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많은 말을 해준다. 한 사람의 몸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있다. 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 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체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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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에게도 수능에 나올 리 없다고 단언할 뿐이다. 현실적 효용 없이 순식간에 휘발되고 마는 정동을 재현하고 공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는 국어를 가르치면서도 문학에 대한 근본적 회의주의에 빠져 있다. 관념과 현실을 모두 조소하는 동시에 자신의 소시민적 적응력까지 자조하면서 "냉소적 실용주의자"를자처한다. 이처럼 강박적 자기혐오에 젖은 ‘나‘의 ‘길티 플레저‘는 "젊을 적 5.18현장에까지 들어가 군사정권의 치부를 파헤치다가, 문득 극우 인사로 변모한"
조갑제의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는 것이다. 변하기 마련인 인간의 본성과 지식인의 모순에서 애상감과 기묘한 친연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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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지금, 더 먼 우주를 향해 가고 있다. 먼 옛날 인간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던 게임을 가지고. 나의 미션은 하나. 우리가 살 수 있는 새로운공간을 찾아내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바라던 일이었는데 어째서 쫓겨나는 기분이 드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책임이라는 말은 너무 무겁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일을 해야 했다. 모든 게 너무 당연해지기 전에.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그냥사라지지는 않게. 그게 정말 최선이지는 않게. 뭐라도, 이어질 수 있게. 지구가 망해가는 순간에도 게임이나 만들고 있었을 사람들의 한심한 얼굴과, 생각해낼 수있었던 최선의 외계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고작해야 토끼와 강아지. (78~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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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3개월째다. 짧은 기간인데 조로한 듯하다. 하룻밤 꿈에 백발로 변했다는 옛이야기가 있지 않았나. 전에 ‘내 다리로 걷는 게 아니라 멱살을 잡혀끌려가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근래에는 멱살잡이를 당하면서 동시에 외발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다. 고꾸라지지 않으려면 발을 굴러라 굴러………… 부단히 쓰긴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내 작가 생활이 한국 현대사를 닮아가는게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럴듯한 양적 성장을 빠르게 이뤘지만 중대한가치들을 훼손한 결과로 출생률 최저 자살률 최고라는 현실에 도착한 그 역사말이다. 삼사 년 전에는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부글거렸고 그래서 소설을 썼는데, 요새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싶다. 작가가 침묵을 소망한다는 게 긍정적인 신호는 아닌 듯하다. 소설로 말하는 데에 벌써 지친 건 아닌데, 소설이아닌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게 문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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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을 쓸 때는 우선 이 길버트의 선언을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여러분이 쓰려는 것은 창조적 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하나의 예술작품입니다. 제아무리 훌륭한 명장도 처음으로 만드는 작품은 형편없을 때가 많으므로, 여러분의 첫비평은 완전히 볼품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비평을 씀으로써 창조하는 사람으로서 첫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여러분이 비추는 빛의 각도에 따라 대상 작품이 쓰레기처럼 보이기도, 훌륭한 천재의 걸작으로 보이기도 할 테죠.
그런 책임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비평을 쓰기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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