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우리에게 먹히는 것과 자신의 죽음을 동일시했다. 우리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유롭다. 우리는 살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쩌면 그런 저녁의 풍경이란 할아버지와 지낸 내십대 시절을 요약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는 특별히 나를 나쁘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정하지도 않았고, 딱히 이유가 외부에있지는 않은 것 같은 우울과 분노에 시달렸다. 이따금전우회 사람들과 주고받는 전화나 언론에서 베트남전 이야기가 나오면 흥분한다는 점에서 그건 아무래도 참전의 기억 때문인 것 같았다. 거의 오십여 년이나 된 일이지만 시간적으로 멀어도 체감적으로는 아주 가까워서 할아버지를 여전히 괴롭히는 듯했다. 내가 전쟁 장면이 나오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할아버지는 아아, 시끄럽다, 시끄러워, 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끄거나 방에 들어가서 혼자 보라고 화를 내곤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맞은편 옥상에서 남자와 개가 사라지고 나서 지호는서울에서의 자신을 떠올려보았다. 그때 자신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처럼 자신이 나눠 주는 일에만 의지하는 사람들과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자신이 저 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호는 사람이 필요했다. 막상 기대어 오면 떨쳐내고 싶어 하면서도, 지호를필요로 하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문득, 아주 오랜만에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호는 걸려 오는 수빈의 전화를받았다. 수빈은 지호가 있는 곳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가하고 이른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노래방 사장님은자꾸만 서비스를 넣어줬다. 부르고 불러도 시간이 늘어났다. 돈이나 이렇게 충전되면 좋겠네⋯⋯라고 생각하다가 자꾸만 돈 생각을 하는 내가 또 싫어져서 시무룩. 그러자 피해자라는 말을 들었던 게 또 마음에 걸리고, 생각이 생각을 부르는 일에 넌더리가 나서 나는 열심히 노래방 책자를 정독하며 부를 노래를 고르는 권순겸에게 말을 걸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런 마음으로, 격렬한 마음으로 새 일자리에, 하얗고오렌지빛인 가게에 적응을 해나가던 때. 내가 안팎이 두조각 난 채로 정신이 팔려 있을 무렵 남자친구는 바람이났다. 내 마음에 정신이 팔려 그의 마음이 두 조각이 나는 걸 보지 못한 것이다. 인생에서 바람이 났다는 표현은정말이지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었다. 상대는 나도 아는 친구였다. 그녀에게도 만나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럼에도 쿵짝이 잘 맞는다고 언젠가부터 둘이서 자주 보더라니. 둘이서만 만나도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나는 한때 남자친구인 사람이 내 친구에게 보낸 여러가지 문장들, 모두 다른 문장이지만 결국 나 아닌 그 애의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미의 문장들을 발견하고너무 놀란 나머지 내가 매일매일 만드는 흰 반죽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물렁물렁할 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