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되어 표면이 매끄러워진 동전을 만지작거렸다. 어쩐지 이 동전들을 오래 간직하게 될 것 같았다. 내게 오백만원은 없지만 어쩌면 백만원일지 모르는 동전 네 개와 언제나 십구만팔천원이 든 지갑이 있다는 걸 잊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뜨다 만 스웨터도 있고엄마의 노래가 담겼을지도 모를 테이프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엄마가 내게 슬픔만 남겨두고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가 잡아준 손의 느낌을 기억했다. 삶에 냉담해질 이유가 많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그 기억 때문이었다.
영주 이모가 갑자기 생각난 듯 현관에 서서 비타민을 챙겨먹고 우리에게도 한 알씩 주었다. 곧 영주 이모가 "가자" 하고 말했고 나주 이모가 "다음에 또 와"라고 하며 내 손을 꼭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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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뼈처럼 말라버린 포도알을 만지작거리며 서 있는 수영과 윤주를 두고 나는 마른잎을 밟으며 끝까지 걸어가봤다. 죽어가면서도 햇빛을 받은 탓인지 마른 가지와 나뭇잎에서 희미하게포도 단내가 났다. 휴게실도 없어 비좁은 탈의실 소파에서 겨우 숨을 고르던 한오는 마지막으로 무엇을 봤을까. 길쭉한 철제 캐비닛이 보였겠지. 그중 하나에 한오의 이름이 적혀 있고그애가 출근할 때 입고 온 옷이 걸려 있었을 것이다. 더 늦기전에 창구로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기도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초조해져서 가슴이 더 적어왔겠지. 허리를 꽉 죄던 유니폼 조끼는 단추라도 풀러두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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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는자에 앉았다.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뼈처럼 말라버린 포도알을 만지작거리며 서 있는 수영과 운주를 두고 나는 마른잎을 밟으며 끝까지 걸어가봤다. 죽어가면서도 햇빛을 받은 탓인지 마른 가지와 나뭇잎에서 희미하게포도 단내가 났다. 휴게실도 없어 비좁은 탈의실 소파에서 계우 숨을 고르던 한오는 마지막으로 무엇을 봤을까. 길쭉한 철제 캐비닛이 보였겠지. 그중 하나에 한오의 이름이 적혀 있고그애가 출근할 때 입고 온 옷이 걸려 있었을 것이다. 더 늦기전에 창구로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기도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초조해져서 가슴이 더 적어왔겠지. 허리를 꽉 죄던 유니폼 조끼는 단추라도 풀러두었을지 모르겠다.
"아무도 죽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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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는 이제 네 거야."
보이지 않는 걸 내 것이라고 말하며 선심 쓰는 건 둘째 치고그건 좀 곤란했다. 펄럭이는 새를 가지면 마음이 너무 부푸니까. 그런 마음으로는 도무지 뭘 할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말하지는 않고 신도를 따라 다시 인적 없는 둑방길을 걸었다. 신도가 잠깐 멈춰 서서 어둠에 잠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새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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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아무도 없네요. 사람도, 귀신도잠시 뒤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재원은 메시지를 읽는 대신 휴대폰을 꼭 쥐었다. 휴대폰을 열지 않으면 평온한 집. 나와 적막만이 함께 사는 집. 자신이 겪은 하루를 상미는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재원 자신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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