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에도 자잘한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진만이 대학에가고 입대와 제대를 하는 사이, 차츰차츰 그 횟수는 줄어들었다. 진만의 아버지가 건설 현장에서 은퇴해 할아버지와 함께살게 되면서부터 감시와 통제가 더 심해진 탓도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사기꾼들도 접근하지 않을 만큼 할아버지는 늙어버린 것이었다. 어쩌다 한번 안양 집에 들르면 아파트 경비일을 하는 아버지와 하루 종일 TV만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가 함께 저녁을 먹는 쓸쓸한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아무도할아버지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424944새그물에 걸린 새는 스스로 제 발을 움켜쥐고 죽을 때까지 펴지않으며,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스스로 제 주둥이를 그물눈에 꽂고는 죽을 때까지 물러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중의 어리석은 자는 잡으면 버릴 줄 모르고, 나아가면 물러날 줄 모른다. 현명하다는 사람은 아는 것을 고수향하여 돌려 생각할 줄 모르며, 있는 것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물고기와 새의 어리석음을 웃을 수 있겠는가.
대체로 인물人物이 생生을 받으면 집념한 것을 지식이라하고, 있는 것을 몸이라고 하여, 환상과 꿈의 경지境地를 헤매면서 항상 습기의 구사하는 바 된다. 진실로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누가 능히 간파할 수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옛사람이, 꿈에 범나비가 되어 기분 좋게 훨훨 날다가 깨어 보니 놀랍게도 사람이었다. 이에, 사람이 꿈에 나비로 화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사람으로 화한 것일까, 하고 의심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과연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깬 것인가를 알 수없다. 사람이 나비 꿈을 꾸었다면 나비는 사람의 꿈속에 나타난물건일 것이고, 나비가 사람의 꿈을 꾸었다면 사람은 나비의 꿈속에 나타난 물건일 것이다. 사람과 나비는 다 같이 꿈속의 환상幻像일 뿐이다. 어찌 반드시, 그 어느 것이 참이고 어느 것이꿈이라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 가운데에 스스로,
일찍이 사람도 아니고 일찍이 나비도 아닌, 꿈 아닌 것이 있을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맨해튼 쪽 다리 끝에 이르렀을 때는 해가 꽤 저물어 있었다. 아아와 나는 얼마 남지 않은 다리 앞에서 잠시 몸을 돌려 우리가 떠나온 뉴저지 쪽을 바라보았다. 북쪽에서부터 허드슨강을 따라 늘어서 있는 키가 큰 나무들이 노을보다 더 노랗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주황색과 보라색이 섞인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의 철골 구조물과 그 아래 철제 케이블들은 수채화 위에 어울리지 않게 덧입혀진 동양화의 검은 먹선처럼 보였다. 아야와 내가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던가 생각하고 있는데 아야가 물었다.
"다리를 걸어서 건너면 논문이 해결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확률에 관해 생각한다. 이를테면 포트 리의 카페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 그것이 아야일 확률. 내가 이 시간 이곳에 오게될 확률과, 아야가 내가 오기 전이나 떠난 후에 오지 않고 정확하게 주문하고 있는 시간에 올 확률. 눈이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볼확률, 내가 다리에 가자고 말할 확률과 아야가 그것을 수락할 확률, 아야와 내가 각각 도쿄와 서울에서 태어날 확률 삽십여 년 뒤뉴욕에서 만날 확률. 하나의 다리가 지어지거나 무너질 확률. 하나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 모든 종류의 경우의 수. 그러니까 우리는 무한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하나의 사건에 이르러 지금 마주보며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