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움직여도 삐걱거리는 매트리스에 가만 누워 있으면 할머니 방에서 나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쌕 쌕, 하고 가쁘게 숨을 뱉는 소리였다. 숨소리는 주로 새벽에 들렸고, 그때마다 나는 잠에서 깨어 한참을 뒤척여야 했다. 옆방으로 가 할머니의 상태를 살펴야 하나 고민하다가도 그녀가 내게 엄포했던 사항들을 떠올리면 쉽게 발을 뗄 수 없었다. 천명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그럴 때 나는 캐리어 깊숙이 숨겨놓은 담배를 꺼내 조용히 집을 나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까지 연립 앞 놀이터에서 천천히 담배를 태웠다. 서로의 생활에 발 담그지 않고,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관계하에 한시적으로 동거하는 것. 그렇게 호의도 관심도 가지지 않은 채 할머니와 나는 한집에서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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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깐깐한 노인이라 호흡 장애 외에는 신경쓸 만한 게 없을 거라고 직원은 덧붙였다.
이복례 할머니의 집은 무악산 아래 있었다. 한 손에는 타투 머신과 니들, 잉크를 넣은 가방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옷가지를 넣은 캐리어를 끌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노상의 과일 트럭에서 자두를 팔고 있었다. 빈손으로 가기 뭣해 자두 한 봉지를 샀다. 봉지 입구에 코를 대자 달고 향긋한 냄새가 훅 풍겼다. 벌써 여름이네. 폴로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근린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셔틀콕이 라켓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할머니의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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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헌진의 겨울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회사에서 잘린 뒤 나는 오픈 런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명품 매장 앞에 줄을 서 시계나 가방을 구매 대행하는 일이었는데, 비나 눈이 오면 웃돈을 더 얹어주어 급전이 필요할 때는 짐짓 눈 예보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번 겨울은 지독히도 춥더라, 생전 안 신던 어그부츠까지 꺼내신었다. 같은 말을 주고받다 헌진에게 문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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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순을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해 몸이 보내는 허기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이 산 자로서 발을 떼는 첫걸음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끼니때마다고파오는 배가 한없이 부끄러웠지만, 생명의 그 능력을 거역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다시 산 자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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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낳아서도, 너무 적게 낳아서도, 너무 일찍 낳아서도, 너무 늦게 낳아서도, 적절하지 않은 성비로 낳아서도 안 되는 게 결혼한 여자의 임신과 출산이다. 너무 많이 낳은 여자는 주책없는 여자가되고, 너무 적게 낳은 여자는 이기적인 여자가 되었다. 너무 일찍 낳은 여자는 철없는 여자가 되고, 너무 늦게 낳은 여자는 혹 늦둥이라면 밝히는 여자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 적절하지 않은 성비로 낳은 여자는 이제 의학의 혜택을 모르는 여자가 되었다.
자녀의 수와 성비를 둘러싼 1980, 90년대의 이러한 분위기에 박완서는 매우 예민했던 것 같다. 그가 낳은 딸 넷에 아들 하나는, 비록 생기는 대로 낳을 수밖에 없던 시절의 일이었다 해도 문화적 입방아를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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