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장 자신 있게 자랑할수 있는 말이 있다. 언제나 이 말을 할 때면 속으로 몰래우쭐해한다. "초단편은 쓰다가 안 써지면 언제든 버릴수 있습니다. 짧으니까! 버려도 별로 안 아깝거든요.. 안써지면 다른 거 쓰면 되지!" 농담처럼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 사실이다. 장편 소설은 쓰다가 막히거나 안 써져도어떻게든 꾸역꾸역 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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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서 ‘패턴‘을 다른 말로 하면 무엇이 있을까?
‘틀‘일 수도, 구조일 수도, ‘형‘일 수도 있다. 이 네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면 일정한 양식이나 유형 정도로 정의된다. 이야기에는 정말 패턴이 있을까?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 있다. 오직몇 가지 이야기가 존재하고, 나머지는 그 변주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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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흡입력은 처음 세 문장으로 결정된다. 아주중요하지만, 꼭 명문일 필요는 없다. 물론 잘 쓰면 좋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을 그 두가 싫어하겠는가? 좋지만 필수는 아니라는 거다.
소설에서 훌륭한 첫 문장은 독자가 그 책에 시간을쏟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곤 한다. 그런데 초단편은 짧다. 초단편을 읽기로 한 독자는 이미 한편 정도는 끝까지 읽어볼 너그러운 마음을 지닌 상태이므로, 초단편 소설집은 이 책에 시간을 쏟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첫 소설의 반전 결말이다. 그래서 초단편에서는 훌륭한 첫 문장이 필수가 아닐 수 있다. 지루하지만 않게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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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단편을 쓰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착상하기, 살 붙이기, 결말내기. 이 중 첫 번째 단계인 착상이 가장 쉽다. 심지어 즐겁다. 누구나 하루에도수십 개씩 할 수 있다. 만약 착상이 어렵다면, 이렇게 가정해보면 된다. 내가 뒤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면?‘ 착상까지만 하면 뒷이야기를 대신 써주는 인공지능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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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은 근본적으로 ‘사건‘이 있는 이야기다. 사건이없다면 아무리 짧아도 초단편이 아니다. 이 지점이 엽편이나 장편과 미묘하게 다른 점일지도 모른다. 나뭇잎이나 손바닥에 쓸 정도로 짧은 소설을 뜻하는 엽편과 장편은 인생의 한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장르다. 초단편도 그 범주에 포함되겠지만, 비교적 사건이 있는 긴 서사를 최대한 압축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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