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자에 앉았다.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뼈처럼 말라버린 포도알을 만지작거리며 서 있는 수영과 운주를 두고 나는 마른잎을 밟으며 끝까지 걸어가봤다. 죽어가면서도 햇빛을 받은 탓인지 마른 가지와 나뭇잎에서 희미하게포도 단내가 났다. 휴게실도 없어 비좁은 탈의실 소파에서 계우 숨을 고르던 한오는 마지막으로 무엇을 봤을까. 길쭉한 철제 캐비닛이 보였겠지. 그중 하나에 한오의 이름이 적혀 있고그애가 출근할 때 입고 온 옷이 걸려 있었을 것이다. 더 늦기전에 창구로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기도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초조해져서 가슴이 더 적어왔겠지. 허리를 꽉 죄던 유니폼 조끼는 단추라도 풀러두었을지 모르겠다.
"아무도 죽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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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는 이제 네 거야."
보이지 않는 걸 내 것이라고 말하며 선심 쓰는 건 둘째 치고그건 좀 곤란했다. 펄럭이는 새를 가지면 마음이 너무 부푸니까. 그런 마음으로는 도무지 뭘 할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말하지는 않고 신도를 따라 다시 인적 없는 둑방길을 걸었다. 신도가 잠깐 멈춰 서서 어둠에 잠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새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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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아무도 없네요. 사람도, 귀신도잠시 뒤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재원은 메시지를 읽는 대신 휴대폰을 꼭 쥐었다. 휴대폰을 열지 않으면 평온한 집. 나와 적막만이 함께 사는 집. 자신이 겪은 하루를 상미는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재원 자신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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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기나사라는 한자를 한참 바라보았다. 귀무리. 귀신이없는 마을, 번영의 시절을 보내던 사람들은 코요가 죽은 뒤 고요한 쇠락을 맞았을 것이다. 생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준 사람에게귀녀라니. 재원은 묘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며 모니터 옆에 놓인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았다. 입술에 각질이 일어나 있는 것을보고 립밤을 찾아 발랐다. 재원은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려 충동적으로 아이디를 클릭한 뒤 쪽지창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언제 시간 되시면 같이 풀업. 까지 쓴 후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재원은 자신이 쪽지를 전송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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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들이 주는 문학의 이미지는 거부합니다. 그 책들이 살과 피의 영역이 아닌 제조의 영역에 속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확언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문학에 대한 나의 전망이며, 한 문장 한 문장이 실제 사물들의 무게를 싣고 단어들이 단어이길 그치고 감각이 되고 이미지가 되기를 바라는 나의 욕망입니다. 이때 단어들은 쓰임/읽힘과 동시에 그 이미지와 감각을, ‘가벼운‘과 반대되는 의미에서의 ‘단단한, 사람들이 건축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영구적인‘ 하나의 리얼리티로 변형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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