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황금비율의 인연

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장르가 엔터테인먼트 장르이다.

회사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주인공의 분노, 그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들을 보다 보면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소설과 같은 장르와는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이시다 가호 작가의 황금비율의 인연이라는 소설 또한 어느 기업에서 일어나는 자리다툼, 권력의 차지와 소소한 복수들을 보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장르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내부고발자는 언제나 힘든 법... 주인공인 오노는 K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의 프로세스 부서라는 핵심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내부고발을 했다고 몰려 같은 회사의 인사부서로 팀을 옮기게 된다.

부당발령을 받으니 당연히 기분은 나쁠 것이고.... 오노는 회사에 대한 복수심이 서서히 치밀어 오르며 새로운 신입사원들을 스펙이나 학벌을 보지 않고 말 그대로 '황금비율'에 해당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만 뽑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처음과는 다르게 채용 선발 과정에서 신입사원 '외모'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회사에는 잘생기고 이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지만 당연하게도 회사에 어떤 문제가 터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면접이라는 것은 상당히 폐쇄적인 평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점수도 알려주지 않고 각 면접관들마다의 기준도 굉장히 주관적이고 정확한 채점기준도 없어 지원자들은 항상 본인이 왜 떨어졌는지 궁금해하는데 이 회사에 지원한 사람들이 만약 평가 방식을 듣게 된다면, 평가 방식을 듣고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회사의 인사담당 부서 특히, 오노라는 면접관 한 명의 욕망이 회사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며 아무리 조그마한 기준이라도 이 기준 하나가 기존에 회사에서 운영 중이던 프로세스를 무너뜨리고 그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동안 엔터소설은 '해러스먼트게임'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의 소재가 대부분이었는데 상당히 의외의 소재가 소설로 나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서평] 허공에서 춤추다

허공에서 춤추다
낸시 크레스 지음, 정소연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5년 11월

약 610페이지에 해당하는 꽤나 두꺼운 소설책이다.

하지만 여러 개의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끊어 읽기 좋고 SF공상 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각 단편집들은 SF 과학이라는 프레임을 유지한 채 인간에 대한 생명윤리, 유전, 인공지능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복제 클론과 굉장히 아름다운 수석 무용가 발레리나의 이야기, 인류에게 알맞은 최적의 탄생 방법과 인류는 과연 어디까지, 어느 정도까지 진화를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 어떠한 면역작용과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박테리아 이야기 등 각 단편들은 서로 각자만의 설정과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인간과 과학이 만날 때 발생하는 영향들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

유전자조작, 생명기술 등 현저히 발전된 과학기술들이 인간과 접목됐을 때 나타나는 윤리적 갈등, 그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미치는 영향들을 말해주고 있고 거기에 더해 인물들의 풍부하고 입체적인 묘사는 그들이 겪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잘 표현해 준다.

100퍼센트 공상이 아닌, 어찌 보면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고 그 중 몇몇은 현재 ing 중인 기술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전개하다 보니 보다 몰입이 더 잘 될 수 있었고, 일정 부분 철학적인 사고를 요하는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져줌으로써 '과학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지?', '부정적이라면 비판을 받을 정도인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휴고상, 스터전상, 네뷸러상등 여러상을 휩쓴 크레스의 여러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고 각 단편선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심리적 갈등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서평] 피해자

피해자
마동주 지음 / 닥터지킬 / 2023년 11월

스릴러소설은 대부분 살인사건과 범인을 찾아내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형태로 소설이 쓰이지만 마동주 작가의 피해자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사랑하는 딸을 성범죄로 인해 잃어버리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주인공. 그가 행하는 딸을 위한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자들은 재판이라는, 국가에서 정하는 어느 정도의 형벌이 주어지지만 그와 동시에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물론 범죄자들도 일단은 사람이고 불특정 다수로부터의 사적 보복의 타깃이 되는 것은 막하야 하지만 낮은 형량을 받으며 발 뻗고 걱정 없이 자는 범죄자들과 그와 반대로 매일매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을 보면서 법이 진짜 옳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써서 진입장벽을 낮췄고,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입이 되는 전개 방식은 소설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한 몰입감을 가져다준다.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

동태복수법으로서 상대방이 나에게 50 정도의 피해를 입히면 처벌 또한 50그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무식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는 최적의 방안이 아닐까...?

실제 최근 판례에서 살펴보면 성범죄에 대한 형량은 낮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처벌이 되는지도 의심스러운 장면이 몇몇 있다.

주인공도 아마 딸이 받았던 고통 그대로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복수심을 계획했을 것이다.

과연 법이 우리 모두를 구제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피해자가 행하는 사적 제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나?

아니다.

이런 복잡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이 소설은 단순한 스릴러물에 그치지 않고 사회비판과 도덕적, 법적 딜레마를 잘 표현해 내는 소설이다.

끝까지 긴장감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서평] 아이 윌 파인드 유

아이 윌 파인드 유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스릴러와 탈옥"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 2개가 만났다.

할런코벤만의 시원시원한 전개 방식과 문학상들을 휩쓸 만큼 깔끔한 스타일은 스릴러소설을 더욱 읽기 편하게 만들어준다.

데이비드에게는 3살 아들 매슈가 있었는데 어느 날 아들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실제로 죽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법정에 서게 되고, 결국 유죄를 인정받아 교도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호소도 해보고 변명도 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데이비드는 체념을 한건지 포기를 한건지 일절 면회를 거부하고 교도소 생활을 하게된다.

그렇게 약 5년의 시간이 지나게 되고 어느 날 갑작스레 전 와이프의 동생인 레이첼이 면호를 오게 된다.

레이첼은 데이비드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는데 그 사진에는 매튜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데이비드는 당황스럽고 혼란한 와중에 흥분되기 시작하며 다시 삶의 의지를 되찾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되찾기 위해 탈옥을 결심하게 되며 소설은 전개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사실은 살아있었고, 자신이 그동안 누명을 쓴채 복역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들, 아들을 향한 데이비드의 절박함, 본인이 누명을 쓰게 된 이유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의지 등을 굉장히 잘 보여주고 있다.

레이첼이 준 사진이 진짜 자신의 아들이 맞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본인이 탈옥이라는 또 다른 진짜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아들을 찾으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의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라고 느꼈다.

할런 코벤작가는 단순히 아들을 찾는 스릴러소설로 그리지 않고 주요 등장인물들 외에 많은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각 인물들을 복잡하게 얽혀놓고 거기에서 나오는 감정 등과 심리를 잘 활용하였다.

책 제목 i will find you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자식을 위한 헌신, 사건을 밝히기 위한 의지를 잘 느낄 수 있었고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거 같다.

[서평]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뉴스까지 찾아보지 않더라도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만 둘러봐도 가지각색의 사건들이 일어난다.

절도와 폭행은 말할 것도 없고 잔인하고 선정적이고 한 가정을 파괴시킬 만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두발 뻗고 자는 경우도 허다하게 보인다.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사람들이 지옥에 많이 가게 될 거고 그걸로 먹고사는 악마는 오히려 좋아해야 할 텐데 왜 싫어하는 걸까?

표지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검은색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인 베스탄. 지옥을 관리하는 악마이다.

요즘따라 지옥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어 베스탄은 휴식을 취할 시간도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 사람들을 관리하는 악마들을 보충해 주지도 않고 일을 시키니 불만이 많을 수밖에......

지옥의 신을 찾아가 사정사정 얘기해 보지만 강제로 착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 깊어져가던 와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는데, 원래라면 지옥으로 올 사람들을 미리 이승에서 착하게 살도록 교화시켜 지옥으로 오는 것을 막는 것!

주인공인 베스탄은 그 임무를 받게 되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며 소설은 전개된다.

꽤나 다양하게 얽힌 인간 세상 속 인간들의 이야기와 그를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베스탄의 노력을 보고 있으면 독자로 하여금 어느샌가 응원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베스탄이라는 존재는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인데, 이러한 모습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고 없어서는 안되는 역할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천사도 아니고, 오히려 천사와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악마가 상담사 역할을 하면서 인간의 악행을 저지한다는 스토리가 신선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야초툰 작가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이 묻어나 더더욱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