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터가 될 주방도 구마 씨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훌륭하게 꾸며졌다. 나는 가져온 겨된장을 엄마의 지저분한 부엌에서 깨끗한 주방으로 당장 옮겼다.
내가 주방을 꾸미면서 최우선으로 고려한 점은 밝고,
청결하고, 또 사용하기 편할 것.
나는 최소한의 도구로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식기세척기도 전자레인지도 전기밥솥도 필요 없다. 꼭 있어야ㅏ는 냉장고, 싱크대, 가스레인지, 오븐만큼은 최근 폐업한 마을의 중국집에서 싸게 물려받았다.
싱크대는 아직 새것처럼 반짝거렸다. 작은 내 몸 사이즈와 딱 맞았다. 고육책으로 양철 양동이를 재활용한 레인지 후드는 익살스러운 느낌이 나서 좋았다. 무엇보다서쪽 벽을 부수고 전면을 유리로 마감해 아름다운 빛에싸인 채 요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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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된 성당의 관리자로, 혹은 성당 의자나 운반하는 사람으로 자기 소임을 다했다고 만족하는 사람은 이미 그순간부터 패배자다. 지어 나갈 성당을 가슴속에 품은 이는 이미 승리자다. 사랑이 승리를 낳는다. … 지능은 사랑을 위해 봉사할 때에야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난다.
- 생텍쥐페리, 「전시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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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승리고, 패배는 패배다. 하나의 패배를 인정했다고 해서 모든 패배를 인정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패배도 모든 면에서 패배인 것은 아니다. 모든 관점에서 다패배인 경우는 없다. 어떤 패배를 해도 인생 전체가 패배로 변하는 경우는 없다. 현실을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는마음의 탄력을 갖는 것이 진정한 정신승리다.
자기 멋대로 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 그 현실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국면을 드러낸다는것, 이것을 알고 적절히 대처하며 살아가는 일은 말만큼쉽지 않다. 천 년 전 사람들에게도 그것은 평생의 숙제였던것 같다. 소식은 말한다. "평생토록 도를 배운 것은 오직외물의 변화에 대처하고자 하기 위한 것이니, 뜻밖의 일이닥치면, 반드시 이치에 맞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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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인간세(人間世)」편을 보면, 바로 그러한 큰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제사 지내는 곳에 심어져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고 제자가 아주 좋은 재목이라고 감탄하자, 목수인 스승이 말한다. "그러지 마라. 그렇게 말하지마라. 저건 성긴 나무다. 저걸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저걸로 관을 만들면 빨리 썩고, 저걸로 그릇을 만들면 빨리부서지고, 저걸로 문을 만들면 진물이 흐르고, 저걸로 기등을 만들면 좀이 슬 것이다.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아니다. 쓸데가 없다. 그래서 이처럼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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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간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한 인생은 거품이다. 그러나 거품은 저주나 축복이기 이전에 인간의 조건이다. 적어도 인간의 피부는. 과학자 몬티 라이먼은 『피부는 인생이다』에 이렇게 썼다. "한 사람의 몸에서 매일떨어져 나가는 피부 세포는 100만 개 이상이고 이는 보통집에 쌓인 먼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의 규모인데,
표피 전체가 매월 완전히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되며 심지어 이런 흐름이 멈추지 않고 이루어지면서도 피부 장벽에샐 틈도 생기지 않는다. … 즉, 인간의 피부는 가장 이상적인 거품 형태라고 밝혀졌다."
아침이 오면 거품 같은 인간이 세면대 앞에서 비누거품을 칠하고, 자신의 오래된 거품인 피부를 씻는다. 또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부풀어 오르지만 지속되지 않을,
매혹적으로 떠오르되 결국 하늘에 닿지는 못할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또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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