌서듯 살지 않아도 세상은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삼미슈퍼스타즈와 그 팬클럽은 나를 닮은것 같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팍팍하게 벌서듯 사는 삶이고 그래서 나는 언제나 1등이나 주류로 부터는 한참 떨어진 삶을 살았다. 중학교때 부터 공부에 손을 놓기 시작해서 고등학교때는 내신성적 15등급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거두었고 운이 좋게도 수능이라는 제도가 생겨서 나는 간신히 어정쩡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역시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출석만 잘 해도 장학금은 따놓은 당상인 할랑한 과에 들어갔고 교수가 무지하게 봐 줬지만 나는 출석일수가 너무나 턱없이 모자라서 유급생이 되었고 과 최초로 유급생이지만 졸업을 했다. 물론 열심히 다녀서는 아니다. 교수가 불쌍해서 졸업을 시켜 준 것이다. 실제로 나는 과목 하나를 누락하는 바람에 (단 한번도 출석과 시험을 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졸업할때야 알고 정말 헉겁하는줄 알았다.) 절대로 졸업을 못할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지도교수가 담당 교수님을 만나 사정사정해서 나는 얼치기로 졸업을 했다. (지도교수님은 내 에반게리온 비디오 시리즈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나는 그 교수님을 용서하고 있다.)

이런 나의 할랑한 삶은 어른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친구 따라 갔다가 방송국에 취직을 하고 목소리만 멀쩡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놀맨놀맨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한가하고도 나른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일은 절대 하지 않으며 오직 편하게 돈을 버는 것 만이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돈을 더 벌고 힘든일을 할래라고 물으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건 내가 추구하는 할랑한 삶에서 너무나 벗어난 짓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신나게 뺑이 치다가 어느날 갑자기 퇴직을 강요당한 것 처럼. 내가 그런 삶을 견뎌내거나 성공적으로 끌고 나갈 확률은 희박하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그 사실을 잘 안다.

이 책에서 단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뭐랄까 주인공의 대학 이전까지는 논픽션 냄새가 나고 상당히 재미가 있는데 대학 시절부터는 픽션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별로 재미는 없어진다. 이건 아마도 작가의 상상력이 조금은 후달리는 것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일인것 같다. 실제로 이야기꾼이라 불리우는 작가들 중에서 상당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 의존한다.(물론 아닌척 한다.)내가 보기에 정말 대단한 작가들은 경험을 재밌게 우려내는 작가들도 물론 그렇지만 그보다 생판 처음부터 모든걸 상상해서 써 대는 작가들이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이야기꾼이라 불리울 만 하다. 그러나 나는 재미만 있다면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작가의 경험이건 머리속에서 창조된 이야기건 별로 가릴 마음은 없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다소 주춤거렸던 중후반부와 달리 끝 부분에서 마무리가 아주 깔끔하다. 끝처리가 너저분하면 꼭 단터진 원피스 자락처럼 추한데 이 책은 오버로크로 잘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다소 재미가 처지던 부분이 쉽사리 용서가 된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아주 훌륭한 책이다. 뭐 지식을 준다던가 뭔가를 깨닳게 하려는 부분 (실제로 작가는 뭔가 전하려고 했지만 나는 별로 느낌이 없었다. 너무 재밌는 탓에 작가의 가르침 으로 재미가 반감되는게 싫었나보다.) 이 크게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는 것은 얼마나 큰 미덕인가!

세상을 재미로만 살 수는 없다랄지 혹은 재미가 밥 먹여 주느냐 같은 소리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인것 같다. 재미 하나로 승부를 걸어서 사람을 이토록이나 유쾌하게 만드는 이 책은 분명 성공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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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호어스트를 만나면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책을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은 [재미]이다. 이건 책이건 영화건 일이건 예외는 없는 것으로 일단 재미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진다. 물론 재미라는 것에 개인차가 엄언히 존재하는 것이므로 내가 재밌다고 하는 책이 간혹은 재미가 없을수도 있고 남이 재밌다고 해서 산 책에 하품만 하다 읽기를 포기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이 책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는 적어도 누구에게나 재밌다는 평을 얻어낼 듯 하다. 누구나 수긍할 만한 재미를 충분하게 갖춘 이 책은 단숨에 읽어 치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읽는 내내 키득거리게 만든다.(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읽으면 시선 집중의 위험이 있다.)

요즘 골치아픈 일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바람에 내 머리는 한동안 스파게티를 한 접시 쏟아놓은 것 처럼 복잡했었다. 이럴때는 평소의 재미와는 달리 보편적인 재미와 할랑함을 찾는것이 최고라는 생각에 이 책을 골랐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독일작가들의 책을 고전 빼고는 그다지 많이 보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독일인의 유머 감각도 꾀 쓸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이어서 '내가 전부터 말했었잖아'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우연의 일치로 그 책 역시 독일 작가가 쓴 책이며 세상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머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주인공은 호어스트 에버스(작가의 이름과 같다.) 직업은 없으며 게으름이 하늘을 찌르는 작자이다. 호어스트는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지만 그래도 생각하기를 멈추지는 않는다. 즉 머리 속으로는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려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귀찮게 느껴져 포기하고 마는 인간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게으름을 인정하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택도없는 이유들을 끌어다 붙여서 자신을 합리화 시킨다.)

호어스트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호어스트가 사는 방법은 우리가 사는 방법과는 전혀 비슷하지 않다. 뭐든 해야 직성이 풀리고 신문물이 나오자 마자 재빨리 습득하여 잘난척을 해야하는 현대인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그는 느긋하며 낙천적이고 게으른 동시에 유머러스 한 인간이다. 만약 주변에 저런 인간이 있다면 열의 아홉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속이 터져서 죽겠지만 호어스트는 실제로 우리 옆에 있지 않다. 다만 책 안에 존재함으로 우리를 키득거리게 해 줄 뿐이다.

책은 월요일 부터 일요일까지 몇개의 에피소드로 진행이 된다. 하지만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호어스트가 금요일을 기다린다거나 특별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백수이며 게으른 인간이므로 어차피 요일따위와는 상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월요일도 화요일같은 인생. 화요일도 금요일 같고 토요일도 수요일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허나 굳이 그런 제목을 붙인 이유는 아마 요일별로 다른 일을 하며 다른 인생을 사는 많은 사람들을 배려해서가 아닌가 싶다.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의 에피소드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묻는 사람이 없어도 나는 답한다 라는 제목이 보인다. 그것은 책 속에서 설명이 약간 부족했던 호어스트를 알게 되는 귀중한 시간을 제공한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지하철이나 기타 공공장소에서 읽기에는 바람직 하지 않다. 끊임없는 실소로 인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집구석에서 아무도 없을때 혼자 보기 바란다. 그래야 호어스트처럼 살지 못하는 불쌍한 우리들이 웃는거라도 눈치 안보고 맘껏 웃을 수 있다.

주변에 혹시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선물 해 보기 바란다. 저 책에 너무 감동받아 호어스트처럼 살려고 드는 이들이 있을수도 있다는 부작용에만 걸려들지 않는다면 그는 웃음을 되 찾는 정도의 행운만 가질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퍽 센스있고, 안목있으며, 이국적인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코스모폴리탄적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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